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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에 근거한 처분이 무조건 위법한지 여부
[국세(國稅)칼럼]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에 근거한 처분이 무조건 위법한지 여부
  • 감병욱 변호사
  • 승인 2018.04.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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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병욱 변호사
감병욱 변호사

1.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에 근거한 처분의 위법성에 대한 최근 판결

 

대법원은 최근 중복세무조사로 인해 위법한 과세처분의 범위와 관련하여 의미있는 판결을 했다.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로 인해 취소돼야 할 과세처분의 범위와 관련해, 기존에는 (1)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로 인한 과세처분이라면 무조건 위법한지 아니면 (2)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로 얻은 과세자료를 과세처분의 근거로 삼은 경우에만 해당 과세처분이 위법한지(위법한 중복 세무조사라 하더라도 이후 과세처분이 어떠한 자료를 근거로 하여 이루어졌는지를 고려해 위법성을 판단하는지)에 대한 견해 대립이 있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위 (1) 견해와 같이, 중복조사는 그 자체로 위법하고, 과세관청이 그러한 재조사로 얻은 과세자료를 과세처분의 근거로 삼지 않았다거나 이를 배제하고서도 동일한 과세처분이 가능한 경우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대법원 2017.12.13. 선고 2016두55421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에서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는 달리 위법한 세무조사로 인한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 형사절차에서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세무조사는 과세권행사를 위한 자료수집절차의 일종이므로 형사절차에서 증거수집절차와 유사하다. 즉,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이 절차적 정당성을 구비하지 못했다면 실체적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과세권 행사를 용인하기는 곤란하다. 따라서 위법한 세무조사에 근거한 과세처분의 효력에 대해서는 형사법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참조할 만하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란 위법한 절차에 의하여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법칙을 말한다. 형사소송법도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라고 규정하고 있고, 법원 역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한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7.11.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방식으로 확보된 해당 증거를 유죄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고, 증거수집절차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해당 피고인이 반드시 무죄라는 의미는 아니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방식으로 확보된 증거 이외에 유죄로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피고인에 대한 유죄 선고가 가능하다.

 

3.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위법한 세무조사 사례에 적용한 주장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위법한 세무조사에 적용한다면, 위법한 세무조사에 의해 수집된 과세자료에 근거한 과세처분만이 위법하고, 위법한 세무조사와는 별개로 수집된 과세자료(기존에 수집한 과세자료 등)를 근거로 한 과세처분은 위법하지 않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위법한 세무조사에 근거한 과세처분만 위법하고, 위법한 세무조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한 과세처분은 적법하다는 논리이다. 형사법의 위법수집증거 논의도 결국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자료는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본적으로 세무조사 과정에서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곧바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위 절차상 하자의 정도, 위 하자와 과세처분과의 인과관계를 먼저 검토해야 하며, 일부 세무조사절차에 위법이 있었다 하더라도 중대한 것이 아닌 한 과세처분의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서울고등법원 2008.12.19. 선고 2007누34707 판결, 부산지방법원 2010.9.10. 선고 2009구합2437 판결 등).

 

둘째, 세무조사 결정은 그 자체로 처분이므로(대법원 2011.3.10. 선고 2009두23617, 23624 판결), 납세자는 과세관청의 세무조사 결정 그 자체를 다투어야 하고, 세무조사결정 처분과 이후 과세처분은 별개의 독립된 처분에 해당하므로, 세무조사결정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그 하자를 이유로 과세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는 없다.

 

셋째, 설령 선행 세무조사 결정처분의 하자(중복 세무조사)가 후행 과세처분에 승계된다 하더라도, 선행처분(세무조사 결정)과 후행처분(과세처분)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후행 과세처분이 위법하게 된다. 그런데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가 과세처분의 원인행위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바, 대법원 역시 “세무조사권의 한계를 일탈·남용한 중복조사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한바(대법원 2006.6.2. 선고 2004두12070 판결), 이를 반대 해석하면 위법한 중복조사에 기초하지 않은 과세처분은 적법하다.

서울고등법원 2016.10.11. 선고 2016누49589 판결, 인천지방법원 2015.9.10. 선고 2014구합31425 판결, 서울고등법원(춘천) 2017.8.21. 선고 2017누317 판결은 모두 위와 같은 주장을 받아 들였다.

 

4. 최근 대법원 판결의 취지

대법원은 위 주장 및 하급심 판결과는 달리,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나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세무조사권의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그로 인한 과세처분의 효력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 하에서, 해당 과세처분은 재조사로 얻은 과세자료를 근거로 하였는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은,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를 통제해 과세관청의 세무조사권 남용 행위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로 보이나, 아래와 같은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첫째, 사안의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본건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를 볼 때 과연 납세자인 원고가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라는 이유로 구제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원고는 1차 세무조사 때 양수회사 대표의 확인서를 위조하여 제출했고, 금융거래내역 일부를 삭제해 제출하기까지 했는데, 과세관청은 1차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고의 기망에 속아 공사비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주었다. 위와 같은 사실이 2차 세무조사 때 발각되어 과세관청은 필요경비에서 이 사건 공사비를 부인하여 이 사건 과세를 하였던 것이다. 2심 법원(서울고등법원 2016.10.11. 선고 2016누49589 판결)은 이러한 사안의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해, 피고가 1차 세무조사에서 확보한 과세자료를 근거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 위 대법원 판결은 조세절차에 형사절차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라는 취지이다. 그런데 형사는 재산권뿐만 아니라 신체의 자유(징역형)까지 그 대상으로 하는데 비해, 조세는 개인의 재산권을 그 대상(조세 부과)으로 다루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침해되는 기본권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조세절차에서는 형사절차보다 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형사절차에서 설령 수사과정에 위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할 뿐이고 무죄판결이나 공소기각판결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위 대법원 판결은 조세절차에서 너무 납세자의 편에 치우친 판결이 아닐까 우려된다.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에 의한 과세처분이 무조건 위법하다고 판단하기보다,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와 과세처분간의 인과관계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이 사안의 개별·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한 결론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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