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소급적용한 행위가 적발됐다. LG전자는 소급 적용에 대해 하도급 업체와의 합의 또는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전형적인 가해자의 태도’라는 시각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5일 LG전자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여 시정명령(지급명령 포함)과 함께 과징금 33억 24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7년 3월까지의 기간 동안 24개 하도급 업체에게 제조 위탁한 휴대폰 부품(품목번호 기준 총 1318개 품목)에 대하여 납품단가를 인하하기로 합의한 후, 그 인하된 납품단가를 합의일 이전으로 소급하여 적용함으로써 하도급대금 총 28억 8700만 원을 감액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봤을 때 LG전자는 하도급 업체에게 휴대폰 부품을 제조 위탁하고 주로 분기별로 생산성 향상, 원자재가격 하락 등을 사유로 해당 부품에 대한 납품단가를 인하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최소 1일에서 최대 29일 소급하여 적용함으로써 24개 하도급 업체의 하도급대금을 감액했다.
한 예로 LG전자 하도급 업체 A사는 지난 2016년 4월 29일 13개 품목의 납품단가를 인하하기로 합의했으나 4월 1일자로 소급 적용되어 4억 2400만 원 가량의 하도급대금이 감액됐다. 또 B사의 경우 지난 2017년 1월 23일 3개 품목의 납품단가를 인하하기로 합의했으나 1월 1일자로 소급 적용되어 하도급대금이 감액됐다.
이러한 감액 행위로 24개 하도급 업체들은 이미 종전 단가로 납품되어 입고까지 완료된 부품에 대한 하도급대금 평균 1억 2000만 원 가량의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하도급법 제11조 제2항 제2호는 ‘단가 인하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경우 그 합의 성립 전에 위탁한 부분에 대하여도 합의 내용을 소급하여 적용하는 방법으로 하도급대금을 감액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NTN>과의 통화에서 “이번 공정위 판단은 협력업체와의 사전합의에도 불구하고 인하부분만 획일적으로 법 위반으로 해석한 부분이 아쉽다”고 밝히며 “조사기간 중 해당협력업체들과의 총 거래금액은 2.3조원, 소급인하금액 28.9억원, 소급인상금액 22.6억원으로, 소급인하금액이 총 거래금액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또 “LG전자와 협력업체간의 이러한 합의방식이 유효한지 여부는 행정소송을 통해 법률적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LG전자 측은 “공정위가 소급금액으로 지적한 금액은 협력업체에 즉시 지급하겠다”며 “LG전자는 1,2차 협력업체들의 자금지원 등 상생협력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LG전자가 소급 적용에 대해 하도급 업체와의 합의 또는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심결을 통해 이와 같은 사항은 하도급대금 감액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원 ․ 수급사업자 간에 합의된 단가의 소급 적용과 관련한 하도급법 상의 규정은 종전에는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적용한 경우를 위법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지난 2013년 5월 28일 법률이 개정되어 그 내용이 삭제됨으로써 수급사업자와의 합의 또는 동의 유무를 불문하고 소급하여 적용하는 그 자체가 위법행위로 규정되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측은 “이번 조치는 대기업들이 자신의 수익성 개선 등을 명목으로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경우, 그 인하된 단가를 소급하여 적용하는 행위는 하도급 업체의 합의 또는 동의 유무를 불문하고 원칙적으로 감액행위에 해당되는 하도급법 위반임을 명확히 했으며, 이와 같은 행위를 엄중하게 제재 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히며 “이번 조치를 통해 대기업들이 월말에 정산한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인하된 단가를 소급하여 적용하는 사례 등의 재발 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를 위해 제도개선에 중점을 두어 왔으나, 이의 정착을 위해서는 공정거래 질서의 확립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보고 앞으로 법위반 행위에 대한 법집행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히 자신의 경영상 어려움을 개선하고자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 대금을 감액하거나 단가를 인하하는 행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도급 업체의 기술을 유용하는 행위 등을 엄중하게 조치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