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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세출이 건강해야 나라가 산다
[稅政칼럼]세출이 건강해야 나라가 산다
  • 日刊 NTN
  • 승인 2013.02.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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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鎭 雄/ 본지 논설위원

 
미국 동부의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콩코드는 여행자들이 찾는 순례지로 유명하다. 독립을 주창하며 시민군이 영국군과 최초로 교전을 벌인 곳이기도 하지만 월든(Walden)이라는 호수 숲 때문이다.
전도 양양한 하버드 졸업생 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 Thoreau, 1817~1862)가 세속을 등지고 월든 숲에 작은 통나무집을 손수 짓고 자연을 벗 삼아 무욕의 명상생활을 즐기며 명저 ‘월든’을 저술한 장소가 바로 월든 숲이다.
소로는 자연 속에는 욕망의 인간 세상과는 다른 종류의 진실과 자유가 충만하여 인간을 자유롭게 하므로 진실된 삶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평생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단순한 생활을 예찬하며 비록 극빈이지만 명상과 저술활동으로 행복을 찾는 삶을 살았다.
소로 역시 생전에는 자신의 사상과 저술로 경제적인 혜택이나 명성을 얻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가 월든 호숫가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생활한 두 해의 경험을 기록한 ‘월든’은 후에 19세기에 쓰여진 가장 중요한 저서 중 하나로 평가 받게 된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월든 하나로 소로는 우리가 미국에서 가졌던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고 평했다.
무소유의 수도승처럼 숲 속 생활을 하던 소로가 어울리지 않게 유치장에 갇히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건 다름아닌 세금 때문이었다. 징세원(Sam Staples)은 그에게 6년 동안의 밀린 인두세(일종의 주민세)를 내면 풀어주겠다고 하였으나, 소로는 미국의 정책이 부도덕(당시 논란이 된 노예제도, 멕시코 침략전쟁 등)하여 그런 정부에 세금을 낼 수 없다고 거부한다. (별개로 그는 공공재의 필요성은 인정하여 도로세는 납부하였다.) 결국 누군가가 세금을 대납하여 (그를 아끼던 숙모 Maria 라는 설이 있음.) 풀려나지만 체납과 구금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 불복종’이라는 책을 저술한다. 요지는 정당하지 못한 국가에 대해 도덕적으로 반대하는 개인은 저항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 권력의 의미를 깊이 성찰한 ‘시민의 불복종’ 역시 현대 사상의 일부를 바꾼 책으로 꼽히고 있다. 그의 책들은 후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톨스토이, 간디,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인물들이 자신의 정치사상을 다듬고 실천에 옮기게 된다.
부도덕한 정책에 대하여 세금을 낼 수 없다던 소로의 도덕적 애국심과는 반대로 국민이 낸 세금을 ‘공돈’으로 여겨 느슨하게 쓰다가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 파탄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헬레니즘의 산실이었던 그리스를 다녀온 지인은 그 쪽 현실이 생각보다 암울하더라는 현지 소식을 전해 주었다. 희랍인답게 영화 배우 같이 잘 생겼으면 뭐하냐며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더라는 거다.
이는 나라 돈을 선심 쓰듯 써댄 결과라는 것이었다. 나라 돈이 어떻게 쓰여져야 할 것인지에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도 이제 세출이 연 300조가 넘어서서 평일 하루당 1조원을 지출하고 있는데 이 세출이 과연 얼마나 알뜰하게 쓰여지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감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퇴출이 오늘 내일 하는 수많은 부실 대학에 매년 국고를 수백억씩 들여 지원하고 있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과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재임기간 중 지역구 업적으로 삼고자, 수요도 없는 경전철, 민자도로, 공항 유치 등 각종 선심행정 사업들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도처에 세금이 줄줄 세고 있으니 우리도 미구에는 밑 빠진 독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걱정한다.
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처 개명에 따른 소위 ‘메뉴비용’만도 직간접으로 수백억 원이 든다고 한다. 추어탕 집에 주방장 바뀐다 하여 추어탕 메뉴를 굳이 미꾸리탕으로 바꾼다 한들 추어탕이 달라지는 건 없다면 차라리 메뉴는 그대로 두고 추어탕의 요리법을 손님 입맛에 맞추어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순리이다.
가령 지난 2010년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변경될 때 든 비용이 약 4억8000만원으로 추산되었고, 이번에 외교통상부의 이름 변경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여권을 모두 바꾸는데 무려 2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김성환 장관은 걱정하고 있다.
‘새 정부마다 정부조직과 명칭을 요란스럽게 개편하지만 사실 겉만 바꾸는 것이다. 속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개편도 의미가 없다. 세금이 공평하게 부과되고 복지 예산이 투명하게 집행된다면 누가 사회복지를 위한 증세를 반대하겠는가?’ (조선일보: 부산대 전홍찬 교수)
정치인이든 공직자든 내 돈이 아니라고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게 되면 국민은 세금 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재원 마련 방법으로 세율을 올리고 세목을 늘리려는 유혹을 느낄 때마다 먼저 불요불급한 세출부터 줄여 기존 재원 안에서 살림살이를 해보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세출이 요구되는 큰 사업일수록 타당성과 필요성 조사를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고, 국회의 예산 심의 기능도 지금처럼 시한부 졸속으로 가지 말고, 모든 세출항목의 타당성 심리를 연중 상시화하여 숨겨진 비만 부위를 지속적으로 제거하는 다이어트 재정을 구사하는 것이 상호 모순 관계인 성장과 복지를 조화시키는 길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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