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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에서 위자료까지
난로에서 위자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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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4.0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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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N 칼럼] 김진웅 (NTN 논설위원)
   
 
 
정원과 창문이 있는 집

요즈음은 BBC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폭력과 선정으로 칵테일한 미국 프로그램에 무던히도 식상한 많은 이들이 BBC의 격조와 신선함에 대하여 같은 느낌일 것이다. 역사,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조명도 좋지만 소박한 서민형 프로그램도 성공하고 있다. 가령 아빠가 엄마를 시내에 일부러 ‘모시고 나간’ 반나절 사이 엄마의 소원대로 아이들과 정원 만들기 특공대(Gardening 전문가)가 정원을 아름답게 변신하여 놓는다. 집에 돌아 온 주부에게 모두가 외친다. "Surprise~!" 행복은 정원에 넘쳐난다.

마을 빈터를 3년에 걸쳐 아름다운 공원을 만든다. 조화로운 수종을 구하러 유럽에 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작은 공원 개장식에 챨스 황태자가 헬기를 타고 나타난다. 이런 과정을 치밀하게 기록하여 다큐멘터리로 보여준다. 보통 사람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푹 빠진다. 영국인들처럼 정원 가꾸기(gardening)를 즐기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정원을 즐기는 영국인은 당연히도 바라다 볼 창문이 크고 많아야 한다. 길고 추운 겨울에 내다 보려면 따뜻한 난로가 더 필요하겠지만.

인기 없는 난로세

1662년의 일이다. 영국의 왕실은 내전으로 돈이 많이 필요했던 시절이었다. 세금을 거두어야 하는데 머리 좋은 왕실은 영국인들의 기질적 키워드인 정원, 창문, 난로에서 기발한 과세 아이디어를 얻는다. 즉 추운 겨울에 창문을 크게 내고 난로를 때는 집은 먹고 살만할 터이니 난로의 수를 세어 재산세를 매기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집안에 몇 개의 난로가 있는지를 조사하여 난로세(Hearth tax)를 2 실링씩 매기게 된다. 가정은 城이라는 영국인 가정에 세금 징수원들이 들어가서 난로 개수를 조사하다 보니 영국인들은 세금보다도 사생활 노출에 대한 혐오가 더 커서 무던히도 인기가 없는 조세였다 한다.

그러나 공공기록소(Public Record Office)에 보관된 당시의 징세기록들은 엉뚱하게도 후일 학술적 가치가 있어 중세 연구에 톡톡히 기여를 한다. 중세의 건축 구조 및 크기, 거주자 기록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신선한 공기세와 햇빛세

영국인들에게 인기가 없는 난로세는 결국 장수하지 못하고 27세의 젊은 나이로 1689년에 수명을 다하고 만다. 그러나 아일랜드 및 유럽 대륙과 갈등을 겪던 윌리엄 3세는 여전히 세입이 필요했다. 하지만 난로세보다는 마찰이 덜한 세금을 찾아내어야 했다. 결국 1696년에 새로 고안해 낸 재산세는 창문세(Window tax)이다. 난로는 일일이 집안에 들어가서 세어야 하지만 창문은 밖에서 세기만 하면 되므로 조세저항이 덜 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영국인은 창문을 좋아하고 창문이 많으면 그만큼 큰 집이니 재산세 대상으로는 안성맞춤이라고 무릎을 쳤다.

그러나 이를 놓고 영국인들은 ‘신선한 공기와 햇빛세’라고 비난하였다. 창문은 공기와 햇빛을 공급하여 영국인들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인데 그런 파수꾼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조세 회피는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창문에 벽돌을 쌓아 버리거나, 없는 듯이 위장하여 세금 징수원들이 다녀 가면 다시 원상 복구하는 등 술래잡기가 이어지다가 창문세는 1851년에 폐지되었다.

세금 많은 왕실 국가

영국민은 과거에 화려한 귀족과 왕실의 지배하에 있다 보니 다양한 세금을 바쳐야 하는 역사를 감내하며 살았다. 영국 통치하에 있던 아일랜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일랜드의 낮은 구릉에서 감자 밖에 거둘 게 없다 보니 웨일즈의 황실과 귀족에게 바칠 토지세는 감자 소출 밖에 없었다. 그러나 감자 대흉년(Potato famine, 1845 ? 1850)이 들면서 기근으로 백만 명이나 아사하였지만 영국 정부는 이들에 대한 구조에 무관심하였다. 결국 토지세 납부는커녕 살아 남기 위해 수많은 아일랜드인들이 미국으로 떠났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에서 이들의 후손은 존 에프 케네디 같은 걸출한 미국 대통령들을 많이 낳았다.

근로소득자와 필요경비

이런 조상을 둔 미국인들은 세금에 관한 한 조상의 사연들이 많아서인지 소득세법상 필요경비나 세액공제가 넓고 다양하다. 가령 근로소득자인 교사가 참고서를 사보면 필요경비로 인정해준다. 서민이 이사를 하면 이사비용을 필요경비로 인정한다. 근로소득자가 집을 사느라 대출 받고 내는 은행이자나, 자동차 감가상각비도 모두 대표적인 필요경비이다. 하다 못해 이혼이 보편화되다 보니 가련(?)하게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하는 이들에게 위자료를 세금에서 필요경비로 빼준다. 반대로 위자료를 받는 쪽에게는 이혼에 성공(?)하고 생긴 위자료를 소득으로 과세한다.

우리가 동감하든 아니하든 우리 사회도 급변하고 있어 이런 이야기들은 전과 다른 의미로 다가 선다. 미국은 아이들 한 명당 ‘세액으로’ 1천불씩 세금을 줄여 준다. 아이가 둘이면 2백만 원의 세금을 빼주는 셈이다. 우리의 경우 근로소득자의 실효세율이 10%대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부양가족 ‘소득공제’가 백만 원이므로 세액으로는 아이 하나당 10만원 이하인 꼴이다.

이래서야 인구가 급감하고 있어 국가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나라에서 적절한 조세 배려인지 의문스럽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보다시피 개인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의 융통성 많은 세금 기장에 비하면 유리지갑의 근로소득자들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경직된 필요경비와 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이 모든 의문들에 대하여 누군가 대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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