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7:10 (목)
‘오락가락 세법수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오락가락 세법수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 日刊 NTN
  • 승인 2013.08.16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 경시·전문가 공청회도 없이 ‘세제 수정안’ 발표 ‘오만의 극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지 하루 만인 13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연소득 5500만원까지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법개정 수정안’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 ‘임시 땜질식 처방’이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세법 개정안 발표에 앞서 사전에 정부와 청와대, 여당 등이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쳤을 것으로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입법예고 과정에서 대통령이 비판여론을 의식해 전면 거부하는 것도 의아스럽지만 단 하루만에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개적 의견수렴 절차없이 세제 수정안을 불쑥 내놓는 것 또한 오만함과 넌센스의 극치라는 지적이다.

▲ ‘중산층 증세’ 청와대는 몰랐나
먼저, 과연 청와대와 여당은 정부가 당초 추진한 총급여 3450만원 이상의 중산층 증세에 대해 몰랐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상식선에서 볼 때 세법은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총리와 함께 기재부 세제실장이 배석해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하는 것이 관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법개정안을 놓고 당연히 여당 및 청와대와 긴밀하게 협의했으며 매년 관례대로 경제부총리의 대통령 보고때 세제실장이 배석해 함께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밝혀 세제 개편안의 청와대 보고가 예년에 비해 허술하거나 부족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세제개편안 공식 보고보다 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시 보고가 핵심 역할을 하는데 올해의 경우 7월중 박근혜 대통령의 현장 방문, 한·뉴질랜드 정상회담, 정전(停戰) 60주년 기념행사, 4박 5일간의 휴가 등으로 시간과 횟수가 상대적으로 짧아 상호간 소통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상밖의 국민적 조세저항
정부와 여당은 이번 세법 개정안이 ‘실질적 중산층 증세’라는 것을 몰랐다기보다 조세 저항이 이렇게 심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정부는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늘리고 저소득층의 세 부담을 줄이려는 목표를 달성하려다가 정작 중산층을 잊었다는 점을 지적받는다. 소득세는 부가가치세나 법인세에 비해 세수 증대 효과는 적지만 소득 계층별로 세율이 다르기 때문에 소득에 따라 세금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연말정산의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이용하면 세율 조정 없이도 증세가 가능하다는 점에 정부가 너무 집착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봉급생활자의 입장에서는 ‘법인세 등 다른 세금은 건들지도 않고 가장 만만한 유리지갑만 턴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부담할 세금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조세형평성과 상대적 박탈감이 바로 거센 국민적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킨 요인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세수부족분 어떻게 메우나
정부가 세제개편안 수정에 따라 예상되는 매년 세수 부족분은 44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수치는 1년 단위 세수 효과에 불과하며 실제로 이번 소득세법 개정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내에는 당초 계획보다 1조원 이상의 세수감소가 예상된다. 이를 기재부는 고소득 자영업자를 비롯한 유흥업소·고급주택 임대업 등 현금 수입업종과 취약업종에 대한 탈세 조사 강화 및 대기업 투자지원세제 정비, 역외탈세 방지 등을 통해 메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과세표준구간 수정, 법인세 축소 연기 등은 시행하지 않을 방침임을 정부가 천명해 실질적인 세수감소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는다.
정부가 제시한 추가 재원확보 대책은 이미 올해 초부터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추진 중에 있거나, 예전에 시행했던 대책들의 ‘재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세청도 “기존의 ‘조사인력’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세수확보를 위해 세무조사 대상을 더 늘리는 등 특단의 세수확보 대책을 추진할 계획도 여력도 없다”고 밝혀 세제실과의 불협화음을 드러냈다.

▲합리적 세제개편 묘책은 없나
최근 세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정 확충 달성 방법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약 80%가 ‘소득세’ 개편을 1위로 꼽았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소득 공제 항목을 세액 공제로 바꿔 고소득자가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한다는 정부안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무리 부자라도 교육비·의료비·보험료를 안 쓰면 세 부담이 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를 올리려면 최고 세율을 38%에서 40%로 올리는 등 직접적 증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달리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당기순이익 2억원까지 법인세율이 10%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15%보다 너무 낮다”면서 “같은 10인 이하 사업장이라도 자영업자는 법인보다 세율이 25% 포인트나 높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며 법인세율 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 확보를 위해 개편할 수 있는 세제로 부가가치세를 언급하기도 했다. 1~2% 포인트만 올려도 5조~6조원의 세수가 금방 걷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물가 상승에 미치는 악영향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밖의 전문가들은 부동산 세제나 상속·증여세를 꼽는 경우도 있었지만 인상 시 조세 저항에 비해 세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주상용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산층, 서민의 세금 증가 부담이 없다고 호들갑스럽게 홍보하기보다는 오히려 고통 분담을 중산층에 호소하는 편이 나았다”면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딜레마를 좇기보다 현실적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쪽으로 당·정·청이 합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