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7:33 (목)
[가로稅로] 징세강화보다 시급한 일
[가로稅로] 징세강화보다 시급한 일
  • 日刊 NTN
  • 승인 2013.08.23 0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창영 (본지 주필)

 

국세청이 세수목표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잔뜩 어깨가 굳어있다. 그러나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징세당국 입장에서는 올 내년의 경우 짓누르는 부담과 성과가 정비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5년간 정부는 복지 공약 이행에 필요한 80조원을 포함해 총135조원에 이르는 공약 이행용 재원 중 50조7000억원은 세입을 늘려서, 나머지 84조1000억원은 정부 지출을 줄여서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역작’ 올 세법개정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큰 뒷걸음을 친 상황이지만 만약 저항 없이 잘 굴러갔다고 해도 5년간 증세효과는 12조원 정도였다. 50조7000억원의 24% 수준이다.

세금을 더 거두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는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안 되는 일’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팽배하다. 빨리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현실적 주장’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 계획의 수정은 얼굴이 따끈 거린다. 이제 정부 출범한지 겨우 6개월인데….

이번에 문제가 된 세법개정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대부분 조세전문가들은 ‘방향이 맞았고 현 상황에서 고심을 많이 한 작품’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독불장군식 진행과정과 국민을 이해시키는 홍보가 문제였지 내용은 괜찮았다는 얘기다. 또 비과세 감면 정비는 세금 추징 대상이나 항목이 비교적 분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세법개정안 파동으로 적어도 우리 국민들이 세금과 복지에 대한 시선과 기대가 어떤 것인지는 분명이 읽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복지에 대한 기대는 긍정적인 평가인 반면 복지 실현을 위해 세금을 더 내는 문제에 대해서는 무척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복지를 하려면 정부 재원확보가 우선돼야 하는데 돈 거둘 곳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정부는 비록 그것이 언어의 수사일지언정 ‘증세없이 복지를 한다’는 방침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비현실성을 지적하지만 일단 방향의 수정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직접적인 증세 없이 복지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세정강화를 통한 징세행정이 크게 강화돼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고소득 전문직과 함께 유흥업소, 고급주택 임대업 등 현금수입업종과 취약업종에 대해 일제 세무검증을 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또 지하경제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처음으로 ‘택스 갭(tax gap)’ 조사도 벌일 방침이다. 택스 갭이란 납세자들이 모든 세금을 제대로 냈을 경우의 세수와 실제 세수간의 격차를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 그전에 진행해 왔던 일들이고, 현실적으로 국세청 입장에서는 지하경제 외에는 더 세금을 거둘 곳이 만만치 않은 형편이다.

그렇다고 지하경제 양성화를 실현하고 이것이 세금으로 들어오는 과정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 일정상으로는 향후 5년간 지하경제에서 27조2000억원의 세금을 걷어야 한다. 국세청이 한해에 약5~6조원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금으로 거둬야 한다는 얘기인데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국세청이 김덕중 청장 취임과 함께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그동안 신용카드를 비롯해 현금영수증, 금융제도 등이 정비되면서 일반적인 지하경제 규모는 크게 축소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그나마 선진국들에도 존재하는 이른바 ‘자연발생적 지하경제’를 빼면 실제로 세금 매길 지하경제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목별로 정밀한 세수확보 방안도 다각적인 시각에서 검토되고 있지만 정치적·정책적 판단을 요하는 내용 외에는 세금 거두기가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당국자는 물론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이래저래 징세당국인 국세청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징세부문에서 이렇게 꽉 막힌 상황이 현실이라면 해법은 정부가 돈을 쓸 곳을 조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현재의 보편적 복지 정책에 대해 거세게 수정요구를 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아니면 부가세 세율을 올리는 등 직접적인 증세 이외는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특히 이번 세법개정안 파동은 세금 문제가 잠복해 있던 우리사회의 계층간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기업과 부자, 가진 계층에다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 최고의 덕목인 것처럼 강조되고 있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우리나라 전체 소득의 63%가 세금을 안 내고 인원수로는 43%가 세금 없이 살고 있다.

법인세도 마찬가지다. 우리 기업들은 국내총생산(GDP)의 3.5%나 되는 많은 법인세를 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9%보다 높지만 그나마도 대기업이 세수의 83%를 부담한다. 그것도 상위 1%가 전체 세수의 86%를 부담한다. 몰아치는데도 한계가 있다. 그나마 사실상 증세인 비과세·감면 축소로 대기업들도 고민에 빠지고 있다. 말끝마다 글로벌 경쟁력을 거론하는 것이 엄살만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 파동으로 재정과 세금에 대한 문제가 거의 노정됐다. 결론적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사용하는 국정이 어떤 판단으로 추진될지는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로 넘어갔다.

증세를 할 것인지, 복지를 축소할 것인지 먼저 확실한 주제가 설정돼야 할 것이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언어의 수사만으로는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없다.

국세청에게도 질 수 있는 만큼의 짐을 지워야 ‘달성’이 가능하지 탁상에서의 계산만으로 요구를 하면 날카로워질대로 날카로워진 세금이 어떤 흉기가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