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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부적절한 만남’과의 결별
국세청, ‘부적절한 만남’과의 결별
  • 日刊 NTN
  • 승인 2013.09.0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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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지 주필)

 

 

김덕중 국세청장이 지난 주 전국 세무관서장 앞에서 손을 들어 선서를 하고 ‘국세청 고위공직자 청렴 서약서’에 직접 서명을 했다. 서약 내용은 기업관계자는 물론이고 조사수임 세무대리인과는 일체의 사적인 만남은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 모든 알선·청탁행위를 거절하고 직무상 권한남용을 하지 않는 동시에 조직 구성원에게도 부당한 업무지시나 압력도 행사하지 않기로 서약했다. 금품·향응은 곁에도 가지 않겠다는 점도 맹세했다.

김 청장이 직접 나서 선서를 하고 서명한 이번 청렴서약에는 국세청 산하 전 세무관서장이 참여했다.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청렴선서를 고위직 우선으로 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국세청을 위기에 몰아넣은 전임 청·차장의 부정행위 파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워낙 사건 자체가 충격적이어서 국세청장 자신이 발 벗고 나서 국민들 앞에 약속을 한 것이다. 목적은 하나.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세정’ 구현을 위한 것이다.

국세청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이 너무 따가워 ‘뭔가 해도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여론이 비등했고, 국세청 고위직들이 우선 나서 청렴서약을 했다. 이 장면이 ‘전시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세청의 현실이 안쓰러운 상황이다. 사건을 일으킨 전임 청·차장이 남긴 그림자가 국세청에 너무 길게 드리워져 있다.

사실 김덕중 국세청장 취임 이후 ‘청렴세정’을 위한 방안은 그 어느 때보다 다각도로 강구돼 있다.

국세청이 그동안 구축해 온 여러 청렴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정비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세무조사 관련 부정행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근절방안을 보완해 현재 가동되고 있는 국세청의 청렴프로그램도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김 청장이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렴프로그램이 본격적인 효과를 보기도 전에 전임 청장이 주도한 초대형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어떤 형태로든 보완이 불가피했던 것이 현실이다.

국세청이 이번에 국세행정 쇄신방안을 통해 최우선 강조한 것은 고위직에 대한 청렴방안. 국세청 본·지방청 국장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앞으로 모든 기업과의 사적인 만남을 자제하고, 특히 100대기업이나 지주회사 관계자에 대해서는 일체의 부적절한 사적 만남을 금지하는 동시에 위반할 경우 엄중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식사와 골프는 물론 ‘부적절한 사적인 만남’ 모두가 대상이다.

또 고위공직자 감찰반을 설치해 강도 높은 상시감찰 활동을 실시하고 금품이나 향응 등 비정상적인 부조리 행위가 적발된 경우에는 예외 없이 엄정한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최근 국세청 비리의 절대다수가 세무조사를 둘러싼 것이어서 세무조사 분야에 대한 부정방지 시스템도 강화됐다.

우선 ‘세무조사감독위원회’를 신설해 세무조사에 대한 견제와 감독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이 위원회는 조사 선정부터 집행 등 세무조사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심의와 자문을 하고 외부 위원의 비율을 과반수 이상으로 위촉할 계획이다.

또 국세행정위원회를 국세행정개혁위원회로 개편해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국세청이 이번에 마련한 복안이다.

다양한 방안이 포함됐지만 이번 국세행정 쇄신안의 핵심은 국세청 고위직 간부들이 대기업과의 부적절한 사적인 만남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부적절’의 개념이 포괄적이고 모호하기는 하지만 일단 납세자와의 만남을 원천적으로 금지해 부정개입의 소지를 차단한다는 점에서는 지역담당제 폐지 등 그동안 국세청이 진행해 온 부정방지 대책과 근본은 일치한다.

또 이번 쇄신방안에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게 남아있다. 소통이 강조되는 국세행정에서 근원적 만남 차단이 소위 ‘불통(不通)’으로 작용할 것을 염려해 ‘사무실 등 업무와 관련해 납세자와의 공식적 의사소통은 더욱 활성화한다’는 해석도 달았다.

국세청 고위직의 ‘고립’ 오해를 풀기 위해 동창회 등 사회통념상 이해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의 대기업 관계자 만남은 허용한다는 점까지 부연설명을 했다.

김 청장은 “높고 공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사사로운 손님을 물리칠 줄 아는 ‘병객(屛客)’을 실천해야 한다는 목민심서의 가르침을 새겨 자신부터 대기업 관계자와의 부적절한 사적 만남을 갖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을 돌아볼 때 활용하는 ‘Newspaper test’를 소개했다. ‘자신이 한 행동이 언론에 공개되었을 때 과연 떳떳할 수 있는 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자신의 답변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이다.

한편 생각하면 말단 직원도 아니고 명예와 자존감이 충만한 국세청 고위직을 대상으로 ‘누구를 만나라, 만나지 말라, 식사를 하지 말라, 차는 마셔라…’를 교육하고 선서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능한 일인가 싶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싸늘한 국민들 바라보기가 더욱 민망할 따름인 국세청의 현 상황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장마와 무더위가 유난히 길었던 올 여름이 가고, 이제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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