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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금, 개미처럼 거둬 바람에 날릴 것인가
[칼럼] 세금, 개미처럼 거둬 바람에 날릴 것인가
  • 日刊 NTN
  • 승인 2013.10.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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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정창영 본지 주필

 

연말이 다가올수록 국세청이 한시도 편한 호흡을 쉬지 못한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세수부족 때문이다. 세수부족은 국세청이 맞는 최고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전망은 이미 고통스러운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세수가 부족하다고 ‘쥐어짜기’ 세정을 전개할 수도 없다. 일부에서는 ‘세무조사 폭탄’을 거론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또한 ‘보다 철저한 업무추진’ 정도의 수준에서 진행될 뿐이다. ‘폭탄’에 비유되는 행정은 적어도 이 시대에서는 전개 자체가 어렵다.

국세청을 고통스럽게 하는 세수도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기 탓’이다. 현재의 세제구조 상 국세는 경제·경기상황과 정확하게 맥과 궤도를 같이한다. 소위 ‘자동세수’ 구조라는 것이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국세청 노력 때문인지 하반기들어 세수결손 폭이 다소 줄어드는 현상은 나오고 있다. 국세청 소관 세수의 경우 8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조9000억여원이 덜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말까지 세수부족분은 7조9000억여원이었다. 현재의 경기상황에서 국세청이 얼마나 뛰고 있는지를 반증해 주는 대목일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쉽게 물 쓰듯 쓰는 세금’이지만 징수 과정에서는 ‘숨’을 쉬기조차 어려운 긴장을 수반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세금 받는 국세청이나 납부하는 납세자 모두 세금에 참 많은 사연을 담아내고 있다.

이렇게 소중한 세금이 잘못 쓰여지는 사례가 너무 많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어렵게 어렵게 거둔 세금이지만 ‘개념없는 집행’의 현장이 널려 있다는 얘기다.

빙산의 일각이지만 ‘세금바로쓰기납세자운동본부’가 대표적 사례로 꼽은 잘못 사용된 세금낭비 사례를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경북 상주시는 215억원을 들여 ‘국제승마장’을 완공했다. 당초 상주시는 ‘2010 세계 대학생 승마선수권대회’와 ‘한국마사회 제4경마장 유치’를 겨냥해서 완공한 것이지만 경마장 유치도 실패했고, 세계 대학생 승마선수권대회는 20개국 69명이 참가해 썰렁한 행사를 치르며 사실상 실패했다.

대회가 끝나고 상주시는 고민에 빠졌다. 직원 월급을 제외하고도 시설 운영비만 연간 4~5억원이 소요되지만 특별한 수익이 없다. 승마장을 일반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물로 전환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회원이 고작 70명뿐이고 뾰족한 회생 방법이 없는 상태다.

강원도는 ‘강원국제관광엑스포’를 개최하면서 총 사업비 368억원을 들여 속초시 조양동에 4층짜리 주제관, 70m 높이의 엑스포타워로 이루어진 ‘국제관광정보센터’를 건립했다. 이 시설을 운영하느라 강원도는 매년 직원 16명이 6억원을 쓰지만 입장료 수입은 8000만원 정도이며, 10년 넘게 5억원 이상 적자를 내고 있다.

2010년 충북 제천시는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를 개최하면서 513억원을 들여 ‘한방 엑스포공원’을 건립했다. 그러나 그 뒤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 여수시는 2010년 87억원을 들여 길이 360m, 폭60~100m 규모의 ‘웅천인공해수욕장’을 개장했다. 개펄에 모래를 사다가 깔고 개장했지만 2년 만에 파도에 모래가 쓸려나가고 시설물은 파손돼 흉물로 남아 있다.

한참 성장하는 도시의 발목을 잡은 용인 경전철사업은 물론이고, 성남시를 비롯한 지자체 호화청사가 도마에 오르는 등 세금을 물 쓰듯 허비하는 현장은 그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지적됐지만 개선노력은 아주 미흡하다.

아직도 예산은 ‘따내는’ 것이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고, 일단 ‘따 낸’ 다음에는 모든 것이 거침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실제로 세정가에서는 ‘세금 갖고 벌벌 떠는 정부 부처는 국세청밖에 없다’는 말이 녹아 있을 만큼 세금 사용에 대한 불신은 깊다. 국세청이야 세금을 거두면서 세금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분위기가 짙게 깔려있다는 것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를 괴롭히는 가장 큰 요인이 정부 재원부족이고, 정부 재정의 절대적 요소는 세금이다. 대기업·대재산가, 지하경제, 역외탈세, 민생침해 영역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세수확보가 진행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정부 재원 부족을 이유로 거두는 데만 역량을 모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정부 지출 축소 계획을 마련하는 등 최근 재정 사용에 대한 방안도 일부 나오고는 있지만 워낙 미묘한 사안인데다 예산이라는 것이 ‘쓰던 것 줄이기’가 훨씬 더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면 집행과정에서는 증세 이상으로 시끄러울 것이 뻔하다.

이대로 간다면 연말을 앞두고 징세당국의 발걸음은 무한정 바빠지고, 그들이 뛰면서 딛는 보도블럭은 해가 가기 전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체공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결국 세금인데…거두는 쪽과 쓰는 쪽의 입장과 자세가 천양지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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