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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 판례평석]기부금품법에 따른 적법한 기부금은 세법상 함부로 부인될 수 없어
[율촌 판례평석]기부금품법에 따른 적법한 기부금은 세법상 함부로 부인될 수 없어
  • 법무법인 율촌 전영준 변호사
  • 승인 2018.05.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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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18.3.15. 선고 2017두63887 판결 -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출한 기부금은 손금산입 대상인 법정기부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었다면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할 수 없어”

 

1. 사실관계의 요지

원고(강원랜드)는 2012.7.경 태백시에 150억원(이하 ‘이 사건 기부금’)을 지정기탁하기로 하면서, 지정기탁사유를 ‘태백관광개발공사 정상화 유도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로, 사용목적과 사용용도를 ‘태백관광공사 긴급운영자금 지원을 통한 정상화 유도 등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로 각 기재한 지정기탁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12.8.경부터 2013.8.경까지 이 사건 기부금을 태백시에 지급(이하 ‘이 사건 기부행위’)하였고, 태백시는 태백관광개발공사에 이 사건 기부금을 교부했으며,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이를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원고는 이 사건 기부금이 법인세법 제24조 제2항 제1호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기증하는 금품에 해당한다고 보아 각 해당사업연도의 손금에 산입한 후 관련 법인세를 신고·납부했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기부금이 지급될 무렵 태백관광개발공사 발행 주식 중 10% 가량을 보유하고 있었고, 태백시는 태백관광개발공사의 발행주식 중 50% 가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피고는 2015.6.경 원고가 제3자인 태백시를 통해 특수관계인의 지위에 있는 태백관광개발공사에 우회지원을 한 것이므로 법인세법 제52조의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해 이 사건 기부금 전액을 손금불산입해야 한다면서 원고에게 법인세를 부과하는 처분을 했다.

2. 쟁점의 정리

법인이 사업과 직접 관계없이 무상으로 지출하는 기부금은 그 공공성의 정도에 따라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 특히 법인세법 제24조 제2항 제1호는, 국가나 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기증하는 기부금품으로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의 적용을 받는 기부금은 같은 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접수하는 것에 해당할 경우 이를 법정기부금으로 보아 일정한 한도 내에서 손금에 산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 기부금은 거래 외관상 지방자치단체인 태백시에 무상으로 기증하는 법정기부금으로서의 요건은 모두 갖추고 있었으므로, 손금으로 산입하는 데에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피고는, 강원랜드의 기부행위가 사실상 태백시를 통해 태백관광개발공사에게 자금을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보아 실질과세원칙 및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하여 이 사건 기부금을 손금불산입했다.

따라서 본 사안의 쟁점은, 원고가 이 사건 기부금을 지급한 행위를 세법적 관점에서 태백관광개발공사에 대한 증여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범위와 그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심의 판단

피고가 실질과세원칙 또는 법인세법에 따른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하여 이 사건 기부금을 원고의 손금에 산입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이에 대해 다투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의 이 사건 기부행위는 사실상 원고가 태백관광개발공사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는데, 다만 원고 경영진의 배임문제 등으로 인하여 특수관계인이자 이해관계인인 태백시를 끌어들여 태백시에 대한 기부행위의 외형만을 취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실제로 원고는 ‘원고가 직접 태백관광개발공사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형식’ 대신 ‘원고가 태백시에 기부하고 태백시가 태백관광개발공사에게 그 자금을 그대로 지원하는 형식’을 취한 이유에 대해 원고 경영진의 배임문제 외에는 납득할 만한 경제적 합리성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원고가 이러한 외형구성을 하지 않았다면 위 기부금 상당액은 손금에 산입될 수 없었으므로, 원고의 태백시에 대한 이 사건 기부행위는 객관적으로 보아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한 비정상적인 우회행위로서 조세법적인 측면에서도 부당한 것이라고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기부행위로 인한 계산은 법인세법 제52조 제1항에 따라 부인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가사 이러한 외형구성의 주된 목적이 원고 경영진의 배임책임 회피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기부행위의 외형을 취하게 되는 경우 위 기부금을 손금에 산입할 수 있게 되어 법인세를 상당한 정도로 감면받을 수 있음을 충분히 알았다고 보이고, 실제로 이에 따라 법인세를 감면받은 이상 조세부담을 회피할 의도 역시 넉넉히 추인할 수 있다. 따라서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세법 적용에 있어서는 이 사건 기부행위를 원고의 태백광광개발공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행위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도 기부금은 손금산정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나)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 기부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부당행위계산부인 대상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원고의 이 사건 기부행위는 기부금품법의 규정에 따라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 상대방 및 수혜자를 태백시로 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거기에 별다른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이 사건 기부금은 손금산입이 허용되는 법정기부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최종적인 결과만을 내세워 이 사건 기부행위와 태백시의 자금지원행위를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라고 섣불리 단정하여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

 

“최종적인 결과만을 내세워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라고

섣불리 단정하여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돼”

 

4.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실질과세원칙의 의미 및 적용 한계

세법은 납세자가 조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제3자를 통해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나 거래를 거치는 방법의 거래를 취할 경우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세법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

이에 따라 법인세법 제4조 제2항은, ‘법인세의 과세소득이 되는 금액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수익 등의 명칭이나 형식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내용에 따라 적용한다’라고 규정하여 실질과세원칙을 구체화 하고 있다.

그런데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과세관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원칙적인 입장이다(대법원 2017.1.25. 선고 2015두3270 판결 등 다수).

그래서 대법원은, ‘납세자가 선택한 법률관계가 설령 과중한 세금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며, 실질과세원칙에 의해 납세의무자의 거래행위를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으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5.1.29. 선고 2012두28636 판결 등).

이 사건 기부행위에 대해 피고가 적용한 법인세법 제52조의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은 실질과세원칙을 구체화하여 공평과세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대법원 2001.6.15. 선고 99두1731 판결 등).

결국 납세자의 일정한 거래·행위가 가장행위로서 사법상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거나,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이상 과세관청으로서는 당사자들이 그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은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행위계산을 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적용되는 것이고, 경제적 합리성의 유무에 관한 판단은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해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2.11.29. 선고 2010두19294 판결 등).

나) 이 사건 기부행위가 부당행위계산 부인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일정한 거래나 행위에 세금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었고, 태백시는 태백관광개발공사의 최대주주로 태백관광개발공사의 채무와 관련해 1,460억원 상당의 지급보증을 한 상태였으므로, 태백관광개발공사가 부도가 날 경우 태백시 역시 재정상 중대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는 태백관광개발공사에 직접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태백시의 요청을 계속 거절해 오다가, 태백시의 제안으로 기부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비로소 위 기부금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만 본다면 원심의 판단과 같이 원고의 기부행위를 세법적 측면에서 부당한 비정상적인 우회행위라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도 과거에, 법인이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할 의도로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기증하는 금품의 형식을 빌려 그 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를 지원하는 경우에는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1990.11.27. 선고 90누5504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태백관광개발공사에 대한 자금 지원이라는 목적보다는, 태백관광개발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통해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할 공익적인 목적으로 기부행위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점, 그리고 기부금품법에 따라 기부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점에 주목했다. 대상판결은 원고의 이 사건 기부행위가 애당초 조세회피의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이상, 이 사건 기부금이 태백시에 의해 최종적으로 태백관광개발공사에게 지급된 사정만을 근거로 하여서는 이 사건 기부행위의 실질을 달리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본 것이다. 만일 기부의 상대방이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국가였다면, 과연 피고가 그 기부행위를 부인하는 것이 타당하냐라는 상식적인 의문제기에 대해 대법원은 섣불리 적법한 기부행위를 부인해서는 아니된다는 답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5. 맺음말

대상판결은 법인세법상 손금산입이 허용되는 법정기부금의 범위와 법인세법 제52조에서 규정한 부당행위계산부인의 판단기준을 명확히 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함에 있어 조세회피의 목적을 보다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고, 단순히 일정한 거래·행위의 최종적인 결과만으로 거래 관계를 재구성할 수는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법무법인 율촌 전영준 변호사

•1998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1 사법연수원 제30기 수료
•2004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2006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2010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석사(행정법)
•2011~2012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법학대학원
국제조세분야 법학석사
•2008~2017 한국세법학회,특별소송실무연구회 회원
•2008~2017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
매경 가업승계 센터 강사 등
•2007~2017 법무법인(유) 율촌 주요 논문·저서
•2008 차명주식에 관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운용현황 및 개선방안에 대한 소고, 조세연구
•2010 행정행위에 부가된 ‘부담계약’의 법적 문제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2011 소득세법상 ‘집합투자기구로부터의 이익’에
대한 과세의 법적 문제에 관한 소고, 특별법연구
(제9권), 특별소송실무연구회
•2013 조세환급금 청구와 당사자 소송,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44집
•2014 부담금 환급거부처분의 처분성 및 구체적
환급절차(조세와의 비교),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46집
•2014 조사대상 선정사유 없이 이루어진 세무조사에 근거한 과세처분의 위법성,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47집
•2015 소득세법 및 조세조약에 따른 거주자
판정기준, 판례연구, 서울지방변호사회, 29집
•2015 비영리법인의 주요 조세문제, ‘비영리법인
(복지법인 포함)’ 특별연수, 대한변호사협회


법무법인 율촌 전영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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