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정부시절 ‘데이비드슨 프로젝트’에 협조한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대북공작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게 징역 8년, 벌금 2억4000만원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의 심리로 열린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 손실) 혐의 공판에서 이 같이 구형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 구형과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최후진술, 이 전 청장측 변호인의 변론이 있었다. 판결 선고는 오는 8월8일 오전 같은 법정에서 진행된다.
검찰은 국정원이 국세청과 접촉·활용해 비자금 추적을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DJ비자금 추적과 관련해 대선직전까지 언론보도를 활용하고 폭로하는 등 국정원이 당시 DJ비자금 추적을 어떤 의도로 진행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고 봤다. 이 전 청장은 이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당시 국제조세관리관)의 진술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이현동 청장에게 부탁할 당시 미국에 있는 비자금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밝혀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에 따라 비자금 추적 업무가 국정원의 업무범위인지 아닌지 여부는 상식 수준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등은 일관되게 자금 요청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국정원은 돈이 든 쇼핑백을 이 전 청장에게 전달했으며, 삼자대면을 하는 등 일관되게 돈이 전달됐다고 진술했다. 특히 이들이 이현동 청장에게 돈이 전달되지 않았다면 이 전 청장을 억울하게 할 일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1억2000만원의 뇌물수수에 대해 극구 부인하는 등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국고손실은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청장측은 “김승연 국장이 찾아와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박윤준 전 차장의 진술은 한차례 번복된 바 있으며 책임을 면하기 위한 주장”이라고도 밝혔다.
또 국고손실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공모가 인정되는 증거가 없으며 주위의 추측성 진술만 있기 때문에 가담정도는 지극히 낮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건 당시 이 전 청장의 직위가 국세청 차장에 불과해 국정원의 예산이 어디에서 올 수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등 ‘국고손실죄’의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은 해당 업무를 주도했으면서 자신이 부담할 형사책임을 피하기 위해 국정원 측과 사전 협의해 추측성 진술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동 전 청장은 최후진술에서 “국세청장으로서 기관장을 역임한 자가 국세청 조직에 누를 끼쳐 후배들에게 부끄럽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는 떳떳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재판부에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