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13 (금)
[國稅칼럼] 세법 개정 과정에 대한 단상
[國稅칼럼] 세법 개정 과정에 대한 단상
  • 이동기 세무사
  • 승인 2018.12.14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동기
이동기 세무사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우리나라 헌법 제40조에 따르면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그리고 조세법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 제59조에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에서는 입법권이 국회에 있음을 천명하면서도 헌법 제52조에서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정부도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기능이 확대되고 경제상황이 복잡하게 변해가는 현대 국가의 특성을 감안할 때 입법권은 비록 국회에 있지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안은 정부에서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전문성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장기간 개정이 없는 민법이나 상법 등 일반 법률과는 달리 복잡한 경제상황을 반영해야 하는 조세법의 경우에는 수시로 개정수요가 발생하고, 그러다보니 조세법은 정부뿐만 아니라 의원들도 수시로 개정안을 내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에서는 매년 정례적으로 세법 개정안을 마련해서 7월 말이나 8월 초에 연례행사처럼 언론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발표한 후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정부에서 제출하는 세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변경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는 그대로 통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론 등을 통해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접한 일반 국민들은 정부에서 국회에 세법 개정안을 제출할 때 이미 개정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 실정이다.

국회법 제5조의3에 따르면 정부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년 1월 31일까지 해당 연도에 제출할 법률안에 관한 계획을 국회에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계획을 변경했을 때에는 분기별로 주요 사항을 국회에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 세법 개정안을 만들 때는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전체적으로 개정사항을 검토한 후에 정부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정부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는 연중 수시로 세법 개정안을 준비해서 국회에 제출하기도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10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규정된 국회법 제79조에 따라 많은 의원들이 수시로 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조세법의 전체적인 구조나 체계에 맞지 않는 개정안이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는 발의된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정쟁과 시간에 쫓긴 졸속심사로 인한 세법 개정안에 대한 부실심사 아쉬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의 의안현황에 따르면 제20대 국회에서 발의되어 2018년 12월 7일 현재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인 주요 세법 개정안을 보면, 정부안 포함해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무려 285건, 소득세법 83건, 부가세법 47건, 법인세법 33건 등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세법 개정안 중에서 정부안 몇 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것인데, 내용을 보면 지나치게 지엽적이거나 비슷한 내용들을 여러 의원들이 이름만 바꿔서 발의한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의원들의 입법실적 때문에 이렇게 많은 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개정안들은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고 내용 또한 매우 부실해 보인다는 것이다.

어쨌든, 복잡하고 급변하는 경제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뜬금없이 너무 자주 세법을 개정하는 것은 고질적인 문제임에 틀림없다 할 것이다. 이렇게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임시방편적인 세법 개정으로 인해 조세법이 조세 논리에 맞지 않는 누더기법이 되고, 전문가에게 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매번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정기국회가 개회된 후 국정감사 등으로 인해 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가 국정감사가 끝난 후에는 고용세습 국정조사 등에 대한 이견으로 국회가 파행되면서 야당이 조세소위에도 불참하는 등 세법 개정안에 대한 내실 있는 논의 자체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달 28일 국회의장이 정해진 기한까지 여야합의로 상임위 심사가 마무리 되지 않을 경우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것으로 보는 세입예산 부수법안 28건을 지정해서 소관 상임위에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조세법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 지정기한 내에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심사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조세 관련 법안이 28건인데, 이 중 정부제출안이 17건이고 의원발의안이 11건이다. 문제는 세법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계속 지지부진해서 그나마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어 본회의에 부의된다고 하더라도 시간에 쫓겨 제대로 심사도 못한 상태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재산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가의 재정수입에도 영향을 주는 조세법을 중구난방식으로 발의한 후 제대로 검토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세법 개정안 내놓고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어야

 

우리나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입법권은 국회에 있고 국회법에 따라 법률안은 의원뿐만 아니라 정부도 제출권이 있지만,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에 대해 제대로 심사하고 논의할 권리나 의무는 국회에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매년 방대한 양의 세법 개정안을 준비해서 국회에 제출하고 의원들 또한 수시로 세법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작 국회는 정치적인 쟁점이나 다른 이슈 때문에 세법 개정안에 대해 제대로 된 검토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떠밀리듯이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어찌 보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13년 말 세법개정으로 그동안 개인의 소득세를 계산할 때 적용하던 의료비와 보험료 등 많은 소득공제가 2014년분부터는 세액공제로 대폭 전환될 때도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로 하지 않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가, 정작 개정법이 시행되어 세금계산할 때 갑자기 늘어난 세금 때문에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국회가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던 사례를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조세법은 다른 일반법과는 달리 경제와 회계 등이 결합된 굉장히 복잡하고 전문적인 법 분야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한정된 인원으로 조세에 대한 전문성이 거의 없는 의원들이 국회에서 복잡한 세법개정안들을 모두 검토하고 심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다행히 국회법 제22조의3에 따르면 입법 및 정책과 관련된 사항을 조사·연구하고 관련 정보 및 자료를 제공하는 등 입법 정보서비스와 관련된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국회입법조사처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설치된 국회입법조사처 내 재정경제팀에 조세분야를 담당하는 인력이 몇명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매년 정부에서 제출되는 세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수시로 제출되는 의원들의 세법 개정안을 꼼꼼히 검토해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에는 몇명의 직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현재도 국회입법조사처 내에 입법 및 정책 관련 조사·연구 및 정보의 제공 등을 통해 국회입법조사처장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자문위원회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조세 관련 전문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세법 개정안을 제대로 검토하고 심사할 수 없다면 외부전문가 등을 활용해서라도 조세체계에 맞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지속가능한 조세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