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8:11 (금)
용기가 필요한 공직(公職)
용기가 필요한 공직(公職)
  • 정창영 본지 주필
  • 승인 2018.12.28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8년을 보내며…
정창영
(본지 주필)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내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장관이 이달 퇴임하면서 꺼낸 말은 ‘용기’였다.

그는 경제수장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대해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전제하고, 어려움은 상시화될 것이고 우리 경제·사회시스템이 지속 가능한지 끊임없이 도전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국민들께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인기 없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 ‘용기’에 대해 그는 실력이 뒷받침되는 자기중심(中心)이 서야 비로소 용기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논란과 비판이 있더라도 자기중심에서 나오는 소신을 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김 전 부총리는 소신대로 할 수 없을 때 그만두겠다는 것은 작은 용기라고 전제하면서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바치는 헌신이야말로 큰 용기라고 강조했다. 헤밍웨이는 용기를 ‘고난 아래서의 기품’이라고 정의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아울러 기획재정부 직원들에게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과제에 기품 있게 맞서기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공직을 떠났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퇴임사는 많은 해석과 뉘앙스를 남겼다.

소득 주도 성장을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최저임금 인상 등 시장에 충격을 주는 정책을 거침없이 쏟아 내면서 밀고 나간 결과 일자리 등 연이은 ‘참사’라는 표현을 달고 살았던 경제운용에 대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그가 ‘용기’를 말한 대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실제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청와대 정책실과 불협화음을 내면서 소위 엇박자 내지 부조화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김 부총리의 퇴임소회는 심정적으로 일견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공직의 마지막까지 경제수장을 맡아 온 그의 막중한 위치를 생각한다면 일부에서 평가하는 것처럼 자기변명 내지 자기 합리화라는 지적도 받는다.

현 단계에서 정확하게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 경제정책이 실패 내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결과를 받는다면 과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용기 있는 공직생활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청와대 주도로 파죽지세로 밀고 나가는 경제정책을 두고 김 전 부총리가 다른 견해를 갖고 많은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로는 공개석상에서 청와대 정책실과 다른 방향의 말을 쏟아내는가 하면 최저임금 인상문제 등을 두고는 주변에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그렇게 진행됐고, 현 정권은 ‘우리 경제의 기본이 아주 견고하다’고 강조하지만 현실은 경제가 국민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됐고, 대통령 지지율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최우선 과제로 급부상해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퇴임사에서 강조했던 ‘용기’는 어쩌면 그가 떠나면서 실천해서 자랑스러웠다는 의미보다는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아쉬웠던 대목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확고한 자기중심에서 샘솟는 ‘큰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못한 일종의 소회였을 수도 있다. 올해 우리 경제는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의 문제에 앞서 공직 내부적으로 용기를 논해야 하는 그런 처지에 있었다.

그래도 굳이 위안하자면 국가정책 운용을 두고 공직자는 진정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점 정도라고나 할까.

 

 

2018년은 국세행정으로서는 복 받은 한 해였다.

한 해를 보내면서 소위 ‘대과(大過)없이 마무리 한다’는 말은 오늘의 팍팍한 현실을 감안할 때 일종의 성공과도 의미가 통한다. 이런 연장선에서 올 국세행정은 말 그대로 외양적으로 큰 문제없이 차분하게 마무리를 하고 있다. 굳이 좋은 쪽에서만 본다면 비록 경제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국세행정은 순풍에 돛을 단 해였다.

무엇보다 세수가 국세행정의 순항을 이끌었다. 지금은 부담이 많이 줄었지만 국세행정은 세수행정이었다. ‘세수만 차면 힘들 것이 없다’는 것이 국세행정의 기본에 깔려 있는 정서다. 이런 의미에서 국세청은 올해 차고 넘치는 세수를 두고 엄살을 부려야 할 정도로 표정관리를 했다.

기획재정부는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걷힌 세금을 263조4000억원으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조5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세수진도율도 전년보다 3.8%p 증가한 98.2%를 기록해 10월까지 한해 거둬야 할 세금을 거의 다 거뒀다. 이 기간까지 누계 통합재정수지도 28조7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물론 국세청이 세수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세수에 관한한 걱정이 없었던 올해는 국세행정으로서는 축복받은 한 해였다.

이를 기반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자영업과 중소기업들에 대해 국세청은 올해 세무조사 면제 등 다양한 세정지원을 펼칠 수 있었다. 자영업자들의 무덤이었다는 난세에 납세자 반발 없이 오히려 따뜻한 시선을 받으며 무난한 세정을 펼칠 수 있었다.

세수의 핵심은 자진신고납세제도의 정착과 이를 ‘기발하게’ 운용하는 능력에 달려있는데 사전신고 안내 등 핵심 노하우를 국세청이 세무조사 수준으로 활용한 결과라는 평가도 함께 나오고 있다.

 

 

잘 나가는 면이 있으면 반드시 그 뒷면도 있다. 국세행정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일반적인 국세행정의 신고 서비스나 시스템, 친절 등에 대해서는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납세자와 접촉하는 접점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세행정의 가장 예민한 부분인 세무조사는 물론이고 납세자와 이견이 맞서는 대목에서는 올해도 많은 아쉬운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세법을 적용해 납세로 연결하는 국세행정은 간단한 업무가 아니다. 많은 변수가 있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 경제상황과 환경은 수시로 변하고 새로운 변화가 상존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국세행정을 펼쳐 나가려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설득할 것은 설득하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무조건 관행에만 매달리며, 국세행정의 시각에 고착해서 막무가내로 국세청 입장만 고집해서는 국민적 믿음을 얻기가 어렵다.

실력과 경험을 갖춘 국세공무원이 자기중심을 분명히 하고 용기 있게 업무에 임할 때 비로소 국민은 신뢰를 보내게 된다.

올 한 해 국세행정을 돌아보면서 많은 이들에게 들었던 아쉬운 대목이 바로 이 점이었다. 국세행정 시스템은 첨단을 추구하는데 아직도 실무에서는 우격다짐과 막무가내가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실력을 기반으로 자기중심을 굳건히 하면서 발휘되는 국세공무원들의 용기가 소중한 시점이다.

 

 


정창영 본지 주필
정창영 본지 주필 master@intn.co.kr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