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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변호사 수임료 내고 조세소송 맡길 서민 몇이나 될까?
[취재수첩] 변호사 수임료 내고 조세소송 맡길 서민 몇이나 될까?
  • 이상석 기자
  • 승인 2019.02.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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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희 변협 회장, "유사 법조 직역 시장침해 막겠다"…'변호사직역수호특위' 결성
- 입법 칼자루 쥔 국회, 변호사:세무사=49:3 압도적…시험대 오른 '업역 이해충돌'
- 시민단체 조세재정 간사 "'협업의무화' 규정 신설로 해결 가능할 것"
작년 11월 '국민을 위한 세법전문가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 사진=이유리기자
작년 11월 '국민을 위한 세법전문가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 사진=이유리기자

지난달 독자 출마해 신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이찬희 변호사는 “직역 수호가 (임기 내) 가장 중요한 과제다. 변호사들의 소송대리 권한과 업무 범위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또 “'변호사직역수호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최근 공세가 강화된 변리사∙세무사∙법무사 등 유사 법조 직역들의 변호사 시장 침해를 막겠다”고도 장담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장인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작년 11월초 대표 발의한 '세무사법 개정안'은 세무사가 조세소송에 참여하는 길을 제시한 법안으로, 이달 중 입법을 위한 본격 심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 분쟁 관련 소송대리 권한이 변호사의 전유물이라, 소액 조세분쟁의 경우 과다한 소송비용 부담 때문에 납세자가 소송을 지레 포기하는 등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법안이다.

김정우 의원은 당시 "조세 관련 전문지식을 가진 세무사를 대상으로 소송대리에 필요한 자격시험을 응시토록 해 이를 통과한 세무사에게 조세소송 대리권을 부여, 법률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자"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소송 전 포기되는 다수의 소액 조세분쟁에 대해 비용부담이 적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법 개정에 나섰다"며 '세무사법 일부개정 법률안'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국회 기재위 전진호 전문위원도 검토보고서를 통해 "조세소송에서 별도의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는 것보다 이의신청·심판청구 등의 대리를 해왔던 세무사가 소송을 대리하도록 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납세자에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또 "변리사법에서도 변리사에게 특허 및 실용신안 등과 관련된 행정소송의 대리인 자격을 부여한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안 발의 후 변호사 업계의 격렬한 반발이 뒤따랐다. 세무사업계도 '임전무퇴'의 의지로 대치하고 있다. 법안 이해관계들을 대상으로 기초 수준의 의견조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변호사 출신이 49명인 현 20대 국회에서 세무사 출신은 3명에 불과해 당초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다만 이 개정안이 보호하고자 하는 주 계층이 '일선 세무서의 부당∙과잉 과세를 바로잡아 재산권을 지키려는 중산서민층'이 대부분인 상황인 점을 고려, 변호사 업계의 입장이 상당수 시민들에게 '밥그릇지키기'로 비춰질 수 있다.

과거 두 차례 실패했던 사례와는 다른 결과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세무사 업계의 희망 섞인 관측이다.

국회 차원의 조세소송대리권 제정 움직임은 12년전부터 2번 있었다. 2007년 안택수 전 한나라당 의원이 '자격시험 합격 시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인 자격 부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었다.

세무사 출신 백재현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지난 2012년 '국세 및 지방세 소송대리 자격 부여'를 내용으로 한 법안을 발의했었다. 둘 다 국회 내 법률가들의 반발로 한치도 전진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었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세무사의 소송대리 참여를 법으로 보장, 소송당사자의 권리 구제에 적극 임한다는 점 또한 세무사 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행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로 조세소송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변호사를 양성할 수 있는가의 문제, 일선 변호사들의 조세∙과세행정 관련 전문지식이 충분한가에 대한 논란 등이 세무사에게 세무소송대리권을 부여해야 하는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조세행정상 분쟁사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액사건의 경우, 납세자들이 마음 편하게 세무사 사무소에 사건을 의뢰하고 싶어도 현행법상 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얼마나 나올지 가늠하기 힘든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걱정도 없이 로펌 문을 두드릴 민원인이 과연 몇이나 될지 회의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조세소송 전 과세기관에 대한 이의신청과 국세심판원에 대한 심판청구 등이 전심 절차로 필수적이다. 이 단계를 세무사가 진행하다가 해결이 안되면 조세소송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소송대리권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 내막을 꿰고 있는 세무사를 내치고 세법∙과세행정 등에 대한 전문성이 비교적 취약한 변호사에게 고액의 수임료를 지불하면서 소송대리를 의뢰하라고 납세자들에게 강요하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 과연 조세정의에 부합하는가.

한국세무사회 이창규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미 조세행정심판 수행으로 일선 세무사들의 조세전문성과 조세소송 수행능력은 검증됐으며, 특히 조세소송에 있어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국회 기재위에서 심사중인 세무사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세무사고시회 곽장미 회장도 지난달초 신년회에서 "과세관청의 부당한 과세에 의해 재산권의 침해를 당하는 납세자들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고액의 변호사 수임료를 감당하지 못해 행정소송을 포기하는 국민들 역시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민원인의 조세소송대리인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시회는 2월중 이에 대한 정책토론회도 열 예정이다.

세무사 업계에서는 이를 위해 민사소송법 강좌 등 향후 세무소송 대리권 획득에 대비해 세무사들이 미리 갖춰놔야 할 법률교육 연수과정 개설 및 모의법정 개최 등 관련 활동에 대한 논의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작년 11월 세무사에게 세무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변호사 업계에선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던 김현 변호사는 개정안 발의 직후 "사법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세무사들에게 로스쿨·변호사시험의 우회로를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결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경제분야 시민단체의 조세재정 부문의 한 간사는 8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세소송 협업 의무화'와 같은 규정에 합의한다면 해결 가능할 것"이라면서 "세무사 업계에서도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소송대리 실무에 걸맞은 지식 등을 갖춰야 한다"고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밝혔다.

결국 이와 관련된 모든 제도와 규범은 대다수 국민의 재산권을 최대한 보호하고 권익 침해를 방지하는 데 그 요체를 둬야 한다는 게 뼈대다. 양쪽 업계의 주장 속에 이에 대한 고려가 얼마나 내포돼 있는지 시민들은 들여다보고 있는 분위기다.

이제껏 고액 수임료 부담으로 납세자들이 소송을 포기, 구제받지 못한 소액∙소규모 세무소송대리 시장을 새롭게 확장∙개발한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양측이 각 단계별 역할과 책임소재 및 수익분배에 대해 한발씩 양보해 상호보완적인 가이드라인에 합의한다면 결국 납세자∙세무사∙변호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중재안 도출이 영 불가능한 사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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