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것인가, 감옥에 갈 것인가 선택 강요 안돼”
-“민사상 책임으로 충분…형사처벌 과해”
부도위기의 하청업체가 어쩔 수 없이 납품을 중단하는 행위에 국가가 공갈죄 등 형벌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국회의원(정의당)은 “하청업체들이 망할 것인가, 감옥에 갈 것인가를 두고 선택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형사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폐업 위기에 놓인 하청업체가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납품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해 법원이 공갈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하도급 전속거래 구조 아래에서 장기간의 걸친 불공정행위로 협력업체들이 부도나 파산 등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했을 때 계약상 의무이행을 중단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하고 필요 시 민사상의 책임만 지우도록 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2일 밝혔다.
13일 본지 전화통화에서 추 의원실 관계자는 “(파산 등의 심각한 상황에 처한) 2·3차 협력업체들이 납품을 할지, 중단할지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안 자체는 없었다”라면서 “이번에 ‘계약상 의무이행을 중단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라 설명했다.
추 의원실에 따르면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부도 위기를 맞아 손실 보상이나 기업 인수를 요청했다가 공갈죄로 처벌 받은 자동차 2차 협력업체 사례가 2009년 이후로 16건이나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2차 협력업체 부자(父子)가 법정 구속된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까지 몰린 협력업체들이 계약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면 민사상 책임으로 충분하고 형사처벌은 과하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추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이 외에도 생산용 금형이나 원자재 등을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협력업체)에게 반 강제적으로 구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조항의 대상범위를 확대했다.
추 의원은 “원사업자가 지정하는 특정 사업자에게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계약관계를 임의로 단절하면서 정산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금형을 강제로 탈취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금지해 하도급 전속거래 구조에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의 수평적 거래 관행 정립을 위한 내용들을 담았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 전·현직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하도급 중소 협력업체 보호를 위한 입법청원을 한 바 있다. 추 의원의 이번 하도급법 개정안은 이들의 청원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하도급법 개정안은 고용진, 김종대, 민병두, 심상정, 윤소하, 이명수, 이정미, 이철희, 이학영, 표창원 (가나다순)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