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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인 둔 대기업들, "이전가격 실질과세는 과도한 규제…이중과세 위험도 증가"
해외법인 둔 대기업들, "이전가격 실질과세는 과도한 규제…이중과세 위험도 증가"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9.04.0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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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후 미국회계사, “국세청이 특수관계 없는 법인과의 거래와 비교, 더 많은 과세 할 수 있다” 우려
재계, "이전가격 넘어 경영전략까지 간섭?"…정부, "정부에 입증책임, 납세자 부담 과도하지 않다"
국세청 실무간부, “이전가격세제 자체가 실질과세원칙 따른 것 아니고 조세회피 의도와도 무관해"
국세청, 법령개정 전에도 '거래부인' '재구성' 정상가 산정…“국가간 다국적기업 세수 싸움이 본질”

올해부터 국내 본점과 해외 특수관계 법인간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TP)에 조세회피 혐의 등 문제가 있는 경우 국세청이 해당 거래를 ‘부인’하거나 ‘재구성’해 ‘치밀하게’ 과세하도록 법이 바뀌어 대기업 재무라인들의 긴장도가 급증하고 있다.

재계는 “기업이 소득을 낳는 자산∙기능∙위험을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세율이 낮은 국가로 옮겨 그에 상응하는 소득을 이전하는 것은 기업의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전략의 일환인데, 바뀐 법은 과세당국이 기업들의 사업적 결정까지 국가가 관여할 소지가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 소속 김민후 미국회계사(AICPA)는 ‘국제금융시장의 조세이슈’를 주제로 지난 3월28일 국회에서 열린 학술세미나 주제발표에서 “바뀐 법에 따라 국세청이 ‘독립기업과라면 더 수익이 많이 나는 거래를 했을 것’이라며 더 많은 과세를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이 같이 주장했다.

최근 몇 년간 해외매출 비중을 빠르게 늘려온 한국 대기업 본점들이 특수관계가 있는 해외 현지법인과 거래하면서 이전가격을 조작, 한국 정부에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을 소지가 커졌다는 판단에 정부가 세법을 고쳐 촘촘한 과세를 시도하려고 하자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과도한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민후 미국회계사(법무법인 광장)
김민후 미국회계사(법무법인 광장)

김 회계사는 ’국내 이전가격 실질과세원칙 도입 배경 및 주요국 사례로 살펴보는 국내 시사점’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정상가격 산출방법의 실질과세 적용을 뼈대로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세조세조정에 관한 법률(국조법)’ 개정에 따라 납세자는 ‘과세관청이 납세자 사업적 결정에까지도 관여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납세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사업방향(How to run business) 관련 결정에 대해 과세관청이 관여(intervention)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 전 국조법 5조에 ‘국외특수관계인과의 거래는 정상가격을 적용한다’고만 언급된 조항이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법에서는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우선 과세당국은 거주자와 국외특수관계인 사이의 상업적 또는 재무적 관계 및 해당 국제거래에서 중요한 거래조건을 고려, 해당 국제거래의 실질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해당 국제거래가 그 거래와 유사한 거래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사업자 사이의 거래와 비교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거래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적시했다.

바뀐 법의 핵심은 “과세당국은 판단 결과 거주자와 국외특수관계인 사이의 국제거래가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거래가 아니고, 해당 국제거래에 기초해 정상가격을 산출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해당 국제거래를 없는 것으로 보거나(‘부인’) 합리적인 방법에 따라 새로운 거래로 ‘재구성’해 정상가격을 산출할 수 있다”고 한 대목이다.

과세 당국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니까 싸게 해준 것이지, 독립법인과 거래라면 그런 조건으로는 거래 못하지"라며 해당 이전거래 거래 자체를 '부인'하거나 "정황을 보니까 세금을 덜 내려고 그런 식으로 한 것 같은데, 독립된 거래처와 했다면 이렇게 했을 거야"라면서 거래를 '재구성', 더 많은 세금을 거두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거주자와 국외특수관계인 사이의 국제거래를 ‘부인’하거나 ‘재구성’ 할 수 있는 적용원칙을 명확화 하기 위해 같은 법 시행령 제 4조 ⑤항과 ⑥항에 ‘판단기준’을 신설, 지난 2월12일 시행령 공포와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⑤항에 따르면, 거래쌍방의 ▲계약조건 ▲자산∙기능∙위험에 대한 판단 ▲거래된 재화나 용역의 종류 및 특성 ▲경제 여건 및 사업전략 등을 정부가 종합 판단해 과세 근거로 만들 수 있다.

기업의 경영전략에 해당하는 자산∙기능∙위험에 대해 “(기업이) 부담한 위험은 거래 당사자의 위험에 대한 관리ㆍ통제 활동 및 위험을 부담할 재정적 능력 등을 고려, 기획재정부령(시행규칙)에 따라 분석해야 한다”거나 “거래 당사자가 수행한 기능은 거래 당사자뿐만 아니라 거래 당사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 모두를 고려, 전체적으로 사업활동이 수행되고 있는 방식, 거래 상황 및 관행을 종합 고려해야 한다”는 식이다.

같은 조 ⑥항에서는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거래인지를 판단할 때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사업자 사이에서는 해당 거래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구를 고려하라고 했다.

또 “해당 거래를 체결하지 않거나 다른 방식으로 거래를 체결하는 것이 거주자 또는 국외특수관계인에게 사업목적상 유리할 것”과 “해당 거래로 거주자 또는 국외특수관계인의 조세부담이 상당히 감소하는 등 조세 혜택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해당 거래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 등을 구체적 판단요건으로 제시했다.

김민후 회계사는 “(개정 법령에 따라) ‘거래부인’ 및 ‘재구성’에 따른 과세 자체가 상업적 합리성 해석상 주관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국 과세당국과 이견소지도 커 납세자 입장에서 이중과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홍 기획재정부 국제조세제도과장
김정홍 기획재정부 국제조세제도과장

김 회계사는 “납세자는 철저히 실질에 기반한 이전가격정책을 세우고 상세한 기능 위험 분석을 통해 이런 위험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면서 “사업구조재편이 있을 때 이에 대한 사업적 주장・논리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미국의 경우 ‘상업적 합리성’이 결여돼 있을 때 ‘거래 부인’과 ‘재구성’하는 조항 자체가 없기 때문에 향후 국세청에서 이 조항을 근거로 과세했을 때,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중과세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책으로 “납세자의 과세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캐나다나 호주와 같은 적법절차(due process)를 도입, 과세당국의 ‘거래 부인’과 ‘재구성’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면서 “사전가격합의제도(APA)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제시했다.

정부는 이러한 기업들의 우려에도 이번 국조법령 개정이 불가피했고 합리적이라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 김정홍 국제조세제도과장은 김민후 회계사 주제발표 직후 토론자로 나서 “이전가격 거래를 ‘부인’하거나’ 재구성’하는 요건을 규정한 국조법 시행령이 주관이 개입될 수 있고 추상적인 부분도 있어 불확실한 과세요건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이전가격 정상가격 조정의 경우 일반적 입증책임은 물론 ‘상업적 합리성’ 판단 또한 과세당국에 입증책임이 있기 때문에 납세자 부담이 과도한 것은 아니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옥창의 서울지방국세청 사무관
옥창의 서울지방국세청 사무관

또 “선진국 사례와 견주면 이번 국조법 개정은 적정한 수준”이라며 “호주 국세청도 해외특수관계법인에게 부당하게 많은 이자를 지급한 내국법인에  대해 해당 거래를 정상적 제3자간 거래로 ‘재구성’해 적법하게 경정처분한 사례가 실제로 있을 정도로 '공격적인' 과세를 한다”고 주장했다. 

옥창의 서울지방국세청 사무관도 토론자로 나서 “이전가격세제 자체가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것이 아니며, 이전가격이 정상가격에서 이탈해 있는 이유가 조세 회피 의도에서 비롯됐는 지는 상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전가격을 ‘부인’하거나’재구성’하는 것은 이번 법령으로 생긴 게 아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전가격지침에 나와 있는 것”이라며 “국세청은 과거부터 이 원칙에 따라 필요하면 거래부인과 재구성을 통해 이전가격을 산정해왔다”고 덧붙였다.

옥 사무관은 다만 “법령에서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거래’라든가 ‘정상가격 산출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조세부담이 상당히 감소하는’ 등의 표현은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가격세제는 본질적으로 다국적기업이 누리는 초과이윤에 대한 조세를 관련 국가들이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가 하는 세수 싸움”이라며 “법령의 불확정 개념들은 국세청의 이전가격심의위원회 제도 운영과 대법원 판례가 축적되면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학술세미나는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이원욱 의원과 정무위 소속 최운열 의원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국제조세협회(이사장 이경근 박사)와 금융조세포럼(회장 김도형)이 공동 주관했다. 저녁 6시부터 시작해 밤 10시가 다 돼 끝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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