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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 선하증권 대신 다른 신빙성 있는 증명서류를 제출해도 아태무역 협정세율 적용
통과 선하증권 대신 다른 신빙성 있는 증명서류를 제출해도 아태무역 협정세율 적용
  • 이종혁 변호사 / 법무법인 율촌
  • 승인 2019.04.2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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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상 편의로 제3국을 단순 경유하는 경우 협정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무역협정의
원산지 규정 취지에 부합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 원산지 확인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8조 제3항은 직접운송
간주 요건 증명을 위한 대표적인 제출서류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

통과 선하증권은 일반적으로 신빙성을 높게 부여하는 운송에 관한 대표적인 증빙서류

다른 신빙성 있는 증명서류를 제출하여 통과 선하증권을 대체할 수 있어

- 대법원 2019.1.17. 선고 2016두45813 판결 -

 

요약

대법원은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 원산지 확인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8조 제3항은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에서 정한 직접운송 규정을 원활히 실시·집행하기 위해 관세당국에 제출할 증명서류에 관해 일반적으로 신빙성을 높게 보는 대표적인 증빙서류들을 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위 규칙에 열거된 증빙서류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신빙성 있는 증명서류로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위 협정은 상품이 참가국으로부터 직접 운송되는 경우 협정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상품이 비참가국을 경유하여 운송되는 경우, 이를 단순 경유로 인정받아 협정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관세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증명서류가 문제되었다. 관세당국은 비참가국을 경유하여 운송되는 경우 협정세율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통과 선하증권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고 보았다. 판결의 쟁점은 납세자가 협정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통과 선하증권 이외의 서류를 증명서류로 제출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위 대상판결의 결론은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 및 관련 규정들의 전체적인 체계나 제정 경위, 취지 등을 고려해 법령을 해석한 결과로서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상판결은 그 동안 과세실무에서 많은 논란이 되었던 위 규칙 제8조 제3항에 관해 명확한 해석론을 제시함으로써 논란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 사실관계

원고는 중국에서 생산된 신발 등을 홍콩을 경유해 수입하면서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의 개발도상회원국 간 무역협정에 관한 1차 협정(방콕협정)에 대한 개정으로서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이하 ‘아태무역협정’)에 따른 협정세율을 적용하여 수입신고를 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

그러나 피고는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 원산지 확인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하 ‘이 사건 규칙’)에 따른 “수출참가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정세율 적용을 부인하고, 원고에게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경정·고지했다(이하 ‘이 사건 처분’).

 

2. 쟁점의 정리

2006.9. 발효된 아태무역협정은 참가국의 상품이 유리한 교역조건으로 거래되도록 함으로써 참가국들 사이의 교역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위 아태무역협정에 따른 협정세율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상품의 원산지가 참가국이어야 한다. 이에 아태무역협정은 참가국으로부터 직접 운송된 물품에 대해서만 협정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국제운송 실무상 운송과정에서 주요한 물류 허브(대상판결에서의 홍콩이 대표적인 예이다)를 통해 환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아태무역협정은 물품이 비참가국을 경유하더라도, 그러한 경유가 원산지 변경 등의 우려가 없는 운송상의 단순 경유에 불과한 경우에는 여전히 협정세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그 실체적인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직접운송 간주’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규칙 제8조 제2항은 비참가국을 경유하는 물품에 대해서 직접 운송된 것으로 간주하는 실체적인 요건을 규정하면서, 제3항에서 ‘제2항을 적용받으려면 각 호의 서류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라고 절차적인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위의 각 호에 따른 서류는 통과 선하증권(제1호), 원산지증명서(제2호), 상업 송품장 원본(제3호) 그리고 제2항을 준수하였음을 증명하는 보충 서류(제4호)이다.

대상판결에서는 위의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은 경우에도 아태무역협정에 따른 협정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3.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원심은 이 사건 규칙은 관세법의 위임에 따른 것으로서 법규적 효력이 있고, 이 사건 규칙의 ‘모두 제출되어야 한다’라는 문언상 ‘통과 선하증권’을 필수서류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심은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가 아태무역협정에 따른 협정세율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통과 선하증권’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나.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이 사건 규칙 제8조 제3항은 아태무역협정 부속서에서 정한 직접운송 규정을 원활히 실시·집행하기 위하여 관세당국에 제출할 증명서류에 관해 일반적으로 신빙성을 높게 보는 대표적인 증빙서류들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제1호의 ‘통과 선하증권’을 발급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제4호에 따라 다른 신빙성 있는 증명서류를 제출해 직접운송 간주 요건의 충족을 증명할 수 있으므로,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협정세율 적용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상판결이 위와 같이 판단하게 된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아태무역협정은 물품이 비참가국을 경유해 운송된 경우에도 직접운송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밝히면서 실체적 요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반드시 어떤 특정한 서류로만 이를 증명하도록 제한하고 있지 않다.


② 이 사건 규칙 제8조 제3항 제4호에 포괄적인 증명서류에 관한 문구를 둔 것은 개별적인 물품 운송의 조건과 상황에 맞추어 적합한 증빙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으로 보이고, ‘통과 선하증권’은 관세당국에서 일반적으로 신빙성을 높게 부여하는 운송에 관한 대표적인 증빙서류로서, 이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는 다른 신빙성 있는 대체 자료를 제출하여 전적으로 운송상의 이유로 인한 단순 경유 등의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③ 원산지증명서에 관해서는 아태무역협정과 부속서 등에서 그 요건 등을 상세히 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산지증명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협정세율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음이 법령에 별도로 명시되어 있으나, ‘통과 선하증권’에 관해서는 개념 정의나 인정기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고, 미제출 시 협정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규정도 없다.

 

4. 평석

가. ‘통과 선하증권’에 관한 실무

이 사건 규칙은 2011.8. 제정되었는데, 직접운송 간주와 관련해 수입자가 세관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로 ‘통과 선하증권’, ‘원산지증명서’, ‘송품장 원본’, ‘보충서류’를 규정하고 있다. 아태무역협정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당해 상품의 원산지가 참가국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서류가 ‘원산지증명서’이다. 또한, 상품이 비참가국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거래 또는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상업송품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비참가국의 경유가 운송상의 사정으로 인한 단순 경유라는 점과 관련해 그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운송서류는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할 수 있고, 반드시 어느 특정한 운송서류에만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

비참가국의 경유가 운송상의 사정으로 인한 단순 경유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운송서류로는 대표적으로 ‘통과 선하증권(through B/L)’이 있다. 이는 최초 운송인인 선주가 최초의 해상운송 이후의 운송 과정에서 다른 선박회사의 선박을 이용하거나 또는 해상운송이 아닌 육상운송수단을 다시 이용할 경우, 전구간의 운송에 대해 발행하는 선하증권이다. 그런데 통과 선하증권은 그 서식 자체가 법정되어 있지 않고, 운송증권에 표제로 “통과 선하증권”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도 않다.


나아가, ‘통과 선하증권’은 최초의 해상운송 이후 다른 운송과정을 거칠 경우에 발행되는 것이므로, 대상판결의 사안과 같이 육로를 통한 운송이 먼저 시작될 경우에는 ‘통과 선하증권’이 발행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실무를 고려하여, 관세당국도 이 사건 처분 전까지는 ‘통과 선하증권’ 외 다른 보충적인 서류들을 통해 비참가국의 경유가 운송상의 사정으로 인한 단순 경유라는 점이 인정되면 협정세율의 적용을 인정했다. 그런데 관세당국은 2013.7. 종전의 입장과 달리 ‘통과 선하증권’은 협정세율 적용을 위한 필수 제출서류임을 공지했고, 그 이후 이 사건 처분과 같은 다수의 과세처분이 문제되었다.


나. 대상판결의 의의

원심판결은 이 사건 규칙 제8조는 직접운송의 원칙에 대한 일종의 예외로서 직접운송 간주 요건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어 이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각 호의 서류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라는 문언상 ‘통과 선하증권’은 협정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서류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도 원심판결은 아태무역협정 등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 사건 규칙의 ‘통과 선하증권’을 단순히 최초의 해상운송 이후 다른 운송과정을 거치는 특정한 운송의 경우에만 발행되는 선하증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최초의 운송업자가 전 구간의 운송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고 발행하는 선하증권”으로 정의할 수 있고, 이렇게 보아야 최초 운송업자가 제3경유국에서의 추가가공이나 원산지세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판시했다,


즉, 원심판결은 ‘서류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라는 규정은 문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면서, 동시에 ‘통과 선하증권’이라는 규정의 의미는 입법목적을 고려하여 넓게 해석했다. 그러나 ‘통과 선하증권’은 단순히 제3국을 경유하는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서류일 뿐이고, 최초 운송인인 발행인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요건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아태무역협정의 취지는 참가국 원산지 상품에 대해 협정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참가국들 사이의 교역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므로, 당해 상품이 참가국의 원산지 상품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이 사건 규칙은 상품의 아태무역협정상의 협정세율 적용을 위한 원산지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행정적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그런데 아태무역협정에 어떠한 서류가 명시적으로 열거되어 있지도 않고, 당해 상품의 원산지에 대하여 아무런 의문이 없음에도, 행정편의를 위해 규정한 행정적 절차에 열거된 서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협정세율의 적용을 부인한다면,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아태무역협정 및 관련 규정들의 전체적인 체계나 제정 경위, 취지 등을 고려하면, ‘통과 선하증권’은 직접운송 간주 요건을 판단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다양한 운송서류 중 하나를 예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대상판결과 같이 “이 사건 규칙 제8조 제3항은 아태무역협정에서 정한 직접운송 규정을 원활히 실시·집행하기 위해 관세당국에 제출할 증명서류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신빙성을 높게 보는 대표적인 증빙서류들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신빙성 있는 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상판결은 그동안 과세실무에서 많은 논란이 되었던 이 사건 규칙 제8조 제3항에 관하여 처음으로 명시적인 판단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무법인 율촌 이종혁 변호사

•2012 :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LL.M.)
•2011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박사 수료
•2006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졸업
•2004 : 사법연수원 제33기 수료
•2001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2000 : 제42회 사법시험 합격

주요경력
•2007~현재 :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조세쟁송팀
•2011~2012 : Steptoe & Johnson 워싱턴D.C. 사무소 파견근무
•2004~2007 : 공익 법무관

논문 및 저서
재건축주택조합이 조합원들로부터 신탁받은 토지에 대한 취득세 과세 여부
공유물분할의 효과에 관한 연구

 

 


이종혁 변호사 / 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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