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1:55 (금)
'명백한', '탈루 혐의' 너무 추상적…세무조사 기간·범위 연장 논란
'명백한', '탈루 혐의' 너무 추상적…세무조사 기간·범위 연장 논란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9.04.25 1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정조직 납세자보호위, 위법·부당한 세무조사 해석 둘러산 이견소지
'명백한 세무조사 기피', '세금탈루 혐의 포착' 등 추상적 문구 도마에
"조사 기간·범위가 과세 쟁점인 경우는 불복단계서 다퉈야" 권한논란

국세청이 지난해 4월1일 공인회계사나 세무사 등 민간 세무전문가들로 구성된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설립한 이래 1년여 운영하면서 분명한 성과를 자평하고 있지만, 국세청 조직 내 세무조사 담당자들은 납세자 보호와 조사 성과 사이에서 압박감과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기간연장, 범위 확대 등을 공정하고 독립적 지위에서 처리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인 납세자 주도의 위원회 조직인 만큼 무리한 세무조사를 억제한 성과는 분명히 있지만, 위원회 요구가 때로 과세불복 단계에서 다뤄질 수준이라서 세무조사를 사전 제약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국세청 관계자는 25일 본지 취재에 “납세자보호위원회가 세무조사 기간연장, 범위확대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준을 고려해야 하는데 법령 조문이 추상적인 데다 과세 쟁점이 될 경우 불복 단계에서 다퉈야 할 사안을 위원회가 다루게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현행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조사 관련 자료 제출 지연 등 피조사자가 세무조사를 기피하는 행위가 명백한 경우” 또는 “세금탈루 혐의가 포착되는 경우” 등에는 국세청이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범위도 확대할 수 있다.

세무조사 기간을 명시한 이 법 제81조의8 ③항에 따르면, 세무조사 기간을 2회 이상 연장하려면 관할 상급 세무관서장(세무서 세무조사의 경우 지방국세청장)의 승인을 받아 각각 20일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다만 ▲무자료거래, 위장·가공거래 등 사실과 다른 혐의가 있어 실제 거래 내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국제거래 이용 세금 탈루(脫漏), 국내 탈루소득 해외변칙유출 혐의가 있다면 세무조사 기간 제한을 받지 않는다.

또 ▲명의위장, 이중장부의 작성, 차명계좌의 이용, 현금거래 누락 등을 통한 세금 탈루 혐의 ▲거짓계약서 작성, 미등기양도 등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 등을 통한 세금 탈루 혐의 ▲상속세·증여세 조사, 주식변동 조사, 범칙사건 조사 및 출자·거래관계 관련자 동시조사 등도 딱히 세무조사 기간 제한을 두지 않는다.

같은 조 ①항에서 “납세자가 장부·서류 등을 은닉하거나 제출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등 조사를 기피하는 행위가 명백한 경우” 또는 “세금탈루 혐의가 포착되는 경우”, “(국세청 조직의) 납세자보호관 등이 세금탈루 혐의와 관련해 추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에는 기간연장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방국세청과 일선 세무서 소속 세무조사 담당 공무원들은 법령에 명시된 ‘세금탈루 혐의가 포착되는 경우’가 너무 추상적이라서 납세자측을 적극 옹호해야 하는 납세자보호위원들과 세무조사 성과를 내야 하는 국세청 조사요원들 사이에 견해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A지방국세청 조사국의 한 조사팀장은 “납세자보호위원회는 100%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현장 세무조사 팀장들과 눈높이가 다를 수 밖에 없다”면서 “법령이 나열한 각종 ‘탈루 혐의’에 대한 과세당국과 납세자보호위측의 견해는 다를 수밖에 없고, 더구나 ‘명백한’이라는 문구를 놓고는 뚜렷한 이견이 불가피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과세 쟁점에 대해서는 불복 절차에서 다투는 것인데, ‘명백한 탈루 혐의’를 놓고 이견이 있을 경우 납세자보호위원회가 어디까지 이를 다룰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국세청은 24일 지난해 4월1일 신설된 납세자보호위회가 재심의를 요청한 납세자 중 37.6%의 권리를 보호했다고 발표했다. 김영순 납세자보호관은 이날 “세무서장·지방청장 심의결정에 재심의를 요청한 125건 중 30건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기간 연장 승인 축소 등 일부 시정조치 했고, 세 탈루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 없이 중복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적법절차를 위반한 세무조사 17건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중지시켰다”고 밝혔다.

김대지 부산지방국세청장도 이날 오후 2시 청사 9층 대회의실에서 제5회 부산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 워크숍을 열고, 세무조사 과정의 권익침해 심의사례와 위법·부당한 세무조사 관련 최신판례 연구발표도 했다.

또 세무조사 업무의 최접점인 조사팀장들로부터 현장의 애로사항도 들었다. 이날 현장 조사팀장들이 밝힌 애로사항에서도 ‘명백한 탈루 혐의’의 해석을 놓고 국세청과 납세자보호위원간 이견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국세청 관계자는 “부산국세청 납세자 보호위원들과 지방청 예하 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장, 납세자보호담당관 등 총 90명이 참석한 이날 워크숍에서 참석자들은 2019년 납세자 권익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노력 등 정책추진방향을 공유했다”고 본지에 밝혔다.

그러면서 “납세자 권익과 과세관청의 조사권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 심의기준에 대한 토론의 시간도 가졌다”고 덧붙였다.

김대지 청장은 “납세자 권익이 국민 기본권리로 더욱 존중받도록 역할을 하는 납세자보호위가 더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관심과 토론을 부탁한다”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납세자보호위원회는 ‘국세기본법’ 제81조의18에 따라 설립돼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하거나 조사 기한을 연장하는 문제, 세무조사 관련 고충 청구, 위법 부당한 세무조사에 대한 권리보호 등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간인 조직이다.

부산지방국세청이 24일 제5회 부산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 워크숍을 열고, 세무조사 과정의 권익침해 심의사례와 위법·부당한 세무조사 관련 최신판례 연구성과 등을 공유했다.
부산지방국세청이 24일 제5회 부산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 워크숍을 열고, 세무조사 과정의 권익침해 심의사례와 위법·부당한 세무조사 관련 최신판례 연구성과 등을 공유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