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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승희, “부자 세금으로 기본소득 지급…사회합의 땐 고세율도 가능”
[인터뷰] 유승희, “부자 세금으로 기본소득 지급…사회합의 땐 고세율도 가능”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9.05.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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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소득 위해 상위 18% 가구만 순부담 증가”

- “美 소득세율 한때 90%, 신자유주의로 낮아져”

- “韓 국민부담률 27%, OECD 평균 35%에 미달”

국가가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기본소득 도입 시 순부담 증가는 상위 18% 가구에만 나타나고 나머지는 순 수혜를 받는다”며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내 불평등·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포용적 사회안전망 강화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희 의원은 9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때 미국의 경우에는 1951년부터 1963년까지 소득세 최고세율이 무려 91~92%였다”면서 “높은 소득세율이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과거 미국의 최고세율을 생각하면 결국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고, 국민부담률은 27%로 OECD 평균 35%에 견줘 많이 낮다”면서 소득세 최고세율을 70%로 인상하는 등 국민들이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 부담을 늘려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유승희 의원과의 일문일답.

- NTN = 기본소득은 스위스 우파세력이 복지지출이 너무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필요한 복지수혜 대상자에게 재원이 전달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아래 전 국민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정부이전소득입니다. 공무원들에게 지출되는 인건비와 공무원연금충당부채 등이 수백조로 압박이 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특히 스위스의 이런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 17만명 증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통해 이런 공무원 인건비 압박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에게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그대로 두고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고 하면 합의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승희 의원 = 선별복지와 비교해서 기본소득이 갖고 있는 장점이 행정비용이 아주 적게 들고, 복지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고, 가난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수급자들의 자괴감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본소득 지급에 필요한 재원 마련 관련해서, 엄청난 증세가 불가피하고 그래서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우선 언급하고 싶은 점은 기본소득 지급액 전체를 증세를 통해 조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종 세금 공제제도를 정비해서 재원을 마련하고 기본소득 지급에 따른 불필요한 복지지출도 폐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증세를 하더라도, 반대로 기본소득을 지급받게 되므로 세금 부담 자체 보다는 ‘세금(-) 기본소득’, 즉 순수혜·순부담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신대 강남훈 교수 분석에 따르면, 기본소득 도입 시 순부담 증가는 전체 가구의 18%에 불과하고 나머지 82% 가구는 순수혜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국민들이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신다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저부담·저복지 구조입니다.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고, 국민부담률은 27%로 OECD 평균 35%에 비해 많이 낮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국민들의 합의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 NTN = 한국에서 부유세로 부르는 세금을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대는 연대세(solidarity tax)로 부릅니다. 혁명 전통이 있는 나라이지만 ‘부자들이기 때문에 세금을 더 내라’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사회통합과 지속가능한 국가를 위해 계급계층 연대 차원에서 세금 더 내라’는 접근이죠. 여기에 대해 어찌 생각하십니까? 혹시 한국도 ‘부유세’라는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보십니까?

▲유 의원 = ‘부유세’ 내지는 ‘버핏세’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유세를 “부자니까 세금 더 내라”하는 식으로 징벌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문제의식의 출발점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양극화가 더는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소수가 부를 독점한 사회는 결코 번영할 수 없습니다.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우리 사회 불평등·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사회에 빚(debt)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신 김형석 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형석 교수님이 종로에 있는 한 세무사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교수님 방문 직전에 손기정 옹이 방문하셨던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손기정 옹께서 “어디서 상을 받고 상금도 좀 받았는데, 쓰기 전에 세금을 내야겠다”고 하시면서 좀 도와달라고 하셨답니다. 세무사가 “선생님은 연세도 높고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신고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고 했더니 손 선생께서 “그럴 수는 없지. 내가 지금까지 한평생 얼마나 많은 혜택을 국가로부터 받고 살았는데, 세금을 먼저 내야지”라고 대답하셨다고 합니다.

- NTN = 의원께서 주장하신 ‘소득세 최고세율 70%’는 유럽이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가 50%가 넘는 소득세율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한 사례도 있습니다. 스웨덴 등 북유럽 선진국들도 재산세 등의 최고 세율을 50% 이하로 잇따라 내렸습니다. 50%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응능부담원칙’도 있지만, 번 소득의 50% 넘게 국가가 징수하면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들었습니다. ​

▲유 의원 = 소득세 최고세율 70%는 1974년 박정희 정부가 종합소득세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채택한 소득세 최고세율입니다. 불과 40~50년 전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1951년부터 1963년까지 소득세 최고세율이 무려 91~92%이었고, 1964년부터 1980년까지는 70~77%였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30~40%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불붙고 있는 부유세 논쟁은 미국이 불평등이 심하지 않았던 70년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50% 이상의 소득세율은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90%가 넘었던 미국의 최고 소득세율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결국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보도를 보니, 우리 국민 67%가 부유세 도입을 찬성한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 불평등·양극화가 너무 심해서 더 이상 번영할 수 없다면,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 답은 신자유주의가 퍼지기 전인 70년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승희 의원
유승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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