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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에 제도 본질 놓칠 가업상속공제 개편 ‘논란’
정치논리에 제도 본질 놓칠 가업상속공제 개편 ‘논란’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9.05.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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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재부 매출기준 현행 유지 입장에 국회의원들 정치논리로 확대 주장

- “사후관리·업종변경 확대 필요해도 대상 범위 확대는 제도 본질 훼손”

- 내달 초 당정청 협의후 확정…“홍남기 경제부총리 소신 못 펼쳐 우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현 수준보다 조금 더 혜택을 주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제도의 실상을 잘 모르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측이 과감한 혜택확대를 밀어붙이면 속수무책일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내부에서 홍남기 장관이 ‘경제 원톱’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청와대와 민주당의 결정을 그대로 집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최근 가업상속공제 제도 혜택을 받는 중소·중견 기업의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고, 사후관리 기간 내 업종변경 허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상속세 과세가액 공제한도는 지금과 같은 최대 500억원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다음달 초 당정청 회의를 열어 남은 쟁점을 조율한 뒤 가업상속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제도는 10년 이상 계속해서 경영한 중소기업이나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상속할 때 가업상속재산가액의 100%(최대 500억원)를 공제해준다. 단,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상속인은 10년간 업종·지분·자산·고용 등을 유지해야 한다.

개편안에는 현재 10년으로 규정된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기간이 엄격하다는 지적에 따라 7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업종 변경 허용 범위는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소분류에서 중분류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분류 내 유사업종까지 변경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상속공제 한도액 기준인 ‘500억원’은 유지될 전망이다. 현재 상속재산 공제액은 가업 영위 기간 10년 이상∼20년 미만 200억원, 20년 이상∼30년 미만 300억원, 30년 이상은 500억원이다.

민주당 ‘가업 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 개선 태스크포스(TF)’측은 ▲유지 요건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는 것 ▲업종을 소분류에서 중분류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 ▲공제 한도를 최대 500억원으로 하는 것에 별 이견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여당 의원들은 현행 ‘매출액 3000억원 미만’으로 규정된 상속공제 대상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고, 5000억원 또는 7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설상가상 일부 야당의원들은 1조원 수준의 확대를 담은 법안까지 마련, 입법발의한 상태다.

국회의원들은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본질 대신 ‘경기부양책’ 정도로 제도 확대를 주창하고 있어 우려된다.

국회입법조사처(NARS) 경제산업조사실 재정경제팀 소속 문은희 입법조사관(변호사)는 NARS 발행 <이슈와 논점> 제1583호에 기고한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현황과 향후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독일의 경우 원칙적으로 가업상속 자산이 2600만유로(약 350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 조사관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2600만 유로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상속인의 가용자산으로 상속세 납부가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가업상속공제가 허용된다. 독일은 특히 기업규모가 아닌 기업의 사업자산 비중을 기준으로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제한하고 있다.

문 조사관은 “결국 독일의 가업상속공제는 원칙적으로 중소규모기업을 대상으로 하면서, 대기업의 경우 예외적으로 생산활동에 집중하면서 상속세 납부 시 기업유지가 불가능한 사정을 엄격히 인정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보다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이 넓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을 비상장 중소기업만 공제해준다. 그럼에도 오히려 가업승계제도의 활용이 한국보다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문 조사관은 “소규모기업의 경우 가족승계의 필요성이 크고 기업의 영속성과 고용유지라는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측면이 크다”면서 향후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논의 때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보자고 제안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상속공제 대상을 규정한 매출액 3000억원 미만과 공제한도액 기준인 최대 500억원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당초 정부가 지난 4월 말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늦어진 것도 매출액 완화 여부에 대한 이견 때문으로 알려졌다. 연 매출액 한도를 상향하는 것에 대해 기재부가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당은 좀 더 전향적으로 하자는 입장이라는 것.

여당내에도 기업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매출액 한도를 확대하자는 의견과 ‘부의 세습’에 반대하며 축소하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어려우니 기업인들에게 경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포퓰리즘적 목소리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한편 관가와 정치권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 전반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과 기재부 내부에서조차 홍 부총리 존재감이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다른 부처 장관들보다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과세 개선 TF 1차 간담회에서 심기준(왼쪽부터), 이원욱, 최운열, 유동수 의원 등 위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가업상속 및 자본시장과세 개선 TF 1차 간담회에서 심기준(왼쪽부터), 이원욱, 최운열, 유동수 의원 등 위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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