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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이호진, 계열사에 김치‧와인 강매 ‘갑질’…33억원 챙겨
태광 이호진, 계열사에 김치‧와인 강매 ‘갑질’…33억원 챙겨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9.06.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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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이 전 회장 및 태광 19개 계열사 檢고발…과징금 22억원 부과
총수일가 회사서 불량 김치‧와인 만들어 계열사에 고가에 판매한 혐의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 1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 1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총수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의 김치와 와인을 전 계열사가 고가에 대량 구매하도록 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2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국세청은 이번에 문제가 된 김치와 와인의 시장 가격과 이 회장이 자회사에 판매한 금액의 차액을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 조항을 적용, 가산세를 포함한 법인세를 추징할 수도 있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역시 총수일가 지분율 100%인 메르뱅으로부터는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와인을 대규모로 구입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와 함께 동일인인 이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은 물론 태광산업과 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상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그룹 계열 골프장인 휘슬링락CC가 공급한 김치 512t을 95억5000만원에 구입했다. 휘슬링락CC가 이 기간 김치를 팔아 올린 영업이익률은 43~56%로 같은 기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5%)의 11~14배를 기록했다. 

휘슬링락CC는 영업 부진으로 2011년 124억4000만원, 2012년 167억6000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2013년 총수 일가 100% 소유 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됐다. 2012년 125억3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티시스는 휘슬링락CC를 떠안은 2013년 71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이에 김기유 실장이 김치 단가를 종류에 관계없이 10㎏에 19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계열사별 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했고, 각 계열사는 이를 받아 다시 부서별로 물량을 나눴다.

계열사들은 이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나 판촉비 등 회사 비용으로 사들여 직원들에게는 ‘급여’ 명목으로 택배를 통해 지급했다.

직원들이 김치를 직접 산 것은 아니고 ‘보너스’처럼 받은 것이지만,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는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휘슬링락CC 김치를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구매하게 된 것은 휘슬링락CC가 속한 회사인 티시스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휘슬링락CC는 원래 동림관광개발(총수일가 지분 100%)이 설립한 회원제 골프장이었으나 영업부진으로 고전하다 티시스에 합병됐는데, 합병 이후 티시스의 실적까지 나빠지게 되자 이를 만회하고자 ‘김치사업 몰아주기’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직원들이 받은 김치는 제대로 된 김치도 아니었는데, 강원도 홍천의 한 영농조합에서 위탁 제조됐으나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이나 영업등록, 설비위생인증 등을 준수하지 않아 고발돼 현재 재판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김치는 월등히 비쌌다. 알타리무김치든 배추김치든 1㎏당 1만9000원으로 계열사에 팔렸다.

또 태광그룹은 2015년 7월부터 계열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직원 전용 사이트인 ‘태광몰’을 구축, 김치 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식으로 계열사의 김치 구매를 더욱 체계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임직원들에게 포인트 19만점을 지급한 뒤 김치를 구매할 때만 쓰도록 했으며, 포인트는 각 계열사가 복리후생비,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이용해 휘슬링락CC에 지급했다.

김성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태광그룹이 이호진 총수 일가의 회사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전 계열사가 강매하도록 지시하는 등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21억 8천억원을 부과하고 고발조치 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성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태광그룹이 이호진 총수 일가의 회사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전 계열사가 강매하도록 지시하는 등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21억 8천억원을 부과하고 고발조치 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수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 메르뱅으로부터 와인을 46억원어치 구매하며 일감을 몰아준 사실도 적발됐다.

그룹 경영기획실은 2014년 8월 계열사들에 명절 때 메르뱅에서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계열사들은 일사불란하게 계열사별로 임직원 선물 지급 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나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으로 와인을 구입했다.

계열사들은 보통 2병에 10만원 정도로 메르뱅에서 와인을 구매했는데, 와인 가격 등 거래 조건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가격 비교도 하지 않았다. 또 세광패션 등 일부 계열사는 와인을 구매할 때 김치와 마찬가지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2년 반가량 김치와 와인을 고가에 구매해 총수일가에 제공한 이익은 33억원 이상인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김치 고가 매입을 통해 휘슬링락CC에 넘어간 이익은 25억5000만원 이상이며 이는 대부분 이 전 회장과 가족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됐고, 와인 대량 매입을 통해 메르뱅에 제공된 이익은 7억5000만원이며 이 전 회장의 부인 등에게 현금배당, 급여 등으로 제공됐다.

티시스는 2013년 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014년 순이익 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해 2015년 115억6000만원, 2016년 160억원 등 순이익을 키웠다. 메르뱅도 당기순이익이 2015년 5억7000만원에서 2016년 12억4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번 조치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아래에서 합리적 고려 없이 상당한 규모의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한 첫 제재”라며 “앞으로도 대기업 집단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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