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2:06 (목)
“사무관 이상은 퇴직관서 인근서 세무사 개업 어려울 수도”
“사무관 이상은 퇴직관서 인근서 세무사 개업 어려울 수도”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9.06.21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퇴직 전 근무 세무관서 사건 수임 제한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잇따라
국세청 사무관 이상 퇴직자들, “요즘 무슨 전관예우? 국세청만?” 반발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전경.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전경.

최근 국회에서 5급 이상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에 대한 전관예우 금지와 관련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자 국세청 내 현재 대상자는 물론 장차 대상자들까지 폭 넓은 반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법안들은 마약과 성폭력 온상으로 국민 공분을 샀던 ‘버닝썬‧아레나’ 등 강남 소재 클럽의 세무대리를 관할 강남세무서장 출신 세무사가 맡은 게 직접적 계기가 됐는데, 소수의 일탈로 모든 전관(퇴직 세무 공무원)을 잠재적 범법자로 간주한다는 게 반발의 핵심이다.

본지가 복수의 현직 국세공무원들과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과 인터뷰한 결과, 국세청 사무관 이상 ‘전관예우 금지’ 법안은 지나친 규제이며 실효성도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런 법이 만들어지면 국세공무원이 전관예우 의혹과 논란에서 떳떳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치로 작용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한 현직 공무원도 있다.

엄용수 의원, “전관예우 발각되면 실형”    

국회의원들이 퇴직 전 근무 관할구역에서 발생한 사무를 맡아 전관예우를 통해 탈세를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세무사법’을 고쳐 전관예우를 원천봉쇄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지난 12일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사진)은 5급 이상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가 직전 1년간 근무한 세무관서의 업무와 관련된 수임을 1년간 제한하도록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개정안을 보면 5급 이상 세무공무원 직에서 퇴직해 세무사 개업을 한 공직 퇴임 세무사는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세무관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하는 사무와 관련된 세무대리를 퇴직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한편 세무사가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엄 의원은 “최근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의 전관예우 및 전·현직 공무원간 유착 등 비위 행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세무사에 대한 납세자의 신뢰 저하뿐만 아니라 납세체계 전체에 대한 불신풍조를 야기하고 있다“고 법안 취지를 밝혔다.

유성엽 의원, “변호사 전관예우 법제는 촘촘한데 세무사는?”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사진)도 지난 28일 비슷한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유 의원의 개정안은 5급 이상 공직 퇴임 세무사는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세무관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하는 사무와 관련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세무대리를 퇴직한 날부터 1년 동안 수임을 제한하는 내용은 엄 의원과 동일하다. 여기에 세무사의 공인회계사‧변호사 등 전문자격사 법인에서의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현행 세무사법에 따르면 세무사는 휴업하지 않고는 영리목적자의 사용인이 되거나 영리목적 법인의 업무집행사원, 임원 또는 사용인이 될 수 없다”며 “하지만 공인회계사나 변호사 등 전문자격사의 경우 ‘상법’상 상인에 해당하지 않아 회계법인·법무법인에 소속된 세무사는 영리목적 업무를 겸직하면서도 세무사 휴업은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현재 변호사의 경우 전관예우를 금지하고자 일정한 수임제한 규정을 법률로서 정해 놓고 있으나 세무사의 경우는 어떠한 제한도 없는 상황이다”며 “따라서 5급 이상 공직 퇴임 세무사에 대해 최소한의 수임제한을 법률로서 정해 전관예우를 근절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국세공무원만 전관예우 하냐?”…형평성‧실효성 지적
두 의원이 해당 법안을 발의하게 된 이유를 밝힌 것을 종합해 보면 최근 마약과 성폭행, 탈세 등의 의혹으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이 된 버닝썬‧아레나 등 서울 강남 클럽과 관련이 깊다. 

해당 클럽이 검‧경과 국세청 전직 공무원 출신 전문가들이 법률·세무대리인을 맡은 점, 특히 국세청 출신 세무사가 퇴직 당시 근무 관할구역에서 발생한 사무를 맡은 것으로 확인돼 전관예우를 금지하기 위해서라는 게 두 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세공무원과 세무사 업계는 타 부처에서는 퇴직 후 전관예우와 관련된 별다른 규제책이 없는 상황에서 국세공무원을 겨냥한 법안을 내놓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의 한 팀장은 “전관예우에 의해 부정행위가 발생하는 사례는 타 부처가 국세공무원보다 더 많고 규모도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독 국세공무원들에게만 이같은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국세청이 정경유착 등 비리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줄 것 같아 우려된다”며 “타 부처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현직 국세공무원들, “전관예우 먹히는 시대 아냐” 
서울지방국세청에서 근무하는 한 팀장은 “요즘 세무사 업계가 굉장히 어렵다. 국세공무원 출신이 아니더라도 세무사가 너무 많아서 퇴직한 국세공무원이 개업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처럼 세무사의 위상이 예전보다 못한데 전관예우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서울 소재 D세무서의 한 계장은 “국회의원들이 지적한 ‘자신이 근무하던 관서 근처에 세무사 개업을 하는’ 사례는 최근에는 많지 않다. 또한 최근 국세청은 상사가 청탁 등을 한다고 부하직원이 들어주는 이른바 ‘전관예우’가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이 법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의 주장에 대한 근거와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했다.

서울 소재 K세무서의 한 계장은 “국회의원이 지적한 ‘국세청 출신 세무사가 퇴직 당시 근무 관할구역에서 발생한 사무를 맡았다’는 것과 관련해 해당 세무사가 탈세를 도왔다는 내용이 밝혀진 것이 없고, 수임 과정에서도 특별히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법안을 발의한 것은 근거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전관, “인과응보…주홍글씨 지우는 효과 있다” 긍정적 평가
국세청에서 퇴직 후 활동 중인 한 세무사는 “해당 법안처럼 직전 1년간 근무한 세무관서의 업무와 관련된 수임을 1년간 제한하는 것이 무슨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어차피 법안에서 규제하는 ‘1년’이 지난 뒤에 수임을 맡아도 해당 비리를 저지를 수도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국세공무원과 국세청 퇴직 세무사는 해당 법안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 소재 Y세무서의 한 계장은 “타 부처 직원도 마찬가지이지만, 국세공무원이 퇴직 후 세무사가 돼 조세 불복과 관련된 업무를 수임해 자신이 근무하던 세무관서와 대척점에 서서 맞서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본다”며 해당 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다른 국세청 출신 세무사는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국세공무원 각자가 자신이 맡은 업무를 법대로 철저하게 처리한다면 이 같은 의혹이나 법안이 나올 리가 없다”며 “또 이같은 법안이 국세공무원이 전관예우 의혹과 논란에서 떳떳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