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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부당행위계산부인? 일감몰아주기? 아니면 둘다?
태광그룹, 부당행위계산부인? 일감몰아주기? 아니면 둘다?
  • 이승겸 기자
  • 승인 2019.06.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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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열사에 김치‧와인 강매…국세청, '둘 다'에 무게
- 대법원, 횡령혐의 판결…조세포탈혐의 실형 확정
- 작년 법인세 전년비 76%…올1분기 영업익도 늘어

 

400억 원대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상고심 재판만 3차례 받은 끝에 징역형의 실형을 확정 받은 가운데, 이 회사를 바라보는 국세청의 논초리가 심상치 않다.

법원 판결 결과만으로도 ‘상법’ 횡령·배임이 확실하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세법상 증여세 추징 사유가 되는 ‘일감몰아주기’나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조항을 적용해 법인세와 소득세(특수관계자인 임원 등) 등의 세금을 추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24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 보도 내용만으로만 봐도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에 해당된다면 과세 상황에 따라 세금 부과나 사후신고내용 확인, 세무조사 중 하나로 검증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국세청이 관련 내용에 대해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 규정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확인을 검토 중인지, 아니면 이미 조치된 사안인지 등에 대해서는 개별기업 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3번째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조세포탈 혐의로 선고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도 그대로 확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7일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역시 총수일가 지분율 100%인 메르뱅으로부터는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와인을 대규모로 구입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동일인인 이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은 물론 태광산업과 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상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그룹 계열 골프장인 휘슬링락CC가 공급한 김치 512t을 95억5000만원에 구입했다. 휘슬링락CC가 이 기간 김치를 팔아 올린 영업이익률은 43~56%로 같은 기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5%)의 11~14배를 기록했다.

휘슬링락CC는 영업 부진으로 2011년 124억4000만원, 2012년 167억6000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2013년 총수 일가 100% 소유 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됐다. 2012년 125억3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티시스는 휘슬링락CC를 떠안은 2013년 71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이에 김기유 실장이 김치 단가를 종류에 관계없이 10㎏에 19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계열사별 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했고, 각 계열사는 이를 받아 다시 부서별로 물량을 나눴다.

계열사들은 이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나 판촉비 등 회사 비용으로 사들여 직원들에게는 ‘급여’ 명목으로 택배를 통해 지급했다.

직원들이 김치를 직접 산 것은 아니고 ‘보너스’처럼 받은 것이지만,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는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휘슬링락CC 김치를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구매하게 된 것은 휘슬링락CC가 속한 회사인 티시스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휘슬링락CC는 원래 동림관광개발(총수일가 지분 100%)이 설립한 회원제 골프장이었으나 영업부진으로 고전하다 티시스에 합병됐는데, 합병 이후 티시스의 실적까지 나빠지게 되자 이를 만회하고자 ‘김치사업 몰아주기’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수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 메르뱅으로부터 와인을 46억원어치 구매하며 일감을 몰아준 사실도 적발됐다.

그룹 경영기획실은 2014년 8월 계열사들에 명절 때 메르뱅에서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계열사들은 일사불란하게 계열사별로 임직원 선물 지급 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나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으로 와인을 구입했다.

계열사들은 보통 2병에 10만원 정도로 메르뱅에서 와인을 구매했는데, 와인 가격 등 거래 조건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가격 비교도 하지 않았다. 또 세광패션 등 일부 계열사는 와인을 구매할 때 김치와 마찬가지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2년 반가량 김치와 와인을 고가에 구매해 총수일가에 제공한 이익은 33억원 이상인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올 1분기 연결기준 태광산업 매출액은 7316억7100만원으로 전년(7235억500만원)대비 1.1% 늘었다. 영업이익도 566억2600만원으로 전년 484억4800만원대비 16.9% 증가했다. 분기순이익은 297억2900만원으로 전년 455억9500만원대비 34.8%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한 조사 결과를 주기적으로 국세청에 보낸다. 국세청은 공정위로부터 받는 부당행위 자료를 근거로 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에 해당되는지 검증, 해당될 경우 세금을 추징한다.

한편 연결기준 태광산업 2018년 법인세 납부액은 1187억6100만원이다. 이는 전년 675억3300만원대비 75.9%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도 3조1087억6200만원으로 전년(2조9158억2300만원)대비 6.6% 늘었다. 영업이익 또한 3315억900만원으로 전년 2411억9400만원대비 37.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491억2500만원으로 전년 1791억8400만원대비 39.0% 늘었다.

2018년말 태광산업 최대주주는 29.4% 지분을 보유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다. 이 밖에도 (주)티알엔(11.22%)와 이임용 창업주의 장손인 이원준(7.49%), 학교법인 일주·세화학원(5.00%)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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