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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대로 비상장주식평가했는데 민·형사 책임을?
세법대로 비상장주식평가했는데 민·형사 책임을?
  • 이유리 기자
  • 승인 2019.07.22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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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상증법령 개정, 보충적평가방법 외 DCF방식 도입
2년간 심의실적 3건…선례 적어 납세자 입증 부담
현행제도 과거실적 이용 평가…비상장주식 과대평가 ‘불합리’
판례는 ‘경제적합리성’ 중시…세법상 평가도 불합리 판단 가능성
‘경제적합리성’ 따르면 부당계산행위 부인·세법 따르면 법적책임 ‘딜레마’
기업 “'DCF방식 평가 합리적' 입증하면 과세당국 수용해 달라”
“±30% 범위제한 단서 삭제로 심의대상 확대” 도 건의
기업·학계 비상장주식평가에 DCF 대상 확대 한 목소리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비상장주식평가에 '현금흐름할인법(Discounted Cash Flow, DCF)'에 따른 평가방식이 도입된 2017년 7월 이후 2년간 이 방식을 적용한 심의사례는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세청에 따르면 재산평가위원회가 DCF 방식으로 심의한 비상장주식평가 실적은 지난해까지는 전무했으며, 올해 4월 26일 2건, 7월 5일 1건 등 지금까지 3건이다.

기업에서는 현행 비상장주식평가 방식이 획일적이고 경직됐다면서 세법을 고쳐 현금흐름할인법에 의한 비상장주식 평가 대상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세법상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은 기업의 과거실적을 토대로 일률적인 공식으로 평가하도록 법률에서 규정해 기업실질에 비해 비상장주식이 과대평가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또 상증세법의 보충적 평가액을 기준으로 비상장주식을 거래했지만, 법원이 적정가액으로 인정하지 않아 기업의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관련 제도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들의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지난달 기획재정부에 조세제도 개선과제로 제출하기도 했다. 

현행 세법에서 비상장주식의 시가 결정체계는 ‘매매사례가액’이 없으면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액’이 시가가 된다. 

DCF를 비롯한 회계법인의 주식평가액은 세법상 시가로 인정되지 않으며, 지난 2017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재산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시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제도 도입에도 불구, 제도 이용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실제 일선의 상증세 실무에서 비상장주식 시가 결정은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이용한 보충적평가액으로 하고 있다”면서 “일선 상증업무에서 현금흐름할인 방식을 적용해 비상장주식평가를 심의해 달라는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세법에 따른 보충적평가액은 비상장주식 1주당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각각 3과 2의 비율로 가중평균한 가액이다. 만약에 그 가액이 1주당 순자산가치의 80%보다 작은 경우에는 1주당 순자산가치에 80%를 곱한 금액을 비상장주식의 보충적평가액으로 한다.

주식가치는 미래 수익성이나 현금흐름, 개별기업의 특성 등의 영향을 받는데 현행법령은 과거실적에 대해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비상장주식이 기업실질에 비해 과대평가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기업들은 “비상장주식이 기업실질에 비해 과대평가되면 가업승계 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이 가중돼 원활한 가업승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학계에서는 보충적평가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입증책임이 납세자에 있는 것도 제도 실효성이 낮은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상장주식평가와 관련해 납세자가 평가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주식평가액이 불합리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첨부해 제출해야 한다. 

현행 세법상 비상장주식평가 제도에 관한 연구를 최근 진행한 김종일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납세자가 느끼는 불확실성과 입증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평가심의위원회 심의제도 활용을 꺼린다”고 밝혔다. 

심의결정례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교수는 “어떤 경우에 과세관청이 보충적 평가방법의 사용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정해 줄 것인지, 보충적 평가방법의 불합리성을 인정받기 위해 납세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자료를 제출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19 조세제도 개선과제’를 통해 “납세자가 합리적 방안임을 입증할 경우 현금흐름할인법에 의한 비상장주식 평가를 과세당국이 수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비상장주식에 관한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경우가 납세자가 평가한 가액이 보충적 평가액의 ±30% 범위내로 한정되는 것도 학계와 기업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다. 

김종일 교수는 평가기관과 납세자를 심층인터뷰한 결과 “±30% 범위제한 때문에 현금흐름할인법에 의한 평가액이 이 범위내에 없으면 납세자는 평가수수료만 부담하고 심의신청 자체도 시도할 수 없고, 비용-효익 측면에서 효익이 지나치게 작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기업도 기획재정부에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대상 범위에서 보충적 평가방법의 ±30% 범위 안 가액으로 한정하는 단서를 삭제해달라고 건의했다. 

기업들은 상증세법의 보충적 평가액을 기준으로 비상장주식을 거래했지만, 적정가액으로 인정되지 않아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과거 기업들이 비상장주식을 양도할 때 거래당사자에게 법인세·증여세 등 세금이 부과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상증세법의 평가가격을 기준으로 거래했으며, 이는 기업의 정상적 활동에 이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문제삼지 않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상황이 바뀌어 이사가 경영행위 일환으로 한 행위에 대해서도 법원이 민형사상 책임을 인정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김종일 교수는 “법원은 비상장주식 평가에 ‘경제적 합리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법원이 상증법상 보충적평가액을 불합리한 가액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해당거래에 관여한 이사들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또는 형사상 배임문제,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세법에 따라 비상장주식을 평가했는데 오히려 배임이 되거나 주주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으며, ‘경제적 합리성’을 적용해 평가하면 국세청이 부당계산행위부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업의 어려움과 관련, 세법 개선을 검토한 적이 있냐는 본지의 질문에 “아직 현금흐름할인 방식을 적용한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도 적용과 관련해 납세자의 의견을 다방면으로 듣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세무학회가 5월 공개한 ‘세법상 비상장주식평가방법의 유연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실무 전문가들은 현행 현금흐름할인법에 따른 비상장주식 평가업무 수행에 추정기간 5년, 할인율 10%, 영구성장률 0%를 적용한 것도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는 비상장주식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상속·증여재산의 평가심의 업무를 전담하고 있어 기업가치평가에 전문성이 낮다”고 밝혔다. 

특히 외부 심의위원이 부동산평가전문가 위주로 구성돼 있어 현금흐름할인법에 의한 펑가액의 합리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기업가치평가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는 국세청 공무원 3명과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 외부위원 9명 이내로 구성된다.

보고서는 “빅4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도 재무자문본부 소속이 아니면 현금흐름할인법에 관해 깊이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현금흐름할인법에 정통한 회계사와 세무사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자격증 보유여부를 기준으로 심의위원 자격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본지에  “평가심의위원회는 회계사, 세무사, 교수 등이 위원으로 있어 비상장주식 가치평가에 무리가 없다”고 했다.  

25일께 기획재정부가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이 부분이 반영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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