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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경제’ 배경이 된 한미일 3원1차 방정식
‘평화경제’ 배경이 된 한미일 3원1차 방정식
  • 이상현 편집국장
  • 승인 2019.08.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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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언급한 ‘평화경제’, 한미일 이해관계 모두 충족
- 미일과 북‧중‧러에 맞서는 과거 프레임 종식→통일한국이 신성장동력 구현
- “한일갈등 배경은 경제 문제…선진국 일본이 성장 한국 사다리 걷어찬 꼴”

문재인 대통령이 8‧15 광복절 축사에서 밝힌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통일 한국을 의미하며, 4차산업혁명시대에 ‘평화경제’라는 새 틀을 짜 거기에 새 성장동력을 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국‧일본과 함께 북‧중‧러에 맞섰던 1965년 한일협정체제를 종식하고 수교 30주년을 맞는 러시아(2020년), 중국(2022년)과도 능동적으로 교류, 국익을 극대화 하는 중립화 외교의 시대를 선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진작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되지 못한 이유로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도 분단돼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남북 모두 막대한 국방비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무형의 분단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8000만 단일 시장을 만들어 통일로 간다면 세계 6위 경제권, 2050년경 국민소득 8만 달러 시대”를 맞으면 “저성장, 저출산·고령화도 해결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씨앗이 땅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 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는 시를 인용, ‘평화경제’를 스스로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몽골과 시베리아로 친환경차를 수출하는 나라”, “(함경북도) 회령에서 자란 소년이 부산항에서 남미 칠레까지 가는 배의 항해사”, “아무르강가에서 남북러의 대규모 콩 농사” 등을 언급,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상을 그려 보였다.

최근 한일갈등의 배경은 경제적인 문제임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면서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반도체와 휴대폰 등 일부 분야에서 한국에 뒤진 일본이 차세대 반도체산업과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본격 한국 견제에 나섰다는 여러 방증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지금 국제정세와 외교‧안보‧통상환경에서 문 대통령이 ‘평화경제’를 언급한 것은 일부 지식인들의 비아냥처럼 간단치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이란과 일촉즉발의 긴장관계에 있다. 중국과 무역마찰을 빚는 와중에도 홍콩 시위대를 북돋우며, 인접 남미에서는 우파 정권이 집권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통해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는 북측에는 4차 회담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측은 그러나 남측에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하고 미국 무기를 사들이는 당신들과 말 섞기도 싫고, 북미협상에 끼어 들 꿈도 꾸지 마라’고 막말을 했다. 한국은 일본 아베 정권과는 무역보복을 주고받으며 대립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물론 역대 한국 정부의 외교‧통상‧안보 환경이 최근보다 녹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냉철하게 해석하자면 역설적으로 지금 상황은 한미일 3국의 리더십이 바라는 바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3자 공히, 표면적으로 상충될지언정 각자에게 모두 이롭다는 해석이다.

한미일을 x, y, z 3개 변수에 빗대 3원1차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식이 3개라야 한다. 3개 식을 각각 국내정치와 외교안보, 경제통상이라고 명명할 수도 있겠다. x, y, z 3개는 서로 독립변수이지만 a, b, c와 같은 상수가 붙어 서로에 대한 의존관계를 표현하는 방정식을 구성한다.

미국(y)은 트럼프라는 혁신 정치인이 전통적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재정적자) 해소에 나섰다. 트럼프는 인건비 비중이 커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재래식 군사력을 축소하고 싶어한다. 핵전력 고도화로 해외주둔 미군을 최소화하면서 재래식 무기 대신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방어체계 등 초고부가가치 무기체계로 전환을 원한다. 군사안보 비용을 동맹국들에게 최대한 떠맡기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동아시아에서는 대륙세력인 중국‧러시아에 전략무기체계로 맞서야 하므로, 해양세력 일본과 통일을 꾀하는 남북한을 완충지대로 한 재래식 무기 중심 대응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우주공간에 전략무기들이 배치되고 통일 한국과 일정 수준의 한미동맹을 유지할 수 있다면, 분단된 한반도보다는 원유와 희토류가 풍부한 통일한국 북측지역과 교역하는 게 훨씬 낫다. 이에 따른 희토류 중국 의존도 탈피는 덤이다. 통일한국은 아울러 북한을 이용한 중국의 태평양 항로를 제약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본(z) 아베 총리는 좀 무리를 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일본을 군대를 갖는 정상국가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 잃어버린 20년을 극복 중인 일본은 정치‧문화적으로도 ‘전범국가’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서 완전히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중국에 접한 강한 통일한국’은 일본이 군사재무장을 추진하는 최고의 명분이기 때문이다.

한국(x)은 어쩌면 신라 때부터 유전자에 각인된 외세의존성을 떨칠 절호의 기회다. 남측 입장에서 통일한국은 호기롭게 지구촌 정벌에 나섰던 고구려 유전자를 이식받는 대수술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친미‧친일‧반북진영의 공세를 무릅쓰고, 게다가 ‘경제실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서라도 그 토대를 만들어 놔야 하는 숙원이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 한국의 지도자들은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동시에 세 지도자 모두 혁신을 꺼리는 국내정치에 맞서 있다. 일부는 그들의 정적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히 좋거나 나쁜 세력으로 부를 순 없는 노릇이다. 정치와 외교 모두 결국은 힘과 실력으로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누구도 비난받아서 안 되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와 아베, 문재인 이 세 지도자들이 어떤 혁신을 하려는 지에 대해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감정만 내세우는 사람은 큰 코 다칠 수 있다.

아울러 강하고 잔혹한 일본군국주의의 재림을 걱정하는 한국인이 돼서도 곤란하다. 스스로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지 않고, 알아서 독립국가의 시민권을 인정해줄 이웃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철학자 최진석 교수는 “나라의 근본 체력은 국방력과 조세 제도”라고 했다.

힘의 논리가 빚어 낸 조약이라면 모를까, 있지도 않은 ‘국제법’을 강변하고 기득권자만을 위한 조세제도에서 승승장구 해온 지대추구자(Rent Seeker)들을 부양해 줄 이웃 나라는 더 이상 없다.

그리고 그게 순리(順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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