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3년간 다른 OTT에 방송 VOD 안정적 공급’ 등 시정명령 부과
지상파 3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푹(POOQ)’과 SK텔레콤의 OTT ‘옥수수’의 합병이 승인을 얻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해외 OTT에 맞설 대형 토종 OTT가 탄생하게 됐다.
다만 지상파 3사가 향후 3년간은 다른 OTT에 방송 VOD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하는 등 시정조치를 가하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는 통합 OTT 출범으로 인한 경쟁제한을 막기 위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의 콘텐츠연합플렛폼(CAP) 주식 취득 및 CAP의 SK브로드밴드 OTT 사업부문 양수건을 심사한 결과, 해당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OTT 시장 경쟁제한 우려를 차단하면서 신산업 분야에서의 혁신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시정조치를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OTT는 인터넷망을 통해 영상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공정위가 내린 주요 시정조치 내용을 보면 ▲지상파 방송3사에게 다른 OTT 사업자와의 기존 지상파 방송 VOD 공급계약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지나 변경 금지 ▲지상파 방송3사에게 다른 OTT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 VOD 공급 요청 시 합리적‧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성실하게 협상하도록 함 등이다.
또 ▲지상파 방송3사가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무료로 제공 중인 지상파 실시간 방송의 중단이나 유료 전환 금지 ▲SK텔레콤의 이동통신서비스나 SK브로드밴드의 IPTV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의 결합당사회사 OTT 가입제한 금지 등이다.
시정조치 이행 기간은 기업결합이 완료된 날부터 3년까지이며, 이 기간 시정조치를 준수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고발된다. 3년 이후에는 시정조치의 효력이 없어진다.
공정위는 “OTT 시장이 급변하고 있고 지상파 방송사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점 등을 고려해 합병 완료 후 3년으로 기간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급변하는 OTT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기업결합 완료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시정조치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푹은 지상파 3사가 출자해 설립한 CAP가 운영하는 OTT이고, 옥수수는 SK텔레콤이 운영하는 OTT이다. 이번 합병은 SK브로드밴드가 옥수수를 CAP에 넘기는 대신 SK텔레콤이 CAP의 지분 30%를 인수하는 내용이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것은 새 합병회사가 생김으로써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장을 정하고, 각 시장에 대해 경쟁제한성을 검토하게 된다.
이번 결합에서는 ‘유료구독형 OTT’와 ‘방송콘텐츠 공급업’ 등 2개의 시장이 검토됐다. 영상 소비자가 돈을 내고 영상을 보는 유료구독형 OTT 시장에서는 두 회사가 결합한다고 해서 다른 사업자의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유료구독형 OTT들이 국내시장에 진입했고, 경쟁사업자들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공정위는 방송콘텐츠 공급업 시장에서는 지상파 3사가 OTT에 방송콘텐츠를 공급하는 수직적 관계가 형성돼 있기에 3사가 합병 OTT를 위해 다른 OTT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OTT 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는 다른 영상에 비해 고품질이고 인기가 있으며 가격도 비싸 이해관계자들은 지상파 영상을 핵심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다. 또 방송콘텐츠 공급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특정 유료구독형 OTT를 배제하는 데 아무런 법적·제도적 제약도 없다.
또 지상파 3사가 올 3월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 모바일 TV에 제공하던 지상파 콘텐츠 VOD 공급을 중단한 것도 고려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OTT 시장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OTT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점 등을 고려해 심사를 4개월 만에 신속히 마무리했다”며 “앞으로도 급변하는 신산업 시장에서의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기술과 시장의 빠른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하고 신속하게 심사·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작년 유료구독형 OTT 시장에서 옥수수는 월간 실사용자수(MAU) 329만명, 점유율 35.5%로 1위를 달렸다. 푹은 MAU가 85만명(9.2%)으로 4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