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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즙 좀 넣었다고 또 제조신고?” vs “안전 100% 자신해?…수제맥주 논란
“과즙 좀 넣었다고 또 제조신고?” vs “안전 100% 자신해?…수제맥주 논란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9.10.16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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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1주년 기획취재] 수제맥주의 현주소, 비전은?
— 김정우 의원, “수제맥주, 국세청 제조신고 건수보다 112종 미신고 판매중”
— 업계, “국세청 신고한 재료 중량 작은 변형 일일히 제조신고는 불가” 반박
— 김의원, “사업자 잘못 아니고 엉성한 비합리적 규제가 문제…원천재점검”

 

여당 김정우 의원이 지난 10일 국세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서울 수제맥주 업체 16곳 중 14곳이 무신고 맥주 112종을 판매하고 있어, 부실신고로 국민건강권을 위협 받고 탈세 문제도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김 의원은 국세청으로부터 ‘수제맥주 업체별 주류 제조방법 신청내역(2014~2019.6년)’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제맥주 업체별 품목제조 보고내역(2014~2019.6년)’을 각각 받아 수제맥주 업체들이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제조·판매하고 있다고 표시한 맥주들과 비교했다.

의원실 조사로는 업체들이 판매 중인 수제맥주는 총 306종인데, 국세청에 제조신고된 수제맥주는 총 194종, 식약처에 영업등록된 수제맥주는 169종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김 의원 문제제기의 뼈대였다.

수제맥주가 국세청 제조신고 건수보다는 112종이,식약처 영업등록건 수 보다는 137종이 각각 신고되지 않고 판매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음식료품인 수제맥주의 안전 문제는 물론 판매실적이 과세당국에 잡히지 않아 주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탈루되고 있다는 문제제기였다.

하지만 김 의원이 “국세청에 20건, 식약처에 9건을 신고했으나, 자사 홈페이지에서는 98종의 맥주를 제조·판매한 다”고 구체적인 상호까지 밝힌 ‘미스터리 브루잉 컴퍼니’측은 기자의 확인 취재에 기다렸다는 듯 조목조목 반박 논리를 제시했다.

이 회사 이인호 대표(남·38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서민 위한 정당을 표방한 현 집권여당 국회의원, 그것도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며 의원실 보도자료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우리는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인데 설혹 잘못이 있더라도 보도자료에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소기업 하나를 죽일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핵심은 김 의원실이 수제맥주 관련 법제와 현실을 거의 모르고 우리를 ‘밀주업자’ 취급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책상에 앉아 만들어 배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에 따르면, 수제맥주를 만들 수 있는 ‘소규모맥주제조자’들은 맥주를 만드는 맥아와 호프, 물, 효모 등 4가지 원재료의 중량만으로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에 제조시설과 제조 대상 주류에 대한 심사를 신청한다. 주류 제조 방법 적합 판정을 받고 제조 면허증 교부에 앞서 술을 출고하기 앞서 주질 감정도 받아야 한다.

국세청의 면허와 주질 심사를 모두 통과하면 식약처에 영업등록을 하고 제조한 수제맥주의 성분 비율이 당초 신청대로 유지된다는 점을 입증하면 비로소 수제맥주 판매가 가능하다.

2002년 처음 수제맥주 제조판매가 허용됐을 당시에는 허가 받은 영업장 안에서만 수제맥주를 팔 수 있었지만, 이후 법을 고쳐 일반 맥주들처럼 소매점에서도 팔 수 있게 됐다. 수제맥주에 날개가 달린 셈이다.

이 대표의 반박 논리는 간명하다. 수제맥주 사업자가 신청한 맥주 원재료 중량과 제조방법이 국세청 심사를 통과하고 식약처 가이드라인(성분 비율)을 충족하면, 해당 제조신고분에 대한 수제맥주는 다양한 변형과 다른 재료 혼합을 통해 다른 브랜드를 붙여 팔아도 추가 제조신고 없이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확히 정의하자면, 제조 단계에서는 맥주 재료 배합 비율이라든가 변형, 첨가 등은 허용되지 않지만 제조신고를 마친 맥주 완제품에 다른 재료를 넣어 파는 것은 개성 있는 '칵테일'에 해당된다"면서 "제조단계에서는 철저한 품목제조신고를, 판매단계에서는 자유로운 칵테일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완제품 맥주에 과일의 즙을 첨가해 개성있는 수제맥주를 만들어 매니아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수제맥주 본연의 가치를 실현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작은 변형 맥주에 대해 일일이 제조신고를 할 수도 없고, 하게 된다면 또 제주도에 있는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에 일일이 시제품을 보내고 식약처에 또 등록을 해야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효모균이 살아있는 생맥주이다보니 짧은 유통기한 등을 고려해 한 종류의 수제맥주를 1000리터 정도 생산하는 편”이라며 “재료 가공의 미세한 차이나 첨가물 등에 따라 제조신고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밖에도 과거방식으로 주류납세증지를 붙이는 수제 생맥주는 제조신고 건당 최소 제조량이 너무 적은 특성 때문에, 납세증지 인쇄업체조차 “소량 인쇄는 안된다”며 강짜를 부린다고도 푸념했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맥주를 즐기려는 취지로 허용된 수제맥주를 둘러싼 규제가 너무 사업자들의 숨통을 조인다는 호소다.

업계의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더라도 가령 제조신고와 식약처 등록을 마치고 생산한 ‘크래프트A’라는 이름의 수제맥주의 원재료인 맥아를 좀 더 볶아 흑맥주 풍미가 나는 변형 제품을 만들어 ‘크래프트B’라고 이름 지어 판매한다면 판단이 엇갈릴 수도 있다.

김정우 의원실이 업계의 얘기를 듣고도 고개를 갸웃 하는 지점이다. 국가가 술을 규제하는 것은 술이 ‘국민건강’이라는 특수한 문제와 결부된 기호 음식이라는 점을 확고히 중심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우 의원실 황창민 비서관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적한 수제맥주의 문제는 사업자 문제라기보다는 합리적이고 촘촘하지 않은 규제 자체의 문제”라고 밝혔다.

황 비서관은 우선 “수제맥주 사업자가 원재료의 가공방법의 미세한 변형이나 첨가물 등이 큰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알콜 도수 차이를 유발할 수도 있고 화학작용 등으로 어떤 잠재적 위험이 초래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사업자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으면서도 보다 완벽한 식품안전과 정상적 거래질서를 보장하는 종합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비서관의 우려는 “된장찌개에 넣는 두부를 10조각으로 썰어 넣느냐, 5조각으로 하느냐에 따라 두부에 묻는 국물의 양이 차이가 나므로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미스터리 브루잉 컴퍼니 이인호 대표의 '물리적 변화'를 넘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화학적 변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잠재적 위험을 반드시 사전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황 비서관은 “맥주 세금이 종량제로 바뀐다면 무자료 거래 문제는 일정한 해결의 단초는 되겠지만, 여전히 식품안전 문제는 남는다”면서 “국세청으로 일원화 됐던 주류 규제가 2010년 6월 식약처로 일부 넘어가면서 이원화 된 점도 정부가 이 문제 공론화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문제제기에 앞서 만난 국세청 실무자들도 우리 의원실의 문제제기에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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