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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U 정보 왜 계속 보관?”…국세청, “아직 10년 안됐어요”
“FIU 정보 왜 계속 보관?”…국세청, “아직 10년 안됐어요”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9.10.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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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정무위 유동수 의원, “국세청 FIU 정보 보유로 ‘빅브라더’화”
- 국세청 “2014년부터 FIU 자료 받아…2023년 돼야 최초 폐기 시작”

“조세부과 목적이 끝났으면 당연히 폐기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국세청은 업무상 활용하는 전산시스템에 업로드 되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의 삭제 여부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해요. 국세청이 빅브라더(Big Brother)화(化) 될 수 있는 거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실 관계자가 21일 “FIU의 특정 금융거래정보를 이용한 국세청의 ‘빅브라더’화에 대한 사후감독 필요성”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배포, 확인 취재차 전화한 기자에게 한 말이다.

보도자료에는 “국세청의 조세 부과 목적 FIU정보 요청이 ‘영장주의 원칙’의 우회로(迂廻路)로 사용될 가능성 높아”라는 부제목이 달려 있어 납세자 인권과 직결되는 이슈로 보였다.

유동수 의원은 국세청이 제공받은 정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 지난 2018년부터 FIU에게 통보하는 점에 주목했다. 의원실은 다만 “국세청이 과세 목적에 유용했는지 여부만 보고하고 폐기 여부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동수 의원실 관계자는 “국세청 전산시스템에 업로드 되는 FIU정보의 삭제 여부에 대해서는 자료 제출을 거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세청의 해명은 너무 단순했다. FIU로부터 제공받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경우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6조에 따라 10년 동안 국세청 전산시스템에 남아 있는데, 아직 시행 10년이 안됐다는 것. 국세청 관계자는 “2014년부터 FIU 자료를 받아왔으니 오는 2023년이 돼야 10년 기한 만료로 최초 폐기가 시작된다”면서 “지금 FIU 정보 삭제 이력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금융정보 관리권한이 국세청(IRS)에 있다. 한국의 경우 기관간 견제를 통해 빈틈 없는 규제 실익을 높이고자 FIU를 설립,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조직으로 가동하고 있다.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 등 세무조사권과 수사권을 갖춘 부처에서 전문 인력을 파견, 의혹 있는 금융거래정보를 각자의 목적에 공유·활용하고 있다.       

유동수 의원은 금융‧조세 관련 법령이나 실무지식을 더 갖춘 공인회계사 출신 정치인으로, 이번 보도자료에서 ‘영장주의 원칙의 우회’나 ‘빅브라더’와 같은 묵직한 문제의식을 담았다.

‘영장주의’는 기본권 침해가 없도록 강제처분에 법관 영장을 받도록 하는 원칙으로, 영장 없는 체포‧구속‧압수‧수색을 금지하는 헌법적 기본권 영역이다. 그런데 재벌그룹 대주주들이 해외 자회사 등을 통해 역외탈세,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을 꾀하는 시대다. 금융기관이 FIU에 ‘의심나는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고, 검찰‧국세청이 이 정보를 분석, 불법차단과 처벌에 나서는 것이 기본권 침해와 어떤 관련이 있는 지에 대한 설명은 보도자료에 없다.

‘빅브라더’는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인간의 모든 언행을 감시하는 전지전능한 국가권력의 상징이다. 기자가 “내밀한 의료비 공제자료 등이라면 모를까, 국세청이 탈세 적발을 위해 ‘의심나는 금융거래정보’를 획득해 분석, 보관하는 게 왜 문제인가”라고 물었더니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의원실이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라면 국세청의 의료비 관련 개인정보 보유를 문제 삼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기자가 다시 “탈세는 범죄이고 국세청은 실제 조세범칙조사도 한다. 부과제척기간은 최고 10년이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조세 범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라고 했더니, 의원실 관계자는 “범죄조사는 FIU의 일이지 국세청의 일이 아니다”고 응수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외국환거래 등 금융거래를 이용한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규제하는 데 필요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 범죄 예방과 투명한 금융거래 질서를 확립하려고 만든 법이다.

유동수 의원
유동수 의원

국세청은 이 법에 따라 FIU에서 받은 특정 금융거래정보를 자체 전산 시스템에 올려(upload) 다른 납세자 과세정보와 비교해 역외탈세 등의 혐의를 검증한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이 법에 따라 의심이 가는 금융거래정보를 FIU에 스스로 보고해야 한다. 국세청이 자체 파악한 혐의로 금융기관에 공식 절차를 밟아 금융거래정보를 받는 경우도 있다.

고액현금거래보고(Currency Transaction Report, CTR) 의무에 따라 금융기관은 2000만원 이상의 고액 현금거래 발생 때 30일 안에 FIU에 보고해야 하며, 자금세탁 등이 의심되는 ‘이상한 거래(Strange Transaction)’에 대해서도 의심거래보고(STR)를 해야 한다.

국세청은 지난 2014년 FIU통합분석시스템(FOCAS)을 구축, 이 때부터 본격 FIU 정보를 활용, 관리해왔다. 2012년부터 FIU 정보를 받아 시험 운용했고, 공식적으로 2014년부터 국세청 전산시스템에 FIU정보를 올려 본격 과세 자료로 활용해왔다.

국세청 조사국 등 세무조사 관련 부서가 최근 5년간 FIU 정보를 활용한 세무조사로 한 해 평균 2조원 넘는 세금을 추징했다. 국세청으로서는 이 정보가 매우 요긴한 게 사실이다.

유동수 의원은 “FIU가 국세청에 제공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기록은 특정 ‘금융거래정보법’ 제7조 제7항에 따라 5년 동안만 보존되므로, 국세청의 전산시스템 보존기간(10년)과 달라 이후 5년간은 국세청이 해당 데이터를 법적 근거 없이 보관하는 셈”이라는 문제도 제기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다만 “이는 문제제기의 핵심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빅브라더’화(化) 될 수 있는 국세청은 그냥 잠자코 비판을 받으라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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