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상승률 초과 수신료 인상 금지, 채널수 임의 축소 등 조건 달아”
- “3년전 SK-CJ 합병 불허와 시장상황 달라져…경제 활성화도 고려해야”
SK브로드밴드와 태광 티브로드 및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합병이 공정당국으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는 넷플릭스(Netflix)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등장하는 등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제때 대응할 기회를 주겠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이같은 방송·통신업계 거대 기업결합으로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 내 장악력이 커져 발생하는 ‘경쟁 제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인정해 물가 상승률을 넘는 수신료 인상, 채널 수 임의 감축, 고가 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등을 금지하는 조건을 달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3개사)의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주식 취득 건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SK브로드밴드 및 LG유플러스의 SO(System Operator, 종합유선방송 사업자)와의 기업결합 건을 심사한 결과, 해당 기업결합을 승인하기로 했다”며 “다만 유료방송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를 차단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그러면서 ▲2022년 말까지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는 수준의 케이블TV 수신료 인상 금지 ▲8VSB 케이블TV 가입자 보호 위해 8VSB 케이블TV 및 디지털 케이블TV간 채널격차 완화 및 8VSB 케이블TV 포함 결합상품 출시 ▲케이블TV 전체 채널 수 및 소비자 선호 인기채널 임의 축소 금지 등 시정조치를 내렸다.
또 ▲저가형 케이블TV 상품으로 전환‧계약연장 거절 금지 및 IPTV 등 고가형 방송상품으로 전환 강요 금지 ▲모든 방송상품에 대한 가격, 채널 수 등 중요한 정보 충실히 제공 등도 조건으로 부과했다.
시정조치 대상은 SK브로드밴드는 8VSB·디지털 케이블 TV, LG유플러스는 8VSB·케이블 TV다.
조 위원장은 양사 간 시정조치 대상이 다른 것과 관련해 “LG유플러스는 ‘8VSB 유료방송시장과 디지털 유료방송시장 간 혼합 결합’에서만 경쟁제한성이 있으나, SK브로드밴드는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에서도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이와 함께 “기업결합을 심사하면서 방송 채널 전송권 거래시장의 중소방송사(PP)의 프로그램 사용료 및 홈쇼핑 송출 수수료 거래실태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이를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도 소관사항을 검토하도록 요청하겠다”라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가 앞서 지난 3월 CJ헬로 발행주식 50%+1주를 CJ ENM으로부터 취득하는 계약을,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지분 100% 소유)과 태광그룹(티브로드 지분 79.7%) 등 결합 당사회사들이 5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계약 사실을 각각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례적으로 긴 약 8개월의 심사와 지난달 16일 전원 회의 결정 유보 등 우여곡절 끝에 결국 2건 모두 공정위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SK그룹의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합병을 불허한 바 있다. SK텔레콤-CJ헬로모바일(이동통신)과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방송)의 결합이다.
공정위는 당시 양사 간 기업 결합이 유료방송시장, 이동통신 도·소매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며 인수·합병 금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조 위원장과 공정위 실무진은 이에 대해 “2016년과 2019년 사이 유료방송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과거에는 유료방송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시장을 분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리된 각 세부 시장에서 경쟁 제한성이 여전히 있지만, 전체 유료방송시장에 미칠 영향을 따졌던 2016년 당시보다는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이 밖에도 1위 통신사업자 SK텔레콤과 3위 LG유플러스의 시장 지배력 차이 등도 2016년과 심사 결과가 다른 배경의 하나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