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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는 무조건 조세회피?…대법원, "아니다!"
[판례평석]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는 무조건 조세회피?…대법원, "아니다!"
  • 법무법인 율촌 이종혁 변호사
  • 승인 2019.11.1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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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공급자가 다르게 적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았다 하여,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어"

-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가 인정되면 10년의 제척기간과 40% 중가산세를 부담해야

-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되려면,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 실제 공급자와 다르게 적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았다 하여,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단정 못해

- 매출신고를 누락한 부분은 위와 같은 인식을 판단함에 있어 고려될 수 없어

- 매출신고 누락분이나 공급자에게 부가가치세 환급이 되었다는 점은 요건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어

 

- 대법원 2019.9.9. 선고 2019두31730 판결 -

 

요약

대법원은 세금계산서상의 공급자가 실제 공급자와 다르게 적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은 이 사건에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볼 수 없어, 5년의 국세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고, 부정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원고가 거래상대방인 임원의 주선으로 정상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공급받으면서, 실제 공급자가 다르게 적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고, 세금계산서상의 공급자가 그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납부한 사건으로서 원고의 행위를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원고에게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쟁점에 대한 판단은 10년의 장기 제척기간의 적용 및 40%에 달하는 무거운 부정과소신고 가산세의 적용여부를 좌우하게 된다.

대법원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행위와 관련하여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을 일응의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본 사안에서 과세관청과 원심판결은 그 인식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해석한 반면, 대상판결은 그 인식의 의미를 엄격하게 판단해 징벌적 성격이 있는 위 조항에 대해 함부로 적용하는 것을 제한한 것은 타당한 방향이다.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원고는 주식회사 B(이하 ‘B법인’)의 영업본부장인 C로부터 정상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이하 ‘실제 판매가격’)으로 원사를 공급받되, 그 세금계산서는 주식회사 D(이하 ‘D법인’) 명의의 것을 발급해 주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C는 원고로부터 실제 판매가격으로 산정한 원사 대금을 지급받아 그 중 일부를 D법인에 전달하고, D법인은 C로부터 받은 원사 대금을 납품대금 명목으로 B법인에 다시 지급했으며, 그 과정에서 B법인은 D법인에 영세율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주었다.

D법인은 C의 요청으로 2009.1.부터 2014.9.까지 원고에게 실제 판매가격에 따른 공급가액 합계 9,546,605,457원의 세금계산서 54장(이하 ‘이 사건 세금계산서’)을 발급해 주었고, D법인은 관할세무서에 이 사건 세금계산서에 관한 2009년 제1기분부터 2014년 제2기분까지의 부가가치세를 모두 신고·납부했다.

한편, 원고는 B법인으로부터 공급받은 원사를 E, F 등에 공급하면서 세금계산서를 일부 발급하지 아니하여 2009년 제1기분부터 2014년 제2기분까지 공급가액 합계 1,975,402,964원 상당의 매출 신고를 누락했다.

원고는 D법인으로부터 원사를 공급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공급가액 9,546,605,457원 상당의 세금계산서 54장을 발급받았고, B법인으로부터 원사를 공급받았음에도 공급가액 합계 3,208,162,093원 상당의 세금계산서 22장을 발급받지 않았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2017.2.9.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이 사건 항소심 계속 중이던 2018.7.20. 확정되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원고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원고가 실제로는 B법인으로부터 원사를 공급받았음에도 D법인 명의의 이 사건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사실과 E 등에 세금계산서를 일부 발급하지 아니하고 원사를 공급해 매출 신고를 누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관할세무서장인 피고에게 과세자료를 통보했고, 피고는 2016.5.9. 원고에게 2009년 제1기부터 2014년 제2기까지 부가가치세 합계 2,375,696,870원(가산세 포함)을 경정·고지했다(이하 ‘이 사건 처분’).

 

2. 쟁점의 정리

구 국세기본법(2011.12.31. 법률 제111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세기본법’이라 한다) 제26조의2 제1항은 제3호에서 상속세·증여세 이외의 국세의 부과제척기간을 원칙적으로 ‘해당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5년간’으로 규정하는 한편, 제1호에서 납세자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는 ‘그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 국세기본법 제47조의3 제2항 제2호는 납세의무자가 ‘부정행위’로 부가가치세의 납부세액을 과소신고하거나 환급세액을 초과신고한 경우에는 부정과소신고납부세액과 부정초과신고환급세액을 합한 금액의 100분의 40에 상당하는 금액에 일반과소신고납부세액 등의 100분의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합한 금액을 가산세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의 행위를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 이에 따라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고, 부정과소신고가산세까지 원고에게 부과할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는 또한 조세범 처벌법에 규정된 조세포탈죄의 구성요건이기도 하다.

 

3.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원심판결은 ‘원고는 D법인으로부터 발급받은 매입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경우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정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 받은 경우’에 해당해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고, 원고에게 구 국세기본법 제47조의3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가산세(부정과소신고 가산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원고는 실제로는 B법인으로부터 원사를 공급받으면서도 D법인으로부터 이 사건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그 매입세액을 공제해 부가가치세를 신고했고, 원고는 E나 F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한 채 무자료로 원사를 공급해 합계 1,975,402,964원의 매출신고를 누락했다. 특히 원고는 B법인과의 거래가 비정상적인 거래라는 이유로 D법인에 부가가치세를 매입액의 10% 상당액이 아니라 5~7% 상당액만 지급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거래 과정에 의하여 원고는 B법인으로부터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원사를 매입하는 이득을 얻는 동시에 매출신고 누락액에 대한 부가가치세 및 소득세를 탈루하고 사실과 다른 매입 세금계산서를 바탕으로 매입세액을 공제받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을 감소시켰으며, 이러한 거래 과정이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다.


② 비록 D법인이 일시적으로 이 사건 세금계산서에 따라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고 하더라도, D법인은 실제로 원고에게 원사를 공급한 자가 아니므로 부가가치세법에서 정한 납세의무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는 D법인에게 그가 납부한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그에 따라 국가의 조세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피고는 2016.4.15. D법인에게 이 사건 세금계산서에 따라 D법인이 납부한 2009년부터 2014년까지의 부가가치세 합계 736,338,060원(가산금 포함)을 환급했다.


③ 원고는 D법인으로부터 발급받은 이 사건 세금계산서가 정상적인 세금계산서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원고는 종국적으로는 D법인이 납부한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고 그에 따라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인식했다고 할 것이다.

 

나.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원고에게 사실과 다른 이 사건 세금계산서로 매입세액을 공제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따라서 원고가 사실과 다른 이 사건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을 공제받은 행위는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 및 제47조의3 제2항 제2호에 규정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 또는 ‘부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5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고, 부정과소신고가산세도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세금계산서상의 ‘원고가 D법인으로부터 원사를 공급받은 매입거래’는 ‘원고가 E 등에 원사를 공급한 매출거래’와 당사자, 거래 목적물 등이 전혀 다른 별개의 거래이고, 달리 위 매입거래와 매출거래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거래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 나아가 원고가 B법인과의 매입거래로 얻은 이득액을 숨기기 위해 약 19억7500만원에 이르는 매출신고를 누락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처럼 원고가 매출 신고를 누락한 부분은 매입거래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거래당사자인 E 등과의 매출거래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위 매입거래가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고려될 수 없다.


② D법인은 C를 통해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원사 대금으로 이 사건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을 모두 납부했다. 따라서 원고가 C와 체결한 약정에 따라 공급가액의 3~5% 상당의 부가가치세액을 감액받은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위 매입거래와 관련하여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D법인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처분은 과세관청이 사후에 스스로 한 것이어서 원고가 부가가치세 신고 당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4. 평석

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통한 매입세액공제에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의 판단 기준

대법원은 그동안 다수의 판결(대법원 2014.2.27. 선고 2013두19516 판결, 대법원 2015.1.15. 선고 2014두11618 판결)에서 납세자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 매입세액의 공제 또는 환급을 받는 경우, 그러한 행위가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나 제47조의3 제2항 제2호에서 규정한 ‘부정행위로 부가가치세의 납부세액을 과소신고하거나 환급세액을 초과신고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태도를 취하였다. 즉, ‘납세자에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의 공제 또는 환급을 받는다는 인식 외에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자가 그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을 제외하고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 및 납부세액을 신고·납부하거나 또는 그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 전부를 신고·납부한 후 경정청구를 하여 이를 환급받는 등의 방법으로 그 세금계산서상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탈함으로써 납세자가 그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일응의 기준을 제시했다. 다만 대법원이 제시한 ‘조세수입 감소에 대한 인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므로, 해석상 많은 분쟁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에게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가 주된 쟁점이 되었고, 제1심과 원심은 원고에게 위와 같은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나. 공급자의 명의를 달리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경우 조세수입 감소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제1심과 원심은 원고가 공급자 명의를 달리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후 매출액 신고를 실제 누락했다는 점과 D법인이 부가가치세를 결과적으로 환급받은 점을 주된 이유로 하여 원고에게 위와 같은 인식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고, 부정과소신고 가산세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하여, 대상판결은 원고가 매출 신고를 누락한 부분은 매입거래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거래당사자인 E 등과의 매출거래에서 발생한 점과 D법인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처분은 과세관청이 사후에 스스로 한 것이라는 점을 주된 이유로 하여 원고에게 위와 같은 인식이 없다고 판단했다. 즉, 매입세액공제를 부인하더라도 5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고, 부정과소신고가산세까지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 과세관청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행위’를 판단함에 있어 지나치게 납세자에게 불리한 해석을 했다. 사기나 그 밖의 부정행위가 인정된다면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고, 40%에 달하는 부정과소신고 가산세까지 부과할 수 있게 되어 납세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법원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행위와 관련하여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을 일응의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는데, 과세관청과 원심판결은 그 인식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해석한 반면, 대상판결은 그 인식의 의미를 엄격하게 판단했다. 이는 중가산세 및 장기제척기간의 신설이 납세자에 대한 가중적인 제재적 규정임에 비추어 그 확대적용을 경계한 것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대한 인식 여부는 개개의 사건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법무법인 율촌 이종혁 변호사

•2012 :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LL.M.)
•2011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박사 수료
•2006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졸업
•2004 : 사법연수원 제33기 수료
•2001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2000 : 제42회 사법시험 합격

주요경력
•2007~현재 :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조세쟁송팀
•2011~2012 : Steptoe & Johnson 워싱턴D.C. 사무소 파견근무
•2004~2007 : 공익 법무관

논문 및 저서
재건축주택조합이 조합원들로부터 신탁받은 토지에 대한 취득세 과세 여부
공유물분할의 효과에 관한 연구

 

 


법무법인 율촌 이종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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