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인자금을 해외로 빼돌려 세금 없는 부를 세습하고 법인의 사업구조를 개편한 것처럼 위장, 적극적 이전가격 조작 등 공격적 조세회피를 일삼은 지능적 역외탈세자들을 적발하는데 본격 나섰다.

다국적 디지털기업의 국제적 이중비과세 등 조세회피와 ‘구글세’ 도입 등 제도개선 과도기의 빈틈을 악용한 지능적 역외탈세 단속에 전격 나선 것이다.

국세청은 20일 “소위 ‘빨대기업’과 ‘세금 유목민’ 등 신종 역외탈세와 공격적 조세회피 혐의자 171명에 대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국세청은 회계법인이나 로펌, 세무법인 등 전문가 집단이 조세조약과 세법의 맹점을 악용해 치밀하게 역외탈세를 기획, 주도면밀하게 역외탈세 기반을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조세회피처에 서류상 회사(paper company)를 설립, 국외소득을 은닉하는 등 전통적 역외탈세 방식은 그간 자체 검증을 통해 일정 부분 양성화됐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정상적 조세제도가 운영되는 국가에 현지법인을 설립, 완전한 정상거래가 이루어진 것처럼 가장해 법인자금을 유출한다. 또 다국적 디지털기업이 조세 회피를 위해 실질적 영업내용의 변화 없이 마치 사업구조를 개편한 것처럼 위장, 소득을 해외로 빼돌리는 등 신종수법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과거 일부 대기업 사주일가에서 주로 발견되던 전통적 역외탈세 수법을 상대적 검증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 자산가들이 모방, 국내거래 위주로 이뤄졌던 중견 사주일가의 편법 상속·증여에도 해외신탁 취득 등 국제거래가 이용되고 있다.

국세청은 “해외투자와 외환거래가 용이해지면서 은닉자금을 해외부동산 취득 등에 활용한 사례도 다수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위 ‘빨대기업’을 이용해 회사의 이익을 사주가 편취하는 수법이 주요 탈루유형으로 꼽힌다.

해외합작회사 지분을 외국법인에 양도한 것처럼 조작하고 국내 모기업과 국제거래를 통해 해외합작회사에 이전한 소득과 거래대금을 사주가 관리하는 해외계좌로 빼돌려 은닉하는 방식이다.

조세조약과 세법의 맹점을 악용한 다국적 디지털기업 등의 지능적 조세회피와 사업구조 개편으로 위장하고 적극적 이전가격 조작 등 공격적 조세회피도 이번 조사 대상이다.

해외에 본사를 둔 국내자회사가 본사의 특허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 적정 사용료(loyalty)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다가, 원가분담약정을 통해 연구비를 공동 부담하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불합리하게 원가부담약정을 체결해 국내소득을 국외로 부당 이전했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국세청은 이 같은 신종 역외탈세 혐의자 60건과 자금출처 내역이 명확하지 않은 해외부동산 취득자 57건, 해외 호화사치 생활자 54건 등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조사국 관계자는 “이번 조사대상자는 신고자료, 유관기관 수집정보, 탈세제보, 국가 간 교환정보 등을 종합·분석, 핀셋 선정했다”면서 “다국적 디지털기업의 지능적 조세회피, 사업구조 개편 거래 위장 등 공격적 조세회피 정밀 검증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해외부동산 취득자료, 외환거래·출입국 내역 등을 토대로 자금출처를 정밀 분석해 특별한 소득이 없거나 기타 재산에 변동이 없는 사람을 선정했다.

이준오 조사국장은 “국내외 정보망을 최대한 활용해 신종 역외탈세·공격적 조세회피 유형을 지속 발굴할 것이며, 조사역량을 집중해 끝까지 추적·과세하겠다”면서 “검찰·관세청 등과 공조체제를 활용, 엄정하게 조사를 집행하고 관련 세금을 철저하게 추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납세자의 고의적인 자료제출 거부·기피 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등 ‘국세기본법’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 전국 동시 세무조사 대상자 현황

이유리 기자 euri.lee@intn.co.kr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