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2대 회장으로 사반세기 동안 그룹을 이끌었던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지난 14일 94세 일기로 별세했다.
1925년생인 고인은 LG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장남으로 LG그룹 2대 회장을 역임했다.
유족들이 고인이 입원 중 마지막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빈소를 마련했지만,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하면서 평소 고인이 몸소 실천한 '소탈'과 '겸손'의 미덕을 기렸다는 평가다.
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타계했을 때도 LG그룹은 비공개 가족장을 치른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은 지난 1990년대 후반 은퇴 후 버섯 재배를 연구하면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철저하게 평범한 자연인으로서 살아온 것.
고인이 은퇴하면서 결심한 것은 선친 고 구인회 창업회장이 생전에 강조한 '한번 믿으면 모두 맡겨라'라는 말에 따라 후진들의 영역을 확실히 지켜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구 명예회장의 이런 소탈한 성품은 스스로 지은 아호 '상남(上南)'에서도 드러난다. 문중에서 항렬은 낮지만 나이가 많은 그의 호칭을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상남으로 정했다고 전해진다.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고인은 LG그룹에 들어와 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닦았고, 은퇴 후에는 자연인 생활을 하다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
은퇴 후 일했던 연암대학교 농장과 조그만 사무실도 소박했다. 공사장이나 작은 상가의 사무실처럼 재벌그룹 명예회장의 집무실로 보기 어려웠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고인은 농장에서 일하며 흙 투성이가 된 채 평범한 일꾼, 동네 여염집 농군처럼 다녔다고 전해졌다.
고인은 지난 2008년 1월 66년간 함께 살아온 아내 고 하정임 여사를 먼저 떠나보냈다. 지난해는 장남 구본무 회장을 먼저 보낸 뒤 매우 비통한 나날을 보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