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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쥐가 먹은 곡식만큼 세금 더 걷다 13년만에 망한 왕조…’작서모세’의 교훈
[신년특집] 쥐가 먹은 곡식만큼 세금 더 걷다 13년만에 망한 왕조…’작서모세’의 교훈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9.12.3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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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튼튼한 재정 명분에 가혹한 세금 거둔 왕조, 집권층 모두 사형 당하고 국가 멸망
— ‘골목세’에 ‘누룩세’까지…조세법률주의 부재, 과세표준 세리가 주먹구구로 책정

중국 당나라 멸망 직후 흥망을 여러 왕조가 흥망을 거듭하면서 등장했던 ‘작서모세(雀鼠耗稅)’가 2020년 쥐띠 해를 맞아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작서모세는 세금으로 거둔 곡물이나 옷감을 나라 창고에 보관 중 쥐와 새가 훔쳐먹는 분량을 계산해 그에 해당하는 양을 다시 백성들에게서 거둬들이는 악랄한 세금이었다.

중국 5대 10국 시대는 당(唐)나라가 멸망한 907년부터 979년까지 약 70년을 지칭한다.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나라가 흥망을 거듭, 중국 역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로 꼽힌다. 

후당은 5대 시기의 왕조 중 하나로 923년에 이존욱(李存勖)이 후량을 멸망시키고 건국했다. 이존욱은 전쟁에는 남다르게 뛰어난 장수였지만 나라 다스리는 일에는 미숙했다. 그는 공겸(孔謙)이라는 자를 재무 장관으로 등용했다.작서모세는 이 시기 공겸이 시행했던 세제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고를 채우기 위해 공겸은 악착같이 백성들에게 돈을 거뒀다. “국력은 돈이 많아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 지독하게 세금을 거둔 것. 당연히 굶주린 백성들의 신음 소리가 천지를 뒤덮었다. 그러나 이런 백성의 원성이 들릴지 않는 이존욱은 튼실해지는 국고를 보면서 공겸을 칭찬하고 더욱 신임했다.

공겸이 입법한 작서모세는 경악, 그 자체였다. 쥐나 새가 세금으로 거둬 나라 창고에 보관 중이던 곡물이며 옷감을 훔쳐먹거나 훼손하면 그 분량을 계산해 그에 상응하는 양을 다시 백성들에게서 거둬들였다.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과세표준을 구하는 절차도 기대하기 어려워 쥐와 새가 먹는 양은 세리들이 임의로 부르는대로 책정됐다.

공겸은 이밖에도 특정 거리를 지나가는 백성을 대상으로 골목세를, 농가에서 사용하는 소금에 식염세, 막걸리 빚을 때 쓰는 누룩에 누룩세를 물렸다. 국가가 비합리적이고 일방적으로 폭압적 세금을 거둔 것이다.

폭정은 공겸의 아버지가 먼저 경고했다. 공겸의 아버지는 "이존욱이 사망하면 공겸도 죽임을 당할 것"이라며 자살했다.

과도한 세금은 실제 민란으로 이어졌다. 이존욱의 양아들 이사원은 이존욱을 죽이고 왕으로 즉위, 가장 먼저 공겸의 세제를 폐지해 민심을 달랬다. 공겸도 사형당했다. 그 뒤 후당은 몇 년간 풍년이 들어 백성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

5대 왕조 중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할 정도로 부강했던 후당은 그러나 건국 13년만에 후진에 무너졌다.

사진=민속박물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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