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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인 ‘판결’에 포함되지 않아
형사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인 ‘판결’에 포함되지 않아
  • 법무법인 율촌 이종혁 변호사
  • 승인 2020.02.2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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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대법원은 사실다툼으로 인한 판결이 확정되는 때에만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판단함

대상판결은 형사판결은 관세법상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명확히 판단해

대상판결에서 모든 형사판결이 후발적 경정청구 대상이
아닌 것처럼 판단한 점은 아쉬워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는 넓히되,
행정사건에서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

- 대법원 2020.1.9. 선고 2018두61888 판결 -
 

●요약

대법원은 관세법상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 중 하나인 “거래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납세의무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형사판결이 확정된 경우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판매했음에도 자신이 사용하는 물품으로 수입하는 것처럼 신고해 관세를 감면받았다는 관세법 위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가 확정된 형사판결이 관세법상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상판결은 ①형사소송은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적정한 처벌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형사판결만으로는 사법상 거래가 변경되지 않고, ②조세포탈죄의 성립 여부 등을 확정하기 위한 형사소송 절차라고 하더라도 과세절차와는 그 목적과 절차가 상이하며, ③형사소송에서의 무죄 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이유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형사판결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 중 “판결”의 범위에 대해 대법원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일률적으로 모든 형사판결이 후발적 경정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설시한 것은 판결이 갖는 고도의 공신력 및 납세자 권리구제 강화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원고는 처인 甲과 영국 런던에 유학생으로 체류 중이던 2009.4.경 甲의 명의로 A라는 온라인 쇼핑몰(이하 ‘이 사건 쇼핑몰’)을 개설한 후 국내 소비자들이 이 사건 쇼핑몰에 접속하여 그곳에 게시된 영국산 의류, 신발, 가방 등 물품을 주문하면 원고가 영국 현지에서 이를 구입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배송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쇼핑몰을 운영했다.

원고는 2009.8.14.부터 2012.3.17.까지 총 12,140회에 걸쳐 위와 같이 배송한 물품(이하 ‘이 사건 물품’)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을 납세의무자로 하여 관세법 제94조 제4항에 따른 소액물품 감면대상에 해당한다고 수입신고를 했다.

피고(세관장)는 원고가 위 과세기간 동안 영국에서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하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2012.11.19. 원고에게 관세 132,084,040원, 부가가치세 125,400,630원, 과소신고가산세(관세) 57,404,110원, 과소신고가산세(내국세) 60,809,040원을 각 부과·고지했다(이하 ‘당초 부과처분’).

한편 검사는 2012.4.12. 원고가 관세 부과 대상인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하여 국내 거주자에게 판매했으면서도 세관에는 국내 거주자가 자가사용 물품으로 수입하는 것처럼 신고하는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감면받았다는 혐의로 원고를 관세법 위반죄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제2심은 2017.1.19.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는 원고가 아닌 국내 소비자들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했고, 대법원이 2017.5.31. 검사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위 무죄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이하 ‘관련 형사판결’).

원고는 2017.7.18. 피고에게 관련 형사판결을 근거로 당초 부과처분에 대해 과세표준 등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어 과다납부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했다. 그러나 피고는 2017.7.19. 원고에게 위 주장 사유는 관세법 제38조의3 제2항 또는 제3항에 의한 경정청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거부했다(이하 ‘이 사건 처분’).

 

2. 쟁점의 정리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은 “납세의무자는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과다납부한 때에는 사유발생을 안 날부터 2개월 이내에 경정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른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는 그 사유 중 하나로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판매했음에도 자신이 사용하는 물품으로 수입하는 것처럼 신고하여 관세를 감면받았다는 관세법 위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가 확정된 관련 형사판결이 관세법상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3.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이 사건의 원심(대구고등법원 2018.10.19. 선고 2018누3111 판결)은 원고에게 무죄를 선고한 관련 형사판결에 의하여 당초 부과처분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즉 원고가 이 사건 물품을 해외 판매자로부터 수입하여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했다는 내용의 거래 또는 행위가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판단해,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의 경정청구를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았다.

 

나. 대상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형사판결은 관세법상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① 형사소송은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적정한 처벌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거래 등에 관한 분쟁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이라고 보기 어렵고, 형사판결만으로는 사법상 거래가 변경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형사사건의 판결로 과세표준 등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② 과세절차는 적정하고 공정한 과세를 위한 것이나, 형사소송 절차는 국가 형벌권을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설사 조세포탈죄의 성립 여부 등을 확정하기 위한 형사소송 절차라고 하더라도 과세절차와는 그 목적과 절차가 상이하다.

③ 형사소송 절차에는 엄격한 증거법칙 하에서 증거능력이 제한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즉,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을 때에만 유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에서의 무죄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4. 평석

가. 쟁점의 정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도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관세법과 사실상 같은 문구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대상판결에서도 국세기본법상 후발적 경정청구와 관련하여 후발적 경정청구의 취지를 설시했던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7.9.7. 선고 2017두41740 판결 등)를 참조 판결로 인용하고 있다.

판결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인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때’는 「거래 또는 행위 등에 대해 분쟁이 생겨 그에 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는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06.1.26. 선고 2005두7006 판결). 구체적으로 법원은 「최초의 신고 등이 이루어진 후 (i)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그에 관한 소송에서 (ii)판결에 의하여 그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그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iii)최초의 신고 등이 정당하게 유지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8.7.24. 선고 2006두10023 판결 등).

따라서, 형사판결이 판결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i)의 요건과 관련하여 “판결”의 범위에 형사판결도 포함되는지, 그리고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ii)의 요건과 관련하여 “판결 등에 의하여 사실관계가 바뀌거나 법률효과 등이 달라지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 중 ‘판결’의 의미

이에 대해 ①과세물건을 확정적으로 다른 것으로 변경시킬 수 있는 판결은 거의 대부분 사법상의 거래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여기서의 법원 판결은 민사사건의 판결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견해1)와 ②입법자가 단순히 ‘판결’에 의한 확정이라고만 규정했고, 후발적 경정청구의 취지에 비추어 민사판결, 형사판결, 행정판결이 모두 포함될 여지가 있다는 견해2)가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과거 대법원은 여기서의 ‘판결’의 의미나 범위를 분명하게 논하고 있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민사소송에 의한 판결로 한정하는 입장이라고 이해되어 왔다(대법원 2008.7.24. 선고 2006두10023 판결, 2009.1.30. 선고 2008두21171 판결).

대상판결은 과거 대법원의 태도를 명확하게 하여 형사판결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그에 관한 소송에서의 판결이 아니므로,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인 ‘판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즉, 형사판결은 앞서 살펴본 판결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의 요건 중 (i)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생각건대, 종전 대법원 판결에서 설시한 판결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를 문언 그대로 적용한다면, 행정이나 형사사건의 판결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고 그러한 측면에서 대상판결은 기존 판례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규정상 ‘판결’로 되어 있는 것을 “민사판결”로 한정하여 해석하는 것이 문언에 부합하는 해석인지 의문이고, 넓은 의미에서 행정이나 형사사건도 과세표준 등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에 관한 분쟁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후발적 경정청구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과세표준이나 세액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당초의 법률사실을 뒤집는 판결이 확정되고 그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액이 달라진다면 판결의 종류를 가릴 것 없이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이동식, “국세기본법상 후발적 경정청구제도”, 현대공법이론의 제문제(2003.10.), 제1294면.

2) 소순무, “조세소송”, ㈜영화조세통람(개정7판), 제132면, 박종수,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1호의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서의 ‘판결’의 의미, 안암법학(2011), 제164면.

 

다. 판결에 의하여 사실관계가 바뀌거나 법률효과 등이 달라지는 경우에 해당되는지 여부

설령 형사판결이 ‘판결’의 대상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에 의하여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다른 것으로 확정돼야 한다. 즉, 법령에 대한 해석이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 당시와 달라졌다는 사유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4.11.27. 선고 2012두28254 판결).

대상판결은 형사사건의 확정판결만으로 사법상 거래 등이 무효·취소되지도 아니하고, 형사소송 절차에서는 대립 당사자 사이에서 과세표준 등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등의 무효·취소 여부에 관하여 공격·방어방법을 통해 확정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으며, 무죄판결은 공소사실의 증명이 없다는 의미이지,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이유로 판결에 의하여 거래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가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설시하는 근거는 일응 설득력을 가지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민사판결도 공유물분할과 같은 형성판결이 아닌 한 확정판결만으로 법률관계가 변동된다고 할 수 없고, 형사소송 절차도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당사자주의적 요소가 더 강화되었으며, 엄격한 증명을 통해 확정된 사실이 당초 신고시의 내용과 충분히 다른 것으로 확정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모든 형사판결에서 사실관계·법률관계가 다른 것으로 확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제시하고 있는 논거는 그대로 수긍하기는 어렵다. 이는 기존에 대법원이 형사판결의 사실인정을 행정소송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달리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한 점이나(대법원 1999.11.26. 선고 98두10424 판결), 특히 최근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후발적 경정청구의 대상을 폭넓게 인정하여 온 태도(대법원 2018.5.15 선고 2018두30471 판결 등)에 반하는 것이고, 판결이 갖는 고도의 공신력을 감안해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가 인정되는 취지에도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관세법과 달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제5호, 같은 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4호의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납세자의 경정청구가 국가의 조세 부과권과 균형을 이루는 제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형사판결에서도 다른 내용의 사실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그 사유를 더욱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세기본법상 후발적 경정청구에 있어서는 형사판결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행정사건의 심리 결과 형사판결이 있다 하여 언제나 경정청구가 이유있다고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형사판결과 다른 사실인정을 통해 청구를 배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나은 법리 구성이라고 할 것이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종전 대법원 판결에서 드러난 태도를 더욱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다만, 일률적으로 모든 형사판결이 후발적 경정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설시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법무법인 율촌 이종혁 변호사

•2012 :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LL.M.)
•2011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박사 수료
•2006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석사 졸업
•2004 : 사법연수원 제33기 수료
•2001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2000 : 제42회 사법시험 합격

주요경력
•2007~현재 :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조세쟁송팀
•2011~2012 : Steptoe & Johnson 워싱턴D.C. 사무소 파견근무

•2004~2007 : 공익 법무관

논문 및 저서
재건축주택조합이 조합원들로부터 신탁받은 토지에 대한 취득세 과세 여부 공유물분할의 효과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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