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13 (금)
[기고] 변호사 기득권 첨병 법사위에 개정 '세무사법' 운명 못맡긴다
[기고] 변호사 기득권 첨병 법사위에 개정 '세무사법' 운명 못맡긴다
  • 조영래 세무사(경영학 박사)
  • 승인 2020.03.20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5월 20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기대한다

국회가 지난 2018년 12월8일 전문성이 결여된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제도를 압도적인 표차로 폐지했다. 찬성 215명에 반대 9명, 기권이 23명이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 법 폐지에 앞서 세무사 자격으로 자동으로 취득한 변호사에 대해 세무대리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세무사법’에 대해 헌법불합치판결을 내리고 2019년말일까지 보완입법을 하라고 권고했다.

필자는 헌재의 이 판결이 2018년 12월8일 국회의 입법에 정면 배치되는 모순된 판결이라고 본다. 사법고시 출신 변호사들과 헌법재판관들의 합작품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고도의 회계전문성을 요구하는 회계장부 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검증업무만 제외하고 나머지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을 통과시켰다. 기재위가 보완 입법을 무리 없이 수행했지만, 작년 말 입법시한을 지키지는 못했다.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된 법률은 국회 본회의에 회부하기에 앞서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야 한다. ‘체계심사’는 법안내용의 위헌여부, 다른 관련 법률과 저촉되는지 여부, 자체조항 간의 모순유무를 심사하면서 법률형식을 정비하는 것이다. ‘자구심사’란 법규의 정확성, 용어의 적합성과 통일성 등을 심사, 각 법률 간 용어의 통일을 기해 법률용어를 정비하는 것이다.

문제는 기재위를 통과한 ‘세무사법’이 법사위에 접수만 된 채 단 한 번도 법안 소위원회 심사도 못하고 2019년 한해가 끝난 점이다. 헌재의 대체입법 권고사항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기존 ‘세무사법’에서 세무자 자격 자동취득 변호사들의 등록 조항을 두고 변호사와 법무부를 한축, 세무사와 기획재정부를 또 다른 축으로 지리한 기싸움을 벌였다.

지난해 세무사 자격을 취득, 소정의 교육까지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세무대리 용역을 수임하려던 새내기 세무사들은 이 전대미문의 법률 공백 사태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했다.

사법고시 합격자 출신으로 변호사가 된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입법권 남용, 갑질 횡포가 낳은 진풍경이었다.

법사위원들은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과 법무부에서 반대의견을 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또 “국무조정실을 거친 정부안이 나왔지만 기재위가 또 바꿔 함부로 결론 내릴 문제가 아니다”고도 했다.

결국 ‘세무사법 개정안’은 법사위 문턱을 또 넘지 못하고 4‧15 총선 이후에 열릴 5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필자는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 없어 문희상 국회의장께 “지금의 사태는 아주 심각하고 긴박하다. 본회의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해 달라”고 탄원서를 보냈다.

지난 2017년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께 보냈던 탄원서 내용과 거개가 일치하는 논리로 작성된 탄원서다. 지금은 국무총리를 맡고 있는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은 당시 필자의 탄원을 받아들여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법안을 폐지했다.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했던 2017년 당시 정세균 전 의장에게 보낸 탄원서 내용은 오늘날 문희상 의장에게 보낸 탄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세무사제도는 지난 1960년대 초 독일과 일본의 세무사제도를 본 떠 만들어졌다.

제도 초기에는 세무 전문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간단한 기본 요건만 갖추면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했다. 농경사회에서 초기 산업사회경제로 접어든 당시 조세행정과 조세법률체계는 지금처럼 복잡하지도 않았다.

구체적으로 제도 초기에는 ▲10년 이상 국세공무원으로 재직한 자 ▲경영학이나 경제학 등 상경계 전공 석사​·박사·대학교수, 고등고시 합격자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했었다.

2017년까지 국세공무원 경력을 인정해 일부 시험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동자격 부여가 사라졌지만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관행은 계속됐었다. 변호사 출신 국회 법사위원들이 변호사 자격사와 단체의 이익을 위해 기득권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현재 변호사 중에는 재무관리·기업회계·세무회계 및 각종 세법에 대한 전문지식과 실력을 갖추고, 재무제표·손익계산서·원가명세서 등 기업의 회계연도 결산보고서나 세무조정신고서를 작성할 능력을 갖춘 사람은 드물다.

변호사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리를 따져 조세법률 소송을 할 수는 있어도 세무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전문성의 결여로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변호사에게 세무대리를 허용하면 반드시 세무사 명의를 빌려주거나 사이비 세무사 고용, 세무사 업무 하청화 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결국 세무사전문자격사 제도는 유명무실화 되고 세무사 업무의 부실화를 초래, 조세부과 징수행정업무와 납세자 권리구제의 품질이 현격히 저하될 것이 자명하다.

사법고시제도가 폐지된 뒤 한해 2000~3000명씩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들이 법률대리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세무사 시장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 해졌다.

2017년 당시에도 그렇지만 국회 법사위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부분 법조인 출신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2017년에도 법사위가 변호사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대변하기 때문에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법률을 폐지하는 법안을 심의할 자격 자체가 문제됐었다.

당시 국회의장이 이 법률을 직권상정해서 본회의에 상정하지 못했다면 결코 묵은 적폐를 청산하지 못했을 것이다.

법사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것을 기대하는 한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도 결코 입법에 성공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0대 국회는 이제 4월 총선 뒤 5월 임시국회 딱 한 번을 남겨놓고 있다. 20대 국회가 정말로 국민 앞에 떳떳하려면 법조계 적폐청산을 마무리 하는 차원에서라도 ‘세무사법 개정안’을 반드시 본회의에서 의결시켜야 한다.

법사위 심의를 거쳐 본 회의 의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지난 2017년의 교훈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5월 임시국회에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 반드시 가결하기를 바란다.

비록 영욕의 임기였지만, 그것이 고생한 20대 국회의원들이 마지막으로 매듭을 지어야 하는 국민의 숙원이다. 총선 이후 열리는 5월 임시국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조영래 세무사
조영래 세무사

 


조영래 세무사(경영학 박사)
조영래 세무사(경영학 박사) coup4u@intn.co.kr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