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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국가 재난 상황을 맞은 국세청
[정창영 칼럼] 국가 재난 상황을 맞은 국세청
  • 정창영 본지 주필
  • 승인 2020.04.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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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지 주필


 

국세청이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그것도 국가적, 세계적 재난 상황 속에서 끝 모르게 추락하는 경제 상황을 기반으로 국세행정을 수행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고단하고 힘든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듯이 이 초유의 재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어디까지 비화될지 지금으로선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불확실하다는 것’ 뿐이다. 모든 것을 멈춰 세우는 극한의 위력을 가진 코로나19 바이러스 충격은 초단기간에 국가와 국민들의 모든 일상, 그동안의 정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생명에 대한 직접 위협으로 불안이 엄습한 가운데 이 충격은 증폭돼서 우리 경제,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절체절명의 초대형 위기)’으로 몰아치고 있다.

정부는 국민에게 세금을 거둬 국가를 운영한다. 시대에 맞지 않아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조세’는 아직도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개별적인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획득하는 수입’이라는 정의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국세청이고, 구체적 수단이 국세행정이다.

국민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고, 법으로 정한 세금을 내면 국가는 그 돈으로 국가를 운영해 국민을 보호하는 고리를 연결한다. 이 순환고리는 다양한 사유로 조율은 되지만 기본구조는 변함없이 유지돼 왔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기본구조마저 바꾸고 있다. 바이러스의 생명위협은 활동의 제한과 멈춤이 됐고, 흐름이 생명인 경제는 그대로 주저앉고 있다. 국민의 경제활동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바이러스와의 사투에다 경제침몰과도 싸워야 하는 정부는 말 그대로 비상이다. 국민이 세금을 내서 국가가 유지되는 기본 구조가 위협받게 되자 정부는 당장 주저앉고 있는 국민에게 돈을 지급하는 결정을 내렸다.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참전한 전쟁을 우리는 지금 처음으로 겪고 있다.

정부가 빚을 내 돈을 풀고 국민에게 ‘구호금’을 지급하는 전쟁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조세제도와 국세행정은 어떻게 가야 할까. 전문가들조차 선뜻 의견 내기를 꺼리고 있다.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공무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례와 관행은 물론 없다. 난감하고 막막한 현실이 국세청과 국세행정 앞에 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가 설명이 어려운 상황에 진입하자 경제계는 다양한 건의와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긴급금융지원 창구에서 기약 없는 밤샘 대기에 희망을 걸고 매달리고 있다.

대기업들도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어두운 소문은 정설처럼 유통된다. 상황이 워낙 심각하고 경험조차 해 보지 못한데다 단지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호소해야할지 조차 모르는 기업들이 많다.

특히 수출, 글로벌 공급망 등 세계경제와 밀접한 연관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이동 자체가 차단된 초유의 상황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공항에는 갈 곳 없는 비행기가 가득하고 수출과 내수는 모두 가파른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지난 두 달 사이 경제단체들이 비상으로 내놓은 건의사항을 종합해 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건의한 내용 대부분은 금융지원 요구다. 다른 분야는 안정되고 튼튼해서가 아니라 당장 급하게 밀려드는 것부터 막기 위한 방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 당장 넘어가게 됐으니 세금은 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특별히 조세분야 건의 내용도 법인세나 부가세 등 납부를 연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역시 당장 급한 돈 문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바이러스로 인한 국민 생명 문제에서 경제 생명 문제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우리의 활동무대였던 전 세계 국가가 빗장을 걸고 문을 닫는 초유의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말도 못하고,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중병을 앓는 처지가 됐다.

안타깝지만 국세청과 국세행정은 처절한 이 상황과 현실을 기반으로 세금을 거두는 행정을 집행해야 한다. 그것도 국민과 경제가 입은 상처에 통증을 가하지 않으면서.

 


 

국세행정이 반복행정이라는 말은 당분간 사용하기 어렵게 됐다. 국세청장을 비롯해 국세청 간부들이 주로 사용해 온 ‘루틴’하다거나 ‘단지 세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는 말도 개념은 맞지만 현실과는 맞지 않게 됐다.

국세청이 세금을 거두는 대상(기반)이었던, 원활하게 생산과 거래를 하며 이익을 내는 납세기업과 안정된 소득을 올리는 납세자가 심각하게 줄어들거나 위협받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법인세, 부가세, 소득세의 직접 타격은 불가피하다. 부동산 동향도 심상치 않고 위축경제 시대의 부작용이 속출할 것은 쉽게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다.

한마디로 국세청이 세금 거둘 영역이 급격히 줄어들고 엄청나게 척박해진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루틴하게, 반복적으로 행정을 집행할 수만은 없다. 당연히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흔히 국세청 관계자들은 ‘세수 스트레스만 없으면 할만하다’고 말해왔다. 그만큼 세수확보에 대한 부담이 컷다는 말이다. 정부가 사용하는 예산에 맞게 세금을 거둬들이는, 이른바 세수를 충족시키는 결과를 달성하는 것이 논리를 떠나 국세청 분위기를 많이 좌우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루틴한 분위기 역시 바꿔 놓을 수밖에 없다. 당장 정부가 지출해야 할 재정은 폭증하고 국세청이 이를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됐다. 국세청이 세수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은 기울이겠지만 정부 재정 정책은 ‘비상한 방법’ 외에는 현실적으로 답이 없다.

특히 자진신고납세제가 주류를 이루는 우리 세제 세정 상황에서는 세금이 적게 들어온다고, 정부가 돈 쓸 일이 많아졌다고 세금을 더 거두고 덜 거둘 방법이나 수단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다.

또한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지고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상황에 몰리고, 실직자가 급증하면 국세행정을 집행하기는 더욱 어렵고 힘들어진다. 경제를 심리라고 하지만 세금 역시 심리와 분위기를 외면할 수는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 국세청은 급변하는 상황을 잘 읽고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정서와 분위기도 제대로 감지하고 반영해야 한다. 특히 어렵고 힘들어진 납세자에게 어떻게 할지는 국세청에게 부여된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불필요한 오해와 조세저항을 받을 만큼 국세청에게 여력이 있지 않다.

어렵고 힘들어진 납세자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세무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바닥으로 내몰린 체납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국세청은 고민해서 풀어가고 답해야 한다. 루틴한 사고만으로는 해결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어쩌면 역대 최고로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국세행정을 운영해야 한다. 국가적, 세계적 재난시대를 극복하며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디 힘내시고 납세자를 바라보며 지혜롭게 판단해 재난극복 국세행정의 선례를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정창영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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