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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부자에게 빌미준다”…공직자 봉급 삭감의 나비효과
“강자・부자에게 빌미준다”…공직자 봉급 삭감의 나비효과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4.0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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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부분에서 시작된 제스처, 기업에 옮아가면 임금・납품가 삭감 빌미
— 재계 대형마트 강제휴일 중단 요청…슈퍼갑의 엄살, 회생에 도움 안돼

정부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과 고위공직자들, 국회의원 등이 봉급(세비)를 반납하는 것은 장차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관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본 기업들이 임직원 급여 삭감에 나서는 것은 물론 급여 삭감을 빌미로 협력업체 납품단가 후려치기에도 나설 수 있다는 우려섞인 주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중앙부처 공무원 P씨는 3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등 고위직 공무원 급여삭감은 기업들의 임직원 급여 삭감과 협력업체 단가인하 압박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봉급 삭감과는 상관 없는 하위직 공무원 P씨는 “기업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급여를 삭감하면 법인세 등 세금도 줄어들 수 있고, 내부적으로 월급을 삭감한 뒤 외부에는 정상지급한 것으로 신고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편법전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공직자에서 시작된 봉급 삭감이 대기업으로 옮겨갈 때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경제위기의 가장 큰 잠재적・실질적 취약계층인 협력업체들에 대해 납품단가 후려치기 유인이 커진다는 점. 대기업들은 특히 강성노조에 가입한 자사 노조원들에게 지급되는 높은 임금을 협력업체 남품가를 후려쳐서 견디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 A씨는 3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공급사슬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원청 대기업 종업원들은 주간 2교대로 일하는데 연봉이 협력업체 임직원들보다 3배는 많이 받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A씨는 “공급사슬 내에서 공평한 분배가 전제돼야 완벽하게 기본에 충실한 공급사슬이 보장되며, 그래야 비로소 최종 소비자의 신뢰를 잃지 않는다”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공급사슬 전체의 생존을 고루 생각해야 위기국면에서 벗어났을 때 빠른 회복을 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4월 현재 재계는 이런 협력업체를 포함해 경제 전체를 통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무조건 대기업들의 어려움 만을 호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재계가 최근 골목상권 보호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형마트 휴무제도를 폐지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공무원 P씨는 “정부가 이 정책을 시행한 근본 목적은 대기업들보다 훨씬 취약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보호하자는 것인데,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어려움만 내세우며 앞뒤 안보고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것이 ‘목불인견’이다”고 말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1일 제19회 공정거래의 날 기념사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비자 등 약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코로나19가 우리 시장과 기업, 소비자에 미친 파급효과를 세밀하게 보고 있다”며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간 포용적 갑을관계를 정착시키고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등 경제력 남용 행위를 근절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의 큰 버팀목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과 같은 분배구조에서 대기업, 부자들이 건재하다고 경제회생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2일 여권 일각에서 코로나 경제 위기 대응책으로 언급하는 '무기명 채권 발행'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 “코로나19 수습을 위해 여야 모두 힘을 합쳐야 하지만 무기명 채권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금융안정태스크포스 단장인 최운열 의원이 "경제 위기 극복 자금 마련을 위해 무기명 채권 발행 방안을 당내 회의에서 제안했다"고 밝힌 데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최의원 제안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자 민주당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모르쇠’ 입장을 밝혔고, 최의원도 일부러 보도자료를 내서 “개인적 의견이고 당의 공식입장과 무관하다”고 한발 뺐다.

한편 인사혁신처는 최근 지방직 공무원을 포함해 모든 국가 공무원들에게 “보유하고 있는 복지포인트를 가급적 상반기 이내에 소비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 되면서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감소하면 결국 경제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으로 곤두박질, 이를 막으려면 소비절벽을 막아야 하니 공무원들부터 위기극복을 위해 앞당겨 소비하자는 취지다.

코로나19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식재료 소비가 증가해 가공식품과 축산물 가격이 올랐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4(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2개월 연속 1%를 밑돌았으나 올해 1월 1.5%로 올라선 뒤 2월 1.1%, 3월 1.0%로 석 달 연속 1%대를 나타냈다. 이는 농산물 가격 기저 효과가 사라지고 석유류 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외식·여행 등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때 기록했던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2월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3일 여야 정당을 향해 "정당 선거지원금 440억원을 반납하고 그 재원으로 투표 참가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일 오전 4·15 총선을 앞두고 국토 종주를 시작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전남 여수시 율촌면 율촌산단 도로를 달리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3일 여야 정당을 향해 "정당 선거지원금 440억원을 반납하고 그 재원으로 투표 참가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안대표는 집권당 중진의원이 지원한 '무기명채권' 발행 제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오전 4·15 총선을 앞두고 국토 종주를 시작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전남 여수시 율촌면 율촌산단 도로를 달리는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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