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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의 도입, 충분한 논의 거쳐야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의 도입, 충분한 논의 거쳐야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20.05.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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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을 맞이하여 대국민 특별연설을 통해 전 국민에 대한 고용보험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단계적으로 가입대상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특별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며 “아직도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조속히 추진하고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코로나19사태로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잃게 될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이제 공론화되는 양상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한 언론사에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과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단계적으로 추진하거나(34.2%)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29.1%)이 60%를 넘어섰다. 이에 비해 불필요하다거나(20%) 잘 모른다는 의견(16.7%)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민간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고용보험과 실업급여 대상을 모든 취업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데 매우 찬성한다는 의견(21.6%)과 찬성한다는 의견(48.8%)이 70%나 되었다고 한다. 특히, 고용보험 가입대상에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직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78.4%에 달했고, 자영업자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68.7%로 나타났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거의 모든 업종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휴직과 대량 실업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감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다.

정리해보면 대통령과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는 고용관계에 의해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현재의 고용보험제도를 고용관계가 없더라도 수입을 목적으로 일하는 모든 취업자를 대상으로 그 적용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그동안 법적인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던 특수고용직과 예술인,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도 고용보험의 의무가입대상이 될 것이다.

이렇게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가 도입되면 고용관계 없이 역무를 제공하는 모든 취업자들도 고용보험혜택을 볼 수 있어서 고용 안전망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겠지만, 좋은 취지와는 달리 예상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소득파악이 비교적 쉬운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와는 달리 프리랜서나 자영업자의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지,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수급자가 늘어났을 때 재원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부정수급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등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도입 논의에 덧붙여 몇 가지 고려했으면 하는 사항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을 확대해서 고용안전망을 늘린다는 취지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고용보험 의무가입대상이 늘어 날 수밖에 없을텐데 이럴 경우 강제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고용보험료가 새로운 가입대상자들에게 준조세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도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부담 때문에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는 영세사업자가 많이 있고, 심지어는 고용보험혜택을 받는 근로자조차 보험료 부담에 보험가입을 하지 않은 조건으로 취업하기도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일률적으로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가입 대상자들이 느끼게 될 부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모든 제도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지만 고용보험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인데, 실제로 비자발적 실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자발적인 실직상태인 것처럼 신고해서 실업급여를 받는 사례도 언론보도 등을 통해 흔히 접할 수 있을 정도이다. 비록 몇 년 전 자료이기는 하지만 고용보험제도의 주관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업급여 부정수급 사례가 많을 때는 연간 몇만 건에 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지금도 부정수급으로 인해 고용보험에 대한 신뢰성이 문제가 되곤 하는데, 모든 취업자를 고용보험 적용대상자로 확대했을 때 부정수급 문제 등에 대한 대처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셋째, 고용보험에 가입해 장기간 고용보험료를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으로 인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나 근로자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해 보인다. 어떤 사람이 이직 없이 한 직장에서 장기간 근무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회사에 근무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힘든 상황을 참고 견디면서 일을 배우고 능력을 키우려는 그 사람의 의지도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근무환경이 좋고 보수가 좋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구인난으로 힘든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고용보험 혜택을 보기 위해 취업과 실직을 반복함으로써 장기간 근무를 하지 않고 실직하더라도 치열하게 구직 노력을 하지 않게 됨으로써 기업의 구직난이 가중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묵묵히 성실하게 열악한 근무환경을 견디면서 고용보험료를 납부한 기업과 근로자가 고용보험료 납부에 대한 혜택을 거의 못 받았을 때 느낄 상대적 박탈감도 만만치 않을텐데, 고용보험을 모든 소득자로 확대하면서 고용보험 수급을 위해 쉬이 실직상태가 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하고 장기간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면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입자를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 거기에다 코로나19사태와 같은 충격으로 인해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이 상시화되면서 고용보험의 적용확대로 고용안전망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평가할만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의도와는 달리 서둘러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문제점들에 대한 검토 역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일시에 도입하겠다고 하지 않고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하면서 “법과 제도를 정비해 고용보험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혀가겠다”고 한 점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의 취지는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목표가 정해졌으니까 무작정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충분히 논의하고 검토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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