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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판례] 무자격자가 명의 빌려 세금신고 대행하면 세무사법 위반
[최신판례] 무자격자가 명의 빌려 세금신고 대행하면 세무사법 위반
  • 강지현 변호사 / 법무법인(유) 광장
  • 승인 2020.06.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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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 소속 단체에서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대신 작성해 대여받은 세무사 명의로 세금신고를 한 경우 이에 관여한 자는 세무사법 위반으로 처벌”
강지현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전 조세심판원 및 기획재정부 세제실 사무관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피고인은 사단법인 H지회(이하 ‘이 사건 지회’라고 한다)의 지회장으로서 부가가치세 신고에 필요한 세무회계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고 한다)의 설치 및 명의를 대여할 세무사들과의 고문계약 체결 여부를 최종 결정했다.

이 사건 지회 직원들은 이 사건 프로그램을 이용해 희망하는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작성한 다음 대여받은 세무사들 명의로 국세정보통신망인 홈택스에 접속해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변환·전송함으로써 세무사들을 세무대리인으로 하여 매 과세기간에 약 1000여 명에 이르는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를 본인을 대신하여 했다.

명의를 대여한 세무사들은 이 사건 지회 직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 업무를 지휘·감독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이 사건 지회 직원들에게 부가가치세 신고 업무와 관련해 성실한 업무수행을 독려하는 한편, 직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 건수를 보고받고 결재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납세자가 소속된 단체에서 세무대리를 할 자격이 없음에도 납세자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납세자의 과세자료를 수집하여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통해 신고서를 작성한 후 대여받은 세무사 명의로 신고를 한 경우 이에 관여한 단체의 대표자가 세무사법 위반죄로 처벌되는지 여부이다.

 

2. 대법원 판결 요지
 

가. 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이하 ‘이 사건 처벌규정’이라고 한다)는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대리’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세무대리’란 세무사가 납세자 등의 위임을 받아 세무사법 제2조 각 호의 행위 또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세무대리’에는 조세에 관한 신고·신청·청구 등의 대리가 포함된다(세무사법 제2조 제1호). 이들 규정의 입법 취지는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세무사 등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세무질서를 확립하고 납세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며 세무대리행위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있다(대법원 2015.4.9. 선고 2013다35788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이 사건 처벌규정과 관련 규정의 문언과 체계, 세무사법이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엄격히 제한한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처벌규정이 적용되는 세무사 자격이 없으면서 조세에 관한 신고 등의 ‘세무대리’를 한 경우란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의 지휘·감독 없이 납세자를 대리하거나, 대리의 형식을 취하지 아니하더라도 납세자를 대신하거나 사실상 신고를 주도하면서 외부적인 형식만 납세자가 직접 하는 것처럼 하는 등으로 세무지식의 이용이 필요한 신고 등을 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납세자가 소속된 단체에서 세무대리를 할 자격이 없음에도 납세자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납세자의 과세자료를 수집하여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통해 신고서를 작성한 후 대여 받은 세무사 명의로 신고를 한 경우 그 세무사의 지휘·감독이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관여한 자는 이 사건 처벌규정에 따라 처벌된다.

 

나. (사실관계 생략)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세무사 자격이 없음에도 이 사건 지회에서 소속 직원들과 공동하여 명의를 대여한 세무사들의 지휘·감독 없이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통해 납세자인 그 소속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작성한 후 그 세무사들의 명의로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는 등 ‘세무대리’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벌규정에 따른 세무사법 위반죄의 직접정범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교사범 또는 간접정범임을 전제로 하는 적용법조의 누락이나, 종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3. 대법원 판결의 의미
 

세무사법은 세무사 제도를 확립해 세무행정의 원활한 수행과 납세의무의 적정한 이행을 도모함을 그 목적으로 정하는 한편(제1조),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게 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을 세무사의 사명으로 정하고 있다(제1조의2). 이러한 취지는 이 사건 처벌규정에 그대로 반영되어, 세무사 자격이 없는 자의 세무대리 행위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그런데 각종 협회 등과 같은 단체들의 활동이 점차 활발해져 가면서, 많은 경우 그 주요활동 중 하나로 소속 회원들의 편의를 위한 세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러한 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무자격 세무대리가 아닌지 논란이 되어 왔다. 대상판결에서도 이 사건 지회는 소속 회원들에게 부가가치세 신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였는바 구체적으로 소속 회원들이 세금계산서, 신용카드내역, 매출전표 등과 같은 과세자료를 제출하면, 이 사건 지회의 직원들이 이 사건 프로그램에 그 내용을 입력했고, 이후 세무대리인의 명의를 이용해 국세청 홈택스에 부가가치세 신고를 대신해 주었다.

무자격자가 세무대리를 한 경우란 무자격자가 세무에 관한 행위를 직접 대리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형식적으로는 세무사나 납세자가 그 행위를 한 모습을 띄고 있지만 사실상 무자격자가 이를 행한 경우도 포함된다. 이 때 만약 세무사의 지휘·감독이 있었다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지회의 대표자인 피고인과 그 직원들이 세무사의 지휘·감독 없이 단순히 그 명의만을 사용해 소속 회원들의 부가가치세 신고를 전반적으로 대신한 것으로 나타나므로, 이 사건 처벌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한편, 대상판결이 직접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사건 지회나 피고인이 그 신고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수수료를 받은 것은 아니므로 처벌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생각도 가능하다. 즉 무자격자라 하더라도 무상으로 세무대리를 한 경우에는 이 사건 처벌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무사법에는 세무대리 행위가 유상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만한 문언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세무대리 행위가 지닌 공공성을 고려한다면 세무사법은 유·무상을 따지지 않고 무자격자의 세무대리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봐야 하고, 대상판결도 같은 취지인 것으로 이해된다.

대상판결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무자격 세무대리의 의미 등을 밝혀, 각종 협회 등이 소속 회원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세무 관련 서비스의 한계점을 명확하게 한 것에 그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 외에도 대법원은 최근 세무사 자격이 없는 ‘사무장’이 세무사 명의로 고객을 대리해 거짓의 세무신고를 한 경우 조세법 처벌법 제9조 제1항 위반죄로 처벌된다(대법원 2019.11.14. 선고 2019도9269 판결)고 하는 등 세무신고 및 그 대리행위의 공공성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바, 향후 관련 행위를 함에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020.5.28. 선고 2015도849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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