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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IT의 역설…결국 사람이 데이터의 행간을 읽는다
[데스크칼럼] IT의 역설…결국 사람이 데이터의 행간을 읽는다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7.01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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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세 공무원의 현장행정 강화가 필요하다…현장에서만 가능한 ‘메타인지’
- NTIS‧빅데이터‧AI는 사람이 완성시키는 기술…‘솔로우의 역설’이 준 교훈

한국에서는 6월 항쟁이 있었던 1987년. 미국 예일대 스티븐 로치(Steven Roach) 교수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서비스산업 사무직노동자의 전산자원이 급격하게 증가했으나 생산성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정보를 다루는 노동자(information workers)들이 일하는 영역에서도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같은 해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 또는 ‘솔로우 컴퓨터 역설’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 교수는 “컴퓨터 시대는 도처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생산성통계에서는 그렇지 못하다(You can see the computer age everywhere but in the productivity statistics)”고 주장했다. 정보기술(IT) 투자가 늘어도 기업‧산업‧국가 모두 생산성이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역설(Paradox)’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IT를 최대로 자산화하기 위해 우선 조직의 수직구조를 수평화하고 더 많은 의사결정권을 가진 ‘고수준’ ‘숙달’ 근로자들을 배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에 따라 개별 생산성이 증가하면 이를 조직 전체로 확산시키고, 정보 활용방식에 따라 조직 기능도 재구축해야 한다고 한다. 정보에서 나오는 기대산출도 최초 대량생산에서 맞춤형, 다양화,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IT투자가 단순히 물리적 설비투자가 아니라 조직과 조직구성원에 대한 투자와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솔로우의 역설’을 접하니 최근 괄목상대한 차세대국세통합시스템(NTIS)이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과 만나 이른 바 ‘핀셋 행정’이 가능해진 국세행정을 떠올리게 된다. 첨단기술은 으레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8년을 정점으로 경기하락이 본격화 되면서 당장 2020년부터 세수 감소가 본격 나타날 전망이다. 여기에 사회복지 강화 등 사회안전망 확충과 재정에 크게 의존하는 경기부양정책 기조를 이어오던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같은 사상초유의 재정지출을 감행했다.

이 시점에서 코로나19가 아직 상륙하기 이전인 2019년 7월 취임한 김명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새삼 주목한다. 김명준 청장은 서울국세청에 부임 후 줄곧 직장동료들에게 국세행정의 ‘혁신’을 주창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현직 서울국세청 간부는 “김 청장은 최근 전산화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수집된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현행 국세행정의 잠재적 위험성을 자주 지적하면서 현장 행정을 강조했다”고 귀띔했다.

최근 몇 년간 국세행정은 국세청이 직간접 방식으로 수집한 각종 세무관련 전산정보를 중심으로 경제주체들이 남긴 각종 거래정보까지 포착 가능한 ‘큰 자료(Big Data)’ 플랫폼을 인공지능(AI)이 접근해 분석하는 방법론을 정착시켜 왔다.

징세행정기관에서 서비스기관으로, 나아가 납세자를 자문하는 동반자로 나가는 비전을 실천해나가는 과정에서 국세청의 이런 디지털 세정이 매우 중요하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요’하고 ‘심각’한 부분을 콕 짚어내 세원관리를 강화하고 집중 세무조사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믿음은 절대 저절로 달성되지 않는다. 각종 세무 관련 데이터의 함의(implication)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경제현장을 알고 이해하고 통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중 일부는 현실의 일면만 보여주는 단순한 ‘양’만을 반영할 수 있다. 심지어 잘못 조사된 통계수치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컴퓨터가 데이터와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면서 질적 가치를 높일 수 있겠지만, 경제현실에서 해당 데이터가 생성되는 근본적인 원리나 경로를 정확히 추론할 수 있다고 맹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양적으로 많은 데이터가 꼭 질적으로도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디테일에 숨어 있는 적폐를 감춰주는 데이터도 존재할 수 있다. 강렬한 시장원리가 작동되는 경제현장에서 생성된 ‘펄펄 뛰는’ 데이터가 있는가 하면, 기업회계 공시나 정부 수출실적처럼 편법적으로 ‘밀어내기’ 한 데이터도 있다. 이를 생생한 데이터와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김명준 서울국세청장이 주창한 ‘현장세정’은 퍽 의미가 있다. 국세 공무원들은 특정 업종과 지역의 세원관리를 위해 현장에 좀 더 나가야 한다. 양과 빈도가 높은 데이터가 질적으로 의미가 더 큰 ‘적폐 데이터’를 엄폐해주고 있는 지, 실적내기용 ‘밀어내기’ 데이터인지 현장에서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세금이 탈루되는 지점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고, 대응개념과 액션플랜, 팀 세팅(조직개편)을 정확히 정의해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솔로우의 역설’을 원용한다면, 빅데이터와 AI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의 창조적 활동이 ‘충분조건’이 된다는 의미다.

아무리 돌려서 얘기해도, 국세청은 장차 세금을 잘 걷어야 한다. 국세청의 미래를 걱정하는 간부들은 “세율인상 등 제도적 접근이나 세무조사 등 기존 행정력 강화만으로는 부족한 세수를 메워나가는데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과거 ‘지역담당제’를 폐지할 당시에는 사실 빅데이터 솔루션도 AI도 없었다. 국세공무원에 대한 ‘유죄추정의 원칙’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세대 국세공무원들은 다르다. 긍지와 자부심으로 일하고 싶어한다. 그러니 국세공무원들이 사막에서 물길이나 유정(油井)을 찾아내는 특수부대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경제는 곧 인간이다. 인간은 ‘쏙쏙’ 이해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든 경제든, 쏙쏙 이해되는 것 자체도 문제다. 위기를 극복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는 특수부대원들은 현장이라는 ‘메타인지(metacognition)’의 전장(戰場)에서 가장 정확한 임무수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국세청에 현장 세정 바람이 불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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