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7:00 (금)
인플레기대, 가수요 유지하면서 집값 안정?…부동산정책의 불편한 진실
인플레기대, 가수요 유지하면서 집값 안정?…부동산정책의 불편한 진실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8.07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부동산정책 지지자들, “집부자에 불공평한 혜택 없앴다…집값 곧 잡힐 것” 착각
— 연금・금융투자 취약한데 저금리・고유동성…부동산에 노후 맡긴 본질 알아야
— “교육・의료인프라 분산 없이 수도권 세금만 인상, 가수요・인플레기대는 여전”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주요 법안들을 밀어붙인 끝에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을 위한 부동산 세법 개정안 3건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무리한 입법이라는 전문가 비판과 늘어난 세 부담을 호소하는 국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일부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집을 여러 채 가진 부자들이 보유 주택들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거주용으로 한 채만 가진 사람보다 보유세를 덜 내는 불공평을 시정하는 것인데 뭐가 문제냐는 해석이고, 주택양도소득과 임대소득은 불로소득이니까 높은 세율로 과세해도 무방하다는 논리가 이런 반응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7일 본지 통화에서 “조정대상 이상 규제지역 3주택자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배제돼 물가인상을 고려하면 양도세 실질세율이 재산 원본은 침해하는 100%를 초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담은 성명서를 최근 발표했는데, 연맹 회원들 중에서 이번 성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적극 개진해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납세자연맹의 이번 성명서에 일부 회원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우선 형평성에 맞지 않는 세 부담을 바로 잡았는데 뭐가 문제냐는 것.

‘낮은 창문’이라는 가명을 쓴 회원은 “(서울 강남 소재) 은마아파트 5채 보유자와 1채 보유자의 세금이 비슷한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최근 한 공중파 방송에서 등장한 사례를 지칭한 것이다. 방송은 서울 대치동 소재 19억 원짜리 은마아파트 79제곱미터 5채를 임대를 주는 주택보유자가 임대사업등록을 하면 종합부동산세를 한 푼도 안 내고, 재산세도 절반으로 깎아주는 점을 지적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이런 혜택이 없었다면 이 주택보유자는 재산세 1334만원에 종합부동산세 9381만원 도합 1억700만원 정도의 보유세를 매년 내야 하는데,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특혜 때문에 1년 보유세가 667만원으로 줄어든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아파트를 한 채만 갖고 있는 실거주자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 579만원을 연간 납부하므로, 5채를 보유한 100억대 부자의 보유세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없앤 게 아니다. 정부는 7.10 대책에서 주택임대사업자의 기존 세제 혜택은 유지하되, 신규 임대사업자 등록은 받지 않고 기존 임대사업자는 임대 의무기간이 끝나는대로 등록을 말소하는 방식으로 임대사업자제도를 폐지해 나가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기재부는 6일 “기존 임대사업자는 등록말소 시점까지는 종부세 합산에서 배제하는 등 기존 세제 혜택을 우지하고, 이미 감면받은 세액은 추징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게다가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의 경우 의무 임대기간 여건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했다.

납세자연맹 회원인 ‘낮은 창문’씨는 부동산 부자들이 누리던 세제 혜택이 박탈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고 정부가 나서서 다른 불이익도 없도록 해주고 있는 셈.

정부 부동산정책에 찬성한다는 사람들 대부분은 연금제도가 미약하고 자녀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를 맞아 다른 소득 없이 자산소득과 자본이득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노년층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외려 이들의 자산소득(임대소득)과 자본이득(양도차익)을 불로소득으로 봐 높은 세율의 재산보유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성호 회원은 “불로소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부동산 뿐만 아니라 '토지 공개념' 등 불로소득을 존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코리’라는 가명을 쓴 회원은 “불평등, 불로소득을 억제 하는 법”이라고 이번 7.10 대책을 이해했다. 그는 “그동안 갭투자, 다주택자들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는 왜 가만히 있었느냐”며 납세자연맹에 따졌다.

백남효 회원은 “종부세 내는 50만명이 5000만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아니잖는가? 기득권자들이 많이 양보해야 선진국이 된다”고 주장했다.

서동균 회원은 “집을 보유한 것만 가지고 소득이 생긴다면 당연히 투기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 “그게 무슨 사유재산권 침해냐?”고 반문했다.

정부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집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행위 자체에 부정적인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집을 보유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점은 인정을 한다. 다만 그런 이익추구행위(주택 취득)는 부자들만 가능하므로,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전적으로 부자들 때문이라는 논리다. 집값이 올라 자신은 집을 살 수 없지만 그런 이익추구 행위가 가능한 부자들은 그런 이익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는 심리다.

자신도 집을 사서 그 집을 통해 이익을 얻었다면 강화된 세금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할지는 미지수인 셈인데, 부동산 세금에서도 '내로남불' 심리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주호씨는 “부부공동 명의로 20억대 초반 집을 가지고 있어도 (보유세가) 몇십만원 수준이니 (이번 정부대책이) 부당하지 않다”고 했다.

‘ㄹ헤’라는 가명을 쓰는  가명은 “조그만 원룸 매월 50만원씩 내는 건 안 아깝고, 다주택자 세금 찔끔 올리는 건 아깝냐?”고 되물었다.

정상진 회원은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양도소득세가 과연 몇 퍼센트의 국민에게 해당하냐? 부자들 편드냐? 소득이 높으면 세금도 무거운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현 정부 정책 찬성론자들은 세금을 더 걷으면 부자들만 가능한 이익 추구 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어 집값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가 추진한 부동산정책이 일관되게 집값을 안정시킬 목적이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조희랑씨는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이라고 단언했다.

‘반대함’이라는 익명을 쓴 회원도 “부동산 가격이 미친듯이 오르는 것을 막는 예방책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이라는 가명을 쓴 회원은 “그간의 관행에 따라 정부의 시그널을 계속 무시하다가, 진짜 입법이 이뤄지니 입법 가능성 운운하며 비판하는 건 그 논리가 옹색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2번의 부동산정책에도 집값이 오른 것은 주택보유자들이 정부의 ‘경고’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정부에 인플레 기대심리 자체를 잡지 못한 책임을 묻는 대신, 인플레 기대심리로 적잖은 세금을 감수하고라도 주택을 보유한 국민들의 잘못이라고 이해하는 것.

세금에 대한 국제비교 통계를 잘못 접하거나 이해해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소득엔 세금’이라는 가명을 쓴 한 회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는 보유세,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희랑 회원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아직 우리나라 부동산에 대한 세금이 낮다”고 밝혔다. 그 동안 나라에서 부동산에 대해 세금을 너무 적게 책정했으니 이제라도 소득세와 비슷하게 조세 형평성을 맞추어 나가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조씨의 주장은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판단이 아니다. 2018년 기준 한국은 선진국 클럽인 36개 OECD 회원국 중에서 17위로 중간쯤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캐나다(1위)와 영국(2위), 미국(3위) 등 영미권 선진국들이 재산세가 가장 높은 반면 유럽국가들은 재산세 비중이 낮고, 심지어 재산세를 폐지하는 추세다.

정부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노후대책이 딱히 없는 한국에서 불가피한 부동산 부문의 인플레 기대심리를 잡지 못했다. 외려 꾸준히 주택가격 인상을 사실상 조장 또는 방치해왔음이 여러 통계에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지식인은 드물다.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하고 호주에서 국제조세 석사학위를 받아 국내외 세제와 세무행정 모두에 밝은 이동기 전 한국세무사고시회장(세무사)은 6일 기자와 만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1997년 당시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주택가격 하락 양상을 보면, 부동산이 원인이 된 자산거품 붕괴는 언제든 가능하다”면서 “자산 버블 붕괴의 후과로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한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투자를 통해 안전하고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실현하지 못한 상황에서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돈이 부동산시장으로만 몰렸고,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도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항상 주택 가수요가 그치지 않았다”며 인플레 기대심리를 제거하지 못한채 세금만 올린 부동산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충남 아산 탕정지역에 자족적 기업도시를 조성하고자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세우려고 했을 때, 집권세력 다수가 자녀를 해외유학이나 자립형 사립고에 보낸 현 정부와 집권당 인사들이 반대해 무산됐다”면서 “현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에만 집착하고 있는데, 사실 주택(가)수요와 인플레 기대심리는 교육과 의료, 일자리 등과 훨씬 밀접하다”고 주장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6·17 부동산 정책 후속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6·17 부동산 정책 후속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