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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없이 짜는 국가예산, 매년 99%가 ‘하던 대로’
결산 없이 짜는 국가예산, 매년 99%가 ‘하던 대로’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9.0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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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수 소장, “국회서 결산은 ‘당연히 생략되는 업무’로 통해”
- 되새겨 혁신할 능력 부족한 탓…감사원 국회 이관 추진해야

23분.

지난 1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가 끝나는데 걸린 시간이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일정을 잡는 정도나 법안을 상정하는 정도의 회의를 한다면 뭐 굵고 짧게 상임위 전체회의가 열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이날 상임위 전체회의는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의 2019년 정부 결산서, 같은 기간 기재부 소관 예비비지출 승인을 의결하는 자리였다.

윤후덕 기재위원장이 이날 오후 2시42분 국회 본청 430호 기재위 회의장에서 개의를 선언했다. 기재위원 26명 중 25명이 참석했다. 윤 위원장이 5개 부처 2019년 정부 결산서 의결(의사일정 제1항)과 기재부 소관 예비비지출 승인(의사일정 제2항)을 일괄 상정했다.

기동민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소위원장이 소위심사보고를 했고, 곧바로 의사일정 제1항 및 제2항이 각각 원안가결 됐다. 그리고 전체회의는 오후 3시5분 산회됐다.

결산심의 결과, 기재위는 국세청에 대해 “최근 조세범칙처분율이 저조한 원인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 ‘조세범칙처분율’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또 “세법 관련 서면질의 처리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당부했다.

한국인들, 특히 한국인들이 뽑은 국회의원들은 대대로 한 해 결산에 소홀했다. 게다가 2019년 결산은 코로나19 탓, 원구성 지연 등으로 예년보다 더 늦어졌다.

21대 국회는 임기가 시작한 6월5일 개원했어야 했지만 여야 원구성 협상이 늦어져 실제로는 7월16일 개원했다. 임기시작 시점보다 47일 늦어진 1987년 이후 가장 늦은 개원이었다. 지난 26일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국회 폐쇄까지 겪으며 국회 의사일정 진행이 쉽지 많은 않았다는 점도 있다.

결산심사를 아예 진행도 못한 상임위가 많았다. 그나마 진행된 상임위에서도 결산심사는 소홀했다. 한 상임위는 결산심사 소위를 단 92분에 끝마쳐 1분당 7416억원을 심사한 꼴이 됐다.

기재위는 그나마 환노위에 함께 지난 8월2일 가장 먼저 결산안을 상임위에 상정, 나름 심의할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은 “국회가 2019년 결산 심사 중이지만 국회에서 결산은 사실 관심 밖”이라며 “한 의원실 비서진이 ‘결산은 노관심’이라고 했다”고 실제 있었던 일을 전했다.

그러다보니 상임위에서 결산을 논의하는 절차도 생략해서 곧장 예결위에 결산 심사안이 상정된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예산 편성 때 활동했던 예결위원이 결산 때 다른 상임위에 가 있기도 한다고 한다. 결산 관련 보고서나 지적 사항이 매년 반복되는 게 일상화 됐다.

정 소장은 “결국 485조 원에 이르는 국가 결산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하루이틀만에 심의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서 “이는 새해 예산의 평가 없는 관행적 편성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 지를 알아야 사업을 확대할지 또는 중단할지, 개선할지 발전시킬지 결정하는데…”라며 한국인이 ‘스스로 어떤 사안을 얼마큼 이해했는지 스스로 검증하는 능력’을 가리키는 ‘메타인지’ 능력이 부족함을 꼬집었다.

정 소장에 따르면, 한국은 매년 신규 사업 예산이 1%에 불과하다. 99%는 그냥 해오던 사업이라는 것. 이는 99% 예산을 관행적으로 따먹고 사는 적폐세력의 영향이기도 하고, 온 국민이 뒤돌아 보며 스스로를 평가하고 온고지신(溫故知新) 하기에는 민주적 소양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정소장은 “매년 수만 쪽 분량이 발행되는 국회 보고서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국회의원실이나 언론은 많지 않다”면서 “간혹 특종처럼 보도하는 언론들이나 의원실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도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또 “수백 명 규모의 국회 조사·연구 기관, 수천 명 규모의 감사원 등 관련 기관들의 노력이 헛되이 흩어지고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개선은 커녕 분석하는 사람들마저 큰 기대없이 관행적인 분석으로 기우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행정부 산하인 감사원이 주요 선진국들처럼 입법부 통제를 받도록 바꿔야 근본적인 해결조짐이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정부회계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감사원 격인 회계감사원(GAO)이 의회 소속으로서 정부감사기준을 제정하고, 12개 주요 연방기구에서 활동하는 감찰관(Inspector General, IG)이나 민간 회계법인들이 정부 감사를 간접 감독한다. GAO는 재무감사 보다는 사업평가나 성과감사 위주로 수행하며, 상시적으로 의회를 지원한다.

미국 의회에서의 결산심사제도는 없다. 중앙관서는 IG 또는 민간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수행하고, 연방통합은 GAO가 감사한다.

프랑스 정부의 결산은 결산법의 형태로 의회가 승인하므로 제도적 측면에서 의회의 통제권이 다른 나라에 견줘 강하다. 프랑스 감사원은 법원형태의 기능을 수행, 상당한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프랑스 헌법에서는 감사원이 의회를 보좌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일본의 회계검사원도 헌법에 따라 설립된 헌법기관으로 내각과는 독립돼 있으며, 의회와 관계가 밀접하다.

1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1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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