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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감세에 투기 부를 주택공급대책…“서민만 뺀 상생모델”
대기업 감세에 투기 부를 주택공급대책…“서민만 뺀 상생모델”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07.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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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재이, “사후보상적 대기업 감세, 후과는 서민이 감당”
- “총수요 늘리는 거래단계 감세만 비과세감면 효과 발휘
- “홍남기, 세금폭탄프레임엔 침묵…‘대기업 감세’엔 발끈”
- 임기말 文 정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로 모피아 챙기기?

“설사 홍 장관 말이 맞다 해도, 소득재분배 세제를 지향한 문재인 정부의 기획재정부가 스스로 ‘대기업 감세 프레임’에 걸릴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 등이 핵심인 올해 세제개편안에 대해 “대기업 감세”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실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반박, 현 정부 정책수립에 참여한 조세전문가가 참다못해 밝힌 ‘자조적’ 반문이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조세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세무사)은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누군가 낼 세금을 깎아준다면 그 세금을 누군가 메워야 하고, 이는 대부분 세법지식에 어둡고 세무행정에서 가까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몫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구 소장은 “(문재인 정부는) 과세형평과 조세정의를 지향한 정부”라고 전제, “대기업은 이익과 유보액이 많아 세금 낼 능력이 있고 전문가도 많아 세금에 밝다”면서 “정부가 이런 대기업 감세에 나서려면 공평성과 조세정의를 희생할 불가피함과 수준, 정도를 거듭 살필 일”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대기업 감세방안을 내놓은 기재부 장관이라면 이를 겸허히 설명할 일이지, 이런 비판을 ‘대기업감세 프레임’이라고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공직자로서 정도가 아니다”고 점잖되 호되게 꾸짖었다.

혼자서도 잘하는 대기업 세금 깎아주기가 이보다 급하냐는 힐난이 이어졌다. 구 소장은 “코로나19 대량확산과 4차 산업혁명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생존을 걱정하는 동안 대기업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고 엄청난 이익을 구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도 대기업 감세가 당연하고 불가피하다며 국민‧소상공인들의 박탈감과 분노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외려 기재부가 통큰 대기업 비과세감면을 당연시하는 ‘대기업감세 프레임’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정부 세제개편안을 제출한 기재부는 세금이 1.5조원이 줄고 이중에서 약 60%인 8669억원을 ‘몇 안되는’ 대기업에 줄 혜택으로 책정했다. 수백만명의 중소기업 종사자에게 3086억원, 수천만명의 서민들에게 배정된 3295억원을 모두 합쳐도 몇몇 대기업이 누릴 감세혜택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구 소장은 특히 “비과세감면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오로지 총수요를 늘리는 거래에 대한 감세일 때”라며 “이번 세제개편에서 대기업들에게 주어지는 세금 감면은 사후적인 비과세 감면으로, 산업지원 효과는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 장관이 언론 비판에 대해 “200여개 중소‧중견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간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인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는 세금 신고‧납부 기한을 미뤄줬을 뿐, 한 푼 깎아준 바가 없다는 게 구 소장의 지적.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선거 때마다 보유세 등 ‘세금폭탄’ 가짜뉴스가 횡행할 때 기재부장관이 나서 ‘세금폭탄 프레임’이라고 즉각, 그리고 제대로 비판한적 있는지 기억에 없다”고도 꼬집었다.

구 소장은 여기에 “중견기업은 보수정부에서 중소기업에 준하는 혜택을 주기위해 대기업에서 분리한 것으로 중소기업이 아니다”면서 “그러고도 대기업 감세가 아니라고 하니 황당하기만 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자국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처럼, 외교통상적인 마찰을 빚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구 소장은 “혹시 다른 외국에서 전략산업을 정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법인세를 비과세감면한 사례가 있는가”라고 되묻고 “세계무역기구(WTO)나 경쟁국들이 ‘불공정 산업지원’이라고 주장하면 다툼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믿고 일을 맡겼더니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국민이 아닌 자기와 자기 조직, 스폰서를 위해 일하고 국민 앞에서는 딴전을 피우는 이들은 결국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

무엇이 구재이 소장을 이처럼 개탄하게 했을까.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8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집값 폭락’을 거론하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바로 그날 24만 명 넘는 대규모 인원이 세종시 ‘로또 청약’에 몰렸다.

본지는 지난 20일 <수도권집중 놔둔채 세금으로 주택수요관리만…정책실패의 복기>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수도권에 밀집한 대기업‧금융기업 등이 수도권 고학력자를 고용해 고임금을 지급, 같은 고소득‧고학력자라도 수도권에 거주해야 가처분소득이 증가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거주지가 수도권일수록, 남성일수록, 고학력자일수록, 가구주 연령이 높을수록 순자산이 크고, 이 순자산을 담보로 대출여력도 커 추가 자산을 형성해 자녀에게 넘겨줄 자산도 많다고도 밝혔다.

수도권 주택공급확대는 수도권에 튼 또아리를 틀고 좀처럼 떠나지 않는 대기업들과 이곳에서 일하는 고소득자 등 구매 여력이 큰 계층이 또 사들일 부동산 자산을 수도권에 잔뜩 풀어놓는 결과를 낳을 게 뻔하다.

30대를 넘어선 최고위층 베이비부머들의 자녀들은 상당 수가 부모의 도움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었다. 국토부에 제출하는 주택구입 자금출처 보고서식에 당당히 써넣을 연봉 수준이 일단 충족된 셈이다. 부족한 자금은 최상위급 신용으로 얼마간의 대출을 받고, 부자인 부모가 야금야금 원리금을 갚아주면 된다. 증여세 내지 않고 자녀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수도권에 부동산 자산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것.

은행들은 따박따박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받아 배를 불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모델이 너무 좋다. 기재부 고위공직자들을 은행 임원으로 모셔오는 이유다.

하방경직적 부동산에서 나오는 세금은 기재부의 든든한 밑천이다. 능력 있는 베이비부머 일가의 자산을 쑥쑥 불려주는 투기 열풍이라도 불면, 국세청은 세금 더 걷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얼마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인가.

구재이 소장이 ‘자기’와 ‘자기 조직’, ‘스폰서’라고 말하는 비즈니스모델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이 얼추 열거된 것 같다.

정확히 어디까지가 이들의 사업모델로 손해를 볼 서민계층인지는 불분명하다. 많이 나아졌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소득파악을 분명히 하지 않는 ‘충분조건’이기도 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현장을 방문해 사업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글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현장을 방문해 사업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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