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8:00 (화)
[이대희 칼럼] 여야 따로 없는 율사출신 법사위원들의 세무사법 ‘갑질’
[이대희 칼럼] 여야 따로 없는 율사출신 법사위원들의 세무사법 ‘갑질’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1.09.29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장·성실신고확인 제외 맞다’는 법무부 의견 가져오라?…직역이기 위해 판 깨자는 것
-국회에서 율사출신 신분은 ‘변호사’ 아니다…‘국회의원’ 직책 망각하고 법안다루면 안돼
이대희 본지 편집주간
이대희 본지 편집주간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세무사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야 율사출신 의원 6명은 ‘체계·자구 심사’와는 거리가 먼 직역이기(職域利己)의 억지 주장에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 출석자 관계자에 대해서는 ‘갑질’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두 달 전인 7월 22일 법사위 전체회의 때의 주장을 되뇌었다.

앞 다퉈 법안의 위헌 가능성을 외치는 이들의 열변에 비율사 출신 의원들은 말문을 닫아버렸고, 갈 길 바쁜 세무사법 개정안을 다음 전체회의서 다루자며 또다시 계류시켰다.

이런 법사위의 ‘딴지’ 걸기와 ‘갑질’이 왜 계속되는 걸까.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라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상원’의 단맛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주어지지 않은 권력을 휘두르지만 제어할 마땅한 국회 차원의 방안이 없는 탓이다.

율사출신 의원들은 업계 이익 대변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헌법불합치 결정을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소관 상임위 역할마저 무시하는 행태를 보면 무소불위 ‘상원’의 강건함을 느끼게 한다.

2018년 4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의 요체는 세무사자격이 있는 변호사가 세무대리행위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변호사에게 허용할 업무범위에 대해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 전문가의 규모, 직역간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입법자가 세무사법을 개정하라”는 것이 헌재 결정의 주문이다.

그런데도 이날 법사위에서 율사출신 의원들이 일제히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성’을 주장했다. 과연 이들이 법을 제대로 공부했는지 의심케 한다. 법 지식을 떠나 상식선에서 보더라도 ‘전면적·일률적 금지는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은 달리 말하면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으면 위헌이 아니다’라고 해석되는 것 아닌가.

이런 해석에 따라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가 천신만고 끝에 여야 합의로 ‘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의 두 업무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무업무를 허용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율사출신 의원들은 두 가지 세무업무를 제외한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억지 주장을 반복하며 법안 통과를 막으려고 안달이다. ‘모든 세무업무를 허용’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그들 주장대로라면 헌재가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업무를 허용하라’고 결정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랬으면 깔끔이 끝날 일인데, 왜 ‘변호사에게 허용할 업무범위를 국회가 정하라’고 했겠나.

헌재 결정 취지는 전문성 등을 고려해 전면 허용하든 제외하든 입법자가 판단하라는 것이고, 그 취지에 충실해 만들어진 것이 현재의 세무사법 개정안이다. 이렇게 여야 합의로 만든 법안을 법사위가 부정하는 것은 기재위 소속 국회의원들을 무시하는 월권이다. 나아가 헌재 결정문조차 해석 못하는 무지렁이들이 만든 법안이기 때문에 율사출신이 포진한 법사위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오만의 극치다.

특히 이날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의 이억원 기획재정부 2차관을 향한 질의는 법사위가 타 상임위와 소관 부처를 어떻게 대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상원으로서의 ‘갑질’ 행위라는 비판이 기재부와 관련 업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송기헌 의원은 “변호사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가 법무부인데 법무부와 기재부 사이에 협의가 됐느냐. 세무사 업무는 기재부 소관이지만, ‘변호사가 어디까지 세무대리를 해야 하느냐’는 기재부가 아니라 법무부이기 때문에 변호사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는 법무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억원 기재부 2차관이 “법무부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내는 것”이라며 “법무부가 기재위원들에게 의견을 냈고 법제처 의견도 들었다. 그것이 다 고려된 법안”이라고 설명했으나 송 의원은 막무가내였다.

송 의원은 “다음 회의에는 (기장,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제외하는 것이 맞다는) 법무부 의견을 가지고 오라. 알겠느냐”고 다그치기까지 했다.

1년 9개월여의 입법공백 상태를 끝내려고 법안을 겨우 법사위에 올렸는데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라니. ‘월권’이자 ‘갑질’이다.

변호사업계 이익을 대변해 ‘모든 세무업무 허용’을 주장하는 요지부동의 법무부 입장을 어떻게 기재부가 뒤집을 수 있겠는가. 실현 불가능한 주문으로 판을 깨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송 의원은 또 “변호사법에는 모든 법률업무를 변호사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가 법률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제한하려면 변호사법도 고쳐야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다.

변호사법 제3조는 ‘변호사는 당사자와 그 밖의 관계인의 위임이나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그 밖의 공공기관의 위촉 등에 의하여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사무를 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송 의원은 여기에 규정된 ‘일반 법률사무’를 ‘모든 법률업무’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15일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 폐지가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이렇게 판단했다.

“변호사의 직무로서 세무대리를 하는 것 외에는 세무대리를 할 수 없게 되어 업무의 범위가 축소되는 불이익을 입었으나, 이러한 불이익이 제한 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변호사법 3조의 일반 법률사무의 개념을 세무업무에 적용할 경우 ‘변호사의 직무로서 할 수 있는 세무대리’로 명쾌하게 한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법사위 다수를 차지하는 율사출신 의원들은 ‘상원’의 권한(?)을 행사하면서 세무사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조직적 반대에 나서고 있다. 2년 가까운 세무사시험 합격자들의 무등록 상태와 세무행정 혼란은 안중에 없고 오직 ‘직역이기’에만 몰두해 있는 것이다.

이날 세무사법 논의 막바지에 비율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참다못해 율사출신들에 일갈한 대목은 ‘상원 법사위’의 실상을 고발하는 듯 했다.

“대한민국은 왜 변호사에게 이런 업무가 많이 주어지나 생각이 든다. 변호사업무와 다른 업역과의 분쟁에 있어 변호사의 본질적인 원래 업무가 아니면 분할시키는 것이 사회변화에 맞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소관 상임위 무시, 체계·자구 심사 넘어선 월권)가 있고 나면 항상 법사위에 변호사가 많아 통과가 안된다며 욕을 먹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박지원 의원이 법사위에 변호사들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게 하는 법제정까지 추진했다”고 변호사 출신 의원들의 지나친 직역이기를 비판했지만 메아리가 없었다.

국회 법사위의 다수를 차지하는 율사출신 의원들이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를 주물럭거리는 행태는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 21대 국회의원 300명의 15.3%인 46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이들이 법사위를 넘어 국회와 정당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니 기대 난망인가.

율사출신들의 탐욕스런 갑질에 등록을 못하고 있는 세무사시험 합격자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세무업무 관리·감독 상실로 인한 피해는 납세자에게 돌아간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에서 율사출신 의원들의 신분은 더 이상 ‘변호사’가 아니다. 국회의원 신분을 망각하고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법안을 다뤄선 안된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