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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현 이익’은 아니지만…토초세, 부활할 수 있을까?
‘미실현 이익’은 아니지만…토초세, 부활할 수 있을까?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11.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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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급등한 부동산 잡으려 출현한 토지공개념 세제
— YS가 만들고 DJ가 폐지…4개 헌법불합치 조항 입법보완에도 IMF로 폐지
— 정의당, “주거안정 위해 필수”…전문가, “양도세・종부세・재산세로도 충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폐지된 것으로 알려진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는 사실 법리의 문제로 폐지된 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정부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요구한 규제완화 차원에서 폐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지식사전 등에서도 마치 과거 토초세가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이유로 폐지된 것처럼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사실은 일부 법률의 문제들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뒤 문제소지를 없애는 개정입법이 이뤄져 시행됐고, 수년 뒤 IMF사태로 폐지된 것이다.

정의당 김건우 정책위원은 18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1994년 당시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던 법리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때문이 결코 아니며, 법률에서 정할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한 점과 이중과세 소지 등 4가지 때문이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김건우 위원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재건축 초과이익에 대한 환수 등에 대해 납세자들이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라며 수차례 위헌이라고 주장해왔지만, 헌법재판소는 모든 건에 대해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는 결정을 일관되게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네이버 지식 등을 통해 게시된 시사상식에서는 토초세가 마치 ‘미실현 이익에 대해 과세’됐기 때문에 위헌 결정이 난 것으로 잘못 적혀 있다. 사실은 단순 위헌도 아니고, 헌법불합치 결정도 ‘미실현 이익에 대해 과세’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정의당과 참여연대 등의 설명이다.

김 위원은 “이런 잘못된 정보 때문에 사람들이 토초세에 대해 많이 오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이 이번에 토초세 재입법을 준비하면서 여러 변호사 자문을 받은 결과,  1994년 당시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정의 근거 법리는 모두 4가지였다.

우선 과세 기준가격 같은 주요 사안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에 위임, ‘과잉위임 금지 원칙’에 어긋났다는 점이다.

두번째, 헌재는 토지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보충 규정이 없다는 점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지가 상승에 따른 이익만을 전제로 법률을 만들어 지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 지 규정하지 않은 ‘입법 미비’가 있었다는 것.

세 번째, 헌재는 당시 이익에 대한 과세인 ‘토초세법’이 ‘더 많은 이익에 대해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 더 많이 과세하는’ 원리, 곧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당연히 적용해야 할 누진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단일세율로 정한 점 또한 헌법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시 토초세가 안고 있었던 뚜렷한 이중과세 소지가 헌법불합치 결정의 중요한 계기였다. 땅값이 올라 토초세를 납부한 납세자가 나중에 땅을 팔면 토초세 낸 것과 별도로 양도소득세를 또 납부하는 것은 자본이득에 대한 명백한 이중과세였기 때문이다.

김건우 위원은 “당시 소득세법에서도 토초세 납부분 중 일부만 양도세액에서 공제해주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이중과세 소지가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4가지 헌법불합치 결정 이유 때문에 토초세법이 폐지된 것은 아니다. 김 위원은 “1994년 헌법불합치 판결이후 국회에서 곧바로 4가지 입법미비 사항을 보완하는 개정 입법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과세기준가격은 법률에서 규정했고, 지가하락 때 이월공제를 도입해 보완했으며, 단일세율은 누진세율로 고쳤다”면서 “이중과세 소지를 없애기 위해 토초세를 납부했다면 전액 양도소득세에서 공제하는 것으로 토초세법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토초세는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닥쳐 규제완화와 경기활성화를 위해 김대중 정부가 1998년에 폐지했다.

이번에 정의당과 참여연대 등이 토초세를 재입법 한다면, 1998년 폐지 당시 토초세법의 원형이 대부분 반영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관련 국내 대형로펌 소속 조세 전문 변호사는 18일 입법 전망을 묻는 기자에게 “토지가격 상승에 따라 이익을 실현했을 때 양도소득세로 부과하면 되고, 보유하는 경우에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까지 있는데, 토초세까지 부과한다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라며 “(재입법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내다봤다.

1993년 집권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금융실명제와 함께 경제정의의 큰 획으로 토지공개념을 제시했다. 토초세는 개발부담금, 택지소유상한제도와 함께 토지공개념의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토지공개념이 대두된 직접적 계기는 전임 고 노태우 대통령 집권기인 1990년대초 서울올림픽(1988년) 전후 개발 열풍으로 땅값과 주택가격이 폭등, 1988~1989년 전국 지가 변동률이 30%대에 이르자 김영삼 대통령이 내놓은 정책이다.

토지공개념 도입으로, 개인이 소유하는 유휴토지나 법인의 비업무용토지에서 발생하는 초과이득의 일부를 조세로 환수하기 위해 과세한 세금이다. 땅을 갖고만 있어도 쉽게 이득을 얻은데 대해 중과세, 조세부담의 형평과 분배정의를 실현하고, 불필요한 토지수요 증가와 토지 소유 편중에 따른 부작용을 억제하려는 게 입법 목적이었다. 물론 땅값 안정과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촉진하는 목적도 수반됐다.

다만 땅값이 안정되면서 1994년부터 과세가 이뤄지지 않았고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경기 부양을 위해 폐지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급등한 주택가격을 해결하기 위해 토지초과이득세를 다시 입법, 종합부동산세와 함께 시행해 서민 주거안정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다.

참여연대·집걱정없는세상연대 등 80여개 단체들은 18일 청와대 앞에서 ‘집걱정끝장! 대선주거권네트워크’(집걱정끝장넷)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택 공급은 꾸준히 늘었지만 집값 안정은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자산 불평등 완화 등 2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요구안 중에는 토지초과이득세 부활과 개발이익환수 강화,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이 포함됐다.

헌재가 1994년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근거는 과잉위임, 지가하락에 따른 손실대책 부재의 입법미비, 이중과세 소지 등 4가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는 헌재 결정 이유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오해 소지 있는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 이미지=네이버 지식 캡처
헌재가 1994년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근거는 과잉위임, 지가하락에 따른 손실대책 부재의 입법미비, 이중과세 소지 등 4가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는 헌재 결정 이유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오해 소지 있는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 이미지=네이버 지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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