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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동산세제 정상화,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내려야
[오피니언] 부동산세제 정상화,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내려야
  • 박상근 세무사
  • 승인 2022.02.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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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의 기본원칙은 세원(과세대상, 과세표준)을 넓히면서 세율은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올리고 거래세(양도세+취득세)는 내려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투기를 억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 목표를 전면에 내세워 집권 내내 조세원칙을 무시하고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강화했다.

종부세 과세표준이 되는 아파트 공시가격은 지난해 전국 평균 19% 상승해 2007년(22.7%)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종부세율은 1.2~6.0%로 전년(0.6~3.2%)에 비해 2배 올랐다. 미국 각 주(州)의 보유세율이 1~2%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보유세율은 재산의 원본을 위협할 정도로 높다.

정부는 우리나라 보유세 부담률이 낮다면서 이를 보유세 인상 근거로 제시해 왔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실에서 분석한 바에 의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재산세 + 종부세) 부담률은, ‘17년 0.78%에서 현 정부 들어 꾸준히 올라 ’20년에는 1%를 돌파 1.04%까지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보유세 부담률 순위도 중상위권인 14위에 진입했다. 공시가격과 종부세율이 대폭 인상된 지난해 종부세 세수는 6조1000억원으로 현 정부 5년 새 4.7배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보유세 부담률이 대폭 오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한국은 보유세 부담률이 낮은 국가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보유세를 올렸으면 내려야 할 거래세인 양도세도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대폭 올렸다. ‘20년 한국의 GDP 대비 양도세 비중은 1.23%로, 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 단연 1위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집을 팔 경우 최대 71.5%, 3주택 이상자는 최대 82.5%의 세금을 내야하는 징벌적 양도세중과 세제를 도입했다. 양도세중과 세제는 다주택자가 과중한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는 ’동결효과‘(凍結效果, 매물 잠김 현상)를 발생시킨다. 시장에 간섭하는 정책은 반드시 ’시장의 역습‘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시장에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막는 양도세 중과세제는 서울 아파트값을 사상 최대로 폭등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부동산 관련 세수(稅收)가 폭증했다. 기본원칙을 벗어난 세제 운영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예산대비 초과 징수된 세수 61조원 중에서 부동산 관련 세수가 상당 부분 차지한다. 기본원칙을 벗어난 한국의 부동산세제는 온 국민을 고통과 불안에 빠뜨렸다. 부동산부자에겐 과도한 세 부담 고통을 안기고, 집값과 전월세가 폭등함에 따라 집 없는 서민에겐 주거불안을 안겼다. 그리고 부동산과 건설 관련 일자리를 줄여 주로 경제적 약자인 건설 노동자들이 생업을 잃는 고통을 떠안았다.

차기 정부는 원칙에 어긋나는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다행히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앞 다퉈 부동산세제 정상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부동산정책 특히, 부동산 세제를 정치적 이념이 가미된 ‘포퓰리즘’ 잣대로 재단(裁斷)하고 덧칠해선 안 된다. 집값 안정은 세금 강화가 아닌 ‘주택공급과 금융정책’ 위주의 정공법(正攻法)으로 풀어야 한다. 이래야 종부세의 전월세에 ‘전가’(轉嫁)로 인한 집 없는 서민 부담 증가, 양도세의 ‘동결효과’(凍結効果, 매물 잠김 현상)로 인한 집값 상승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한국과 같이 보유세를 재산세와 종부세로 이원화 해 종부세를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갈라치기’ 하는 이념적․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제의 고유 목적이 재원확보라는 점에 비춰볼 때도 시정돼야 한다. 종부세는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매기려는 목적의 ‘부유세’(富裕稅) 성격의 세금이다. 부유세는 유럽 다수 국가에서 도입됐던 세제로서 자본 유출 등 그 폐해 때문에 현재 프랑스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스웨덴을 비롯한 나머지 국가는 이를 폐지했다. 부유세는 이미 구시대적 낡은 세제가 됐다.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는 것은 세계 추세에 부합하는 세제 개편이고,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보유세 부담을 늘렸다면 거래세인 양도세와 취득세는 내려야 한다. 또한 부동산세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격(세원)을 올렸으면 종부세․양도세․취득세 세율은 내리는 것이 조세원칙에 부합한다. 현 정부와 같이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강화하면서, 공시가격(세원)과 세율을 함께 올리는 조세원칙을 벗어난 세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 박상근(세무사,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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