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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빅 브라더, 국세청
[국세 칼럼] 빅 브라더, 국세청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승인 2022.04.0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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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의 날’ 행사가 지난 3월 3일 서울 은행회관 강당에서 열렸다. 납세자의 날은 국세청이 개청한 1966년 3월 3일을 기념해 출발했으니 올해로 쉰여섯 번째를 맞았다. 금년에도 모범납세와 세정협조에 기여한 공적으로 총 568명에게 정부포상이 주어졌다. 

행사를 주관한 홍남기 부총리는 축사를 통해 “작년 한 해 힘든 코로나19 상황에서 재정이 위기극복의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다해 주신 국민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성실납세로 국가재정조달에 큰 몫을 감당해 준 납세자들께 감사를 표하면서, 작년 한 해 344조원의 세금을 걷어 들인 국가 세입기관 국세청의 역할과 현주소를 한번 되새겨 보고자 한다.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세수목표 초과달성

국세청의 존재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세수확보일 것이다. 나라 살림을 충당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니 그렇다. 사인 간의 모임에서도 회장 총무를 정하고 나면 회비를 얼마로 어떻게 거둘 것인가를 정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회비가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 모임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다. 국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작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업 환경이 많이 바뀌다보니 세정여건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던 한해였다. 이런 상황에서 특이한 점은 국세청이 거둬들인 세수가 곳간을 채우고도 남았다는 사실이다. 연초에 목표했던 것 보다 자그마치 61조원이 더 걷힌 것이다. 참으로 실감 나지 않는 놀라운 일이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매출이 급감했고 실물경기가 곤두박질쳐서 다들 힘들다고 아우성인데도 말이다. 

원인이 뭘까. 세입마감 발표를 하면서 기획재정부에서는 수출 호조세와 부동산 관련 세금의 증가로 분석하고 있다. 반만 맞는 말이다. 그보다 더 내재된 요인, 국세청이 꾸준하게 축적해온 세원관리시스템 덕분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국세수입 구성요소…조사세수에서 자진납부세수 위주로

1966년 국세청이 발족할 당시만 해도 우리 경제여건은 척박 그 자체였다. 그러나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재정조달은 시급한 과제였다. 국세청 직원들은 세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의 전쟁 같은 날들을 보내야 했다. 그해 세수목표 700억원을 달성하기 위해서 청장부터 관용 차량 번호를 700번으로 바꿔달았고, 세무조사 요원들은 검정색 007가방을 들고 기업을 누볐다. 단 한 푼이라도 더 세금으로 걷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국세수입은 세무조사를 통해서 걷는 ‘조사세수’ 위주였다. 모든 기업들은 세무조사를 받아야 했고, 내야 할 세금은 국세청이 확정 짓는 이른바 정부부과제도였던 것이다. 

이후 납세의식의 점진적 발전과 경제규모의 확대 등으로 1980년대 초부터는 신고납세제도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제한된 인력으로 전수조사 관리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신고납세제도란 납세자 스스로 자기가 납부할 세액을 계산해서 납부하는 것이다. 납세자가 자진신고 납부한 뒤 성실신고가 인정되면 별도의 세무조사 없이 신고내용을 인정받는다. 이에 납세자는 스스로 성실신고를 택하기 시작했고, 해가 갈수록 자진납부 세수는 늘어나게 됐다. 지금은 국세수입 전체에서 차지하는 자진납부세수 비율이 95%를 넘어선지 오래다. 

국세청이 수집하는 빅데이터의 실체

이제 국세청은 가장 방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정부 조직이다. 개인과 법인의 거의 모든 소득과 보유재산에 대해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파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세무조사 등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으니 가히 엄청난 조직이다. 국세청이 막대한 정보를 독점하는 이른바 “빅 브라더(Big Brother)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국세청 스스로의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 덕분이다. 2000년대부터 현금영수증과 신용카드 사용의 보편화가 시작됐고, 2012년에는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이 전면 의무화되면서 사업자들의 정보가 자동으로 국세청 전산망에 입력됐다. 

상대적으로 파악이 어려웠던 상속과 증여에 대한 정보의 접근도 쉬워졌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필요한 경우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건당 1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 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아울러 외국 과세관청과의 정보교류도 확대해 해외 소득탈루 정보도 수집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거의 100% 수집되고 있는 직장인의 근로소득자료는 물론,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도 상당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그러나 국세청의 보유정보는 소득과 재산에 그치지 않는다. 납세자들이 각종 세금을 신고·납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부수적인 개인정보도 수집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직장인의 연말정산 자료인데 세금을 걷기 위해 국세청이 수집하는 자료가 얼마나 방대하고 세밀한지 알 수 있다. 연말정산 자료를 보면 가족사항에서부터 사는 집이 전월세인지, 자가 주택인지, 심지어 담보대출은 어느 은행에서 몇 년 상환으로 받고 있는지, 의료비 공제자료에서는 임플란트를 했는지, 난임 탈모치료 중인지 등 별별 자료가 수집된다. 

기부금 내역을 통해 종교나 정치성향까지도 파악된다. 이 정도면 개인정보에 관한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납세자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세청에 전달한 방대한 개별 납세정보는 납세자 스스로를 더욱 옥죄는데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진화하는 국세청의 세원관리 시스템

국세청은 최근 직접적인 세무조사를 줄이는 대신, ‘사전 안내’라는 제도를 이용해 자진 납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이 사전안내 자료의 밑바탕이 바로 개별 납세자들의 정보가 담긴 빅데이터이다. 예컨대 12월 말 결산법인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때가 되면, 국세청은 납세자들에게 사전 신고안내문을 보내는데 “당신과 동일한 업종에서는 평균적으로 이렇게 신고를 하고 있으니 잘 참고해서 신고하라”는 일종의 경고장 같은 것이다.

해당 사업자의 소득과 지출패턴을 업종별, 소득별로 데이터화해서 제시하기 때문에 안내문을 받은 사업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세청은 안내문과 격차가 큰 신고내용을 위주로 걸러서 세무조사나 마찬가지인 사후검증을 하기 때문에, 납세자는 혹시라도 빠뜨리거나 숨길 수 있는 내역도 직접 찾아서 자발적으로 신고하게 된다. 빅데이터를 통한 자진납세 압박이 통한 것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에서는 조사요원들이 세무조사 때 활용하는 은행의 금융거래내역을 자동으로 받을 수 있도록 ‘금융조회 전산시스템’을 최근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전산시스템은 세무조사팀이 은행으로부터 조사대상자와 관련인의 금융거래 내역을 송·수신할 수 있는 것으로, 올해 안에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조사요원들의 세무조사 진행과정에서 금융조회 업무처리가 한층 빨라지게 된다.

세무조사 과정에서의 금융자료 뿐만 아니라 은행대출 등 개인의 부채 내역으로까지 세원관리 폭이 넓어지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국세청은 다음 달부터 일정 금액 이상 고가주택을 구입한 연소자들에게 채무 내역을 제출받아 사후관리할 방침이다. 세무조사 단계가 아니라 세원관리 단계에서 은행대출 등 부채 내역을 미리 제출받아 사후관리시스템에 입력한 후 실제 상환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탈세 혐의가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채무 내역을 제출받아 관리하겠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납세자 권익보호에도 적극 나서야 할  국세청

이처럼 국세청 전산망에는 수많은 과세자료와 개인정보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으며, 축적되는 정보량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법적 장치를 통한 자료나 정보 수집 외에도 세무조사나 신고관리 단계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는 국세청의 세원관리 방식인 ‘선 안내, 후 검증’을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세원정보 및 과세자료 수집이 필수적일 것이다. 보다 완벽한 사전 정보자료를 제시해야 납세자가 꼼짝할 수없이 성실신고로 따라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국세청의 자료축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탈세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부동산 취득과 관련한 대출 등 채무내역을 내라고 하는 것은 자칫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으며, 세금신고 이전부터 납세자의 자산 내역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이 되어 신고납세제도의 본질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신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고 이후 탈루혐의가 발견될 때 징벌적 가산세를 통해 조세 정의를 바로잡아도 늦지 않을 것이다. 

국세청의 역할에 응원을 보내면서도 빅브라더 국세청이 사소한 납세자의 권익도 함께 배려하는 기관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경영학박사
•수필가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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