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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깊어지는 경제위기, 모두가 지혜 모아야
[국세 칼럼] 깊어지는 경제위기, 모두가 지혜 모아야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승인 2022.07.14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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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삼각파도에 휩쓸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금융 긴축 여파로 우리 주가가 연저점을 연일 갈아치우고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 선을 넘어서는 등 금융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소득 하위 30% 자영업자가 소득의 48%를 대출금 갚는 데 써야 하는 등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금융감독원장은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이 올 수 있다”라고 경고까지 했다.

물가는 이미 위협적이다.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2100원 아래를 찾아볼 수 없고, 짜장면 한 그릇은 7000원을 넘겼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까지 6%대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 곡물가 급등 등 해외 발 인상요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후 13년 9개월 만의 높은 물가상승을 경험할 참이다.

최근의 물가 상승세는 상당 부분 정부 통제를 벗어난 불가항력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사실이다. 원유는 물론 밀, 옥수수 등 필수 먹거리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국제 가격 급등은 치명적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고공 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은 원료·원자재의 수입 가격 상승으로 기업에 떠넘겨지고, 최종 부담은 결국 가계에 전가하게 돼 있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증시에선 인플레이션에 이어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쇼크’가 또 다른 태풍을 몰고 올 것이란 우려가 크다. 증권사들은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순이익 전망을 줄줄이 낮춰 잡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 충격이 실물경기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 큰 걱정은 하반기다. 미국이 연 1.5~1.75%인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연 4~7%로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경기가 급속히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금리 인상 러시로 경기 동반 하강이 가속화되면 기업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실적 추락은 투자·고용 부진, 가계 부실, 소비 침체로 이어져 경제를 다시 불황으로 몰아넣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주가와 함께 신용등급이 대거 떨어지면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실물 위기와 금융위기가 결합한 “복합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 강력하고 구체적인 지출 구조조정 대책 나와야
이런 가운데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낮추는 등 적극적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1주택자의 주택 보유세를 2020년 수준까지 낮추고, 증권거래세를 0.03%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물가 압박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37%로 높이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노인 기초연금을 월 10만원 인상하는 등 복지 확대책도 내놓고 있다. 모두 재정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를 낮추고, 전 정부가 기형적으로 만들어 놓은 부동산 세금 폭탄을 정상화한다는 방향 자체는 옳다. 감세를 통해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경기가 좋아지면 중장기적으로는 세수도 늘어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감세에 따른 세수 확대는 효과가 나타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반면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는 바로 나타난다. 지금까지 나온 감세 정책만으로 올해 세수가 10조원 이상 줄어 들것으로 예상되는바, 상응하는 세출 구조조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나랏빚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는 전 정부의 방만한 씀씀이로 부실해진 나라 살림 가계부를 물려받았다. 지난 4월 말로 국가 채무가 1000조원을 넘었고, 관리 재정 수지 적자도 4월 말에 벌써 38조원을 넘었다. 대선 공약 때문에 앞으로 돈 나갈 일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소상공인 코로나 피해 구제를 위해 62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예상보다 더 들어올 세수 53조원을 앞당겨 썼다. 새 정부의 국정 과제 이행에 필요한 재정도 5년간 20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올해 본 예산과 1차 추경에 반영된 약 88조원 외에 더 이상의 적자 국채를 찍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나랏빚을 더 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금은 깎아주면서 돈을 풀면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나랏빚을 더 늘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지출의 군살을 대폭 빼는 방법밖에 없다. 말로만 ‘건전 재정’을 내세우지 말고 강력하고 구체적인 지출구조 조정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 최저임금제 인상과 노사 양측의 자제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962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시급 9160원보다 460원 오른 것이다. 노사 양측이 3차례에 걸쳐 서로의 요구안을 제시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공익위원들이 9620원을 제시한 뒤 표결로 결정하였다.

이를 두고 노동자 측은 인상률 5.0%는 올해 정부 물가상승률 전망치 4.7%보다 불과 0.3%포인트 높은 수준이고, 하반기 물가상승 전망이 높아 내년도 실질임금이 삭감됐다는 주장이다. 사용자 측은 중소기업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상황에서 최근 5년간 41.6%나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동결'(시급 9160원)해야 했다는 주장이다.

요즘 같은 물가 급등기에 저임금 근로자, 서민의 삶이 제일 먼저 어려워지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5% 인상도 감당하기 힘든 사업자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5인 미만 사업장 3곳 중 한 곳은 여력이 안 돼 최저임금을 못 주는 형편이다. 주 5일, 15시간 이상 일할 때 하루 치를 더 주는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내년 실질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1555원이 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지난 5년간 가파르게 인상되었으나 노동자의 삶이 개선된 면보다는 일자리 감소,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폐업 등 부정적 영향이 더 컸다는 주장도 있다. 최저임금이 급등하면 비숙련 근로자들의 취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일감이 줄어드는 악순환도 발생한다. 많이 벌고 풍족하게 쓰는 건 좋지만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보폭을 맞춰야 한다. 노사 양측이 불만족스럽지만, 모두 절제와 협력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다.

 

□ 설상가상이 된 에너지요금 인상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올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연간 최대치인 킬로와트시(㎾h)당 5원 올리고 7월부터 도시가스 요금도 메가줄(MJ) 당 1.11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가구당 월 부담이 전기료 1535원(4인 기준), 가스요금 2220원(서울 기준)가량 늘어난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국제에너지 가격이 작년 하반기부터 급등하고 있는 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올라 이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문제는 이 정도 인상으로 한전의 부실을 메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전은 ㎾h당 33원 인상이 필요한데 앞으로 ㎾h당 5원씩 6년을 올려야 할 판이다. 전 정부는 5년 내내 탈원전 정책에 가속페달을 밟으면서도 전기료를 동결했다. 이도 모자라 1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한전 공대 설립까지 강행했다.

한때 초우량기업이었던 한전은 적자가 올 1분기 7조 8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연말에는 무려 30조원 가량으로 불어난다.
한전은 임직원 성과급 반납과 6조원 대의 자구계획을 내놓았으나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조직·인원 감축, 자회사 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가계도 전력 과소비를 자제해야 할 때다. 국제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지난해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2019년 기준으로도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세계 3위이다. 값싼 요금이 전력 낭비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일이다. 차제에 정부는 연료비 인상에 따른 원가상승분을 요금에 합당하게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 민생안정을 위한 여야 협치 필요하다 
새 정부는 지난 6월 17일 집권 5년간 펼칠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전 정부의 정부·재정 주도에서 민간·기업·시장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등의 감세와 공공·연금·노동·교육·금융 등 5대 혁신 등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미뤄왔던 구조적인 문제를 더는 외면하지 않겠다.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밀고 나가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정책 중에는 법 개정 사항이 적지 않다. 법인세율 인하와 주식 양도소득세의 사실상 폐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과세 범위 축소 등이다. 주 52시간제 보완, 각종 규제 완화나 재정 준칙 도입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은 법인세 인하 등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벌써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과연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은 우려스럽다. 

지금 우리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 국면이다. 여야 정치권이 비장한 각오로 협치를 해야 할 상황인데 국회는 아직도 휴업상태이다. 화물연대 파업을 멈춰 세우려 정부가 고육책으로 안전운임제를 3년간 연장하는 절충안에 합의했지만, 이를 처리할 국회 국토위는 아직 구성돼 있지도 않다. 

이런 사정으로 눈앞에 닥쳐온 복합 위기의 태풍을 헤쳐 나가기가 어렵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하루속히 국회를 열어 민생을 살피고, 모든 경제 주체들은 고통 분담에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경영학박사
•수필가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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