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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정책의 실종, 양극단(兩極端)부터 벗어나야 한다
[정창영 칼럼] 정책의 실종, 양극단(兩極端)부터 벗어나야 한다
  • 정창영 주필
  • 승인 2023.02.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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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정책 전반이 정전(停電)이다. 조세정책을 비롯한 정부 정책은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캄캄해지는 정전상황을 맞는다. 한마디로 되는 게 없다. 국민 모두가 우려하는 이 엄중한 시기에 불확실 상황이 끝 모르게 깊어간다는 뜻이다.

돌아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새 정부가 열어갈 정책에 대한 기대와 토론이 잠시 있었던 기억은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글로벌 판’이 새로 짜이는 이 급박한 시기에 외교 안보는 물론 국가 경제의 앞날과 당장 국민 먹고 사는 민생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두고 진지한 토론이 벌어진 기억은 없다.

정치적 현안은 하나하나 거론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많았고, 거기에서 쏟아져 나온 뉴스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이슈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정전상황이 지속되면서 어둠의 공포는 물론 냉장고 안의 내용물도 골든타임을 넘기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정전의 피해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미 조짐이 선명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兩極化)가 빚어낸 결과가 양극단(兩極端)으로 진화해 고착되는 상황이다. 개발도상국은 벗어났지만 선진국 지위를 누리기에는 부족한 우리가 풀어내야 할 과제는 산적한 상황이고, 많은 국가들이 여기까지 왔다가 더 나가지 못하고 되돌린 ‘아픈 후퇴’의 기억을 갖고 있다.

세계 최빈국에서 성장을 거듭하며 10대 경제대국에 올랐지만 우리는 지금 분명한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 치고 나가야할 기술 선두는 급격히 줄어들고, 경쟁력으로 자부했던 자리는 후발국에 급속하게 잠식당하고 있다. 앞뒤가 막히는 형국이다. 자원도 없고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시장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정도 살림을 꾸려가고, 더 키워 가자면 무조건 계단을 올라야 한다. 아니, 흐르는 물에 띄워진 배(舟)와 같아서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흘러 떠내려가는 구조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이 시간이 전환기이자 과도기이고 대전환의 시대라는 점에 전문가들은 일치된 진단을 한다.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흐른 작은 물길이 큰 강을 이뤄 여기까지 왔고, 이제 눈 앞에는 커다란 전환을 예고하는 격류(激流)로의 변환에 직면했다. 넘고 건너야 하는 것이 명제다.

대중은 오늘을 바라보고 살며, 지도자는 오늘에 서서 내일을 본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이,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시대를 살펴 통찰하고 나갈 방향을 제시해 국민이 그 길을 걷도록 흐름을 유도하고 정확하게 안내해야 한다. 그걸 하는 것이 정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추진한 주요 정책은 대부분 답보상태다. 뚜렷하게 치고 나간 핵심정책을 찾기가 힘들다.

조세분야에서도 정부 출범과 함께 제시한 핵심정책은 대부분 국회 서랍 속에 있거나 토마토도 아니고 감자도 아닌 ‘토마자’로 생산돼 겨우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법통과를 앞두고 ‘쇼’에 가까운 활극이 벌어졌던 세법개정안은 해를 넘겨 시행되자 경제계는 ‘실망’으로 평가했다. 

경제 활력을 내세우며 기업들의 기대가 컸던 법인세율 인하는 당초 3%p 인하 정부안이 결국 1%p 인하로 어정쩡한 결말이 났고, 세법으로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많았던 종부세 완화도 난도질이 돼 결국 ‘토마자’가 됐다. 경제 활력과는 분명한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원년에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정책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답보상태에 있는 것은 그 원인에 대해 깊이 살펴보고 분명한 대책을 찾아야 한다. ‘의도는 좋았는데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는 설명은 답이 아니고 국민이 이해하지 않는다. 국민은 필요한 것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원한다.

국회에서 과반을 넘는 절대적 의석을 야당이 확보하고 있는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의 문제다. 이 정부는 이런 환경에서 태어났고, 공정과 상식, 정의를 기반으로 이를 풀어내겠다고 약속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이후 걸어 온 행보를 보면 대립과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반대’ 푯말이 올라오고, 정책이고 제안이고 제대로 설명하고 토론할 겨를도 없이 반대가 난무하는 현상은 조세정책과 국세행정 주변에서 조차도 너무 많이 경험하고 있다. 

야당은 문제가 없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기승전 부자감세’의 결론을 그동안 너무 많이 접해 이제 어색하지도 않을 정도다. 정부 여당은 밀어 붙이고, 야당은 설명도 필요 없이 반대하는 ‘전쟁’이 하루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정부 여당이 무슨 정책을 낸다고 하면 ‘저거 안 되겠구나’를 미리 감지할 정도다.

여기에다 야당 대표 ‘방탄 국회’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대의민주주의의 터전인 국회는 정쟁의 전장이 됐다. ‘기승전 방탄’으로 불리는 국회는 쉬지 않고 열리고 있지만 심의 기능은 실종 수준이다. 

오늘을 딛고 내일을 보는 지도자들은 국가가 가야할 방향을 통찰하고 ‘길’을 내야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국민 가슴을 뭉클하게 하면서 그 길로 안내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감동까지는 아니더라고 존재 이유인 것은 분명하다.

이제 조세의 중요성은 설명이 다하지 못할 정도로 높아졌다. 지난 정부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면서 재정에 대한 국민적 개념도 크게 달라졌다. ‘반대급부 없이 국가가 강제로 징수한다’는 조세의 정의도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본주의가 궁극으로 만들어 낸 양극화는 치유가 필요한 분명한 병(病)이고, 국가는 이를 완화하고 치유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설익은 정책을 들고 나섰다가 쓰디쓴 결과를 냈고, 그나마 ‘양호’를 자랑하던 재정마저 바닥을 긁었다. 양극화 해소는 고사하고 더 심화돼 ‘양극단’ 지경으로 전이시켰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정치색 짙은 진영(陣營)은 오늘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만병의 근원이 되고 있다. 광화문, 서초동, 시청 앞, 여의도,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진영은 쉼 없이 짜이고 있고, 궤변에 상식과 공정이 나가 떨어지고, 한쪽만 보고 거침없이 가속 패달을 밟는 현상은 정치권의 생존의 방식으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 놀라던 사람들의 시선마저 이제 조용히 거둬지는 '애써 무관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증상이 심해지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몇가지 현실 경제적 개선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 경제의 규모와 수준을 고려할 때 경제 외적인 기반도 한 단계 더 개선되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경제적 기반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방향과 방법은 정확히 도출해 내고, 무엇보다 경제 외적 기반인 도덕성, 사회적 신뢰, 시민의식, 문화적 토양, 3권의 공정성, 지도층의 능력 등도 분명한 개선이 수반돼야 비로소 현 단계에서 우리의 ‘길’이 열리게 된다는 뜻이다.

결코 간단치 않은 과제이고, 단기간에 이루기 쉽지 않은 난제지만 분명하게 기조를 갖고 풀어 가야할 명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치열하고 진지한 논의와 토론이 이어지고, 대화와 조율이 수반되는 국민적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는,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장면을 정치가 그려내야 한다.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그림이다. 

이런 결론을 전제할 때 지금 국민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양극단(兩極端)의 ‘활극’ 수준 정쟁은 멈추고 끝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국가 미래는 고사하고 국민의 먹고 사는 민생정책마저 정쟁의 블랙홀로 빨아들이는 이 ‘철없는 정치’를 국민은 언제까지 인내해야 하나.

제대로 된 정치가 시급히 작동돼야 한다. 정치는 정책을 만들 수도 있지만 아주 못쓰게 망가뜨릴 수도 있다. 급변하는 시대를 살면서, 상식이 실종되는 몇 년을 거치면서 체감하게 된 평범하면서도 아주 소중한 결론이다. 분명한 것은 조세제도도, 국세행정도 그 안에 있다.

정창영 주필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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