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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공직선거법 규정의 헌법불합치결정과 세무사회 선거규정의 경우
[국세칼럼] 공직선거법 규정의 헌법불합치결정과 세무사회 선거규정의 경우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23.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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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며칠 전인 2023년 3월 23일자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본문 중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 및 “부정선거운동죄”를 규정하고 있는 제255조 제2항 제5호 중 ‘제93조 제1항 본문의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제1조에서 동 법은 ‘「대한민국헌법」과 「지방자치법」에 의한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해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직선거 뿐만 아니라 민간단체 선거의 경우에도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규정에 따라 민주적인 절차대로 선거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그 선거결과에 대해 승복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고, 우리는 역사를 통해 여러 유형의 선거불복 사례들을 경험하곤 했다. 

그리고 국가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조직이나 단체의 경우에도 유능하고 청렴한 후보가 선거에 당선되어 그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인 단체구성원들이 후보자의 면면을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도 제58조 제2항에서 불법·부정선거운동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한편으로는 여러 조문에서 공정선거를 해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지만 이런 제한들은 선거운동을 억압하기 보다는 공명정대한 선거를 위한 합리적인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에서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제60조에서는 미성년자나 공무원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를 규정하고 있고, 그리고 제82조의4에서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서 후보자나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과 그의 가족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서 비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제82조의5에서는 누구든지 정보수신자의 명시적인 수신거부의사에 반하여 선거운동 목적의 정보를 전송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밖에도 무소속후보자의 정당표방제한(제84조), 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등 금지(제85조), 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제86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선거운동금지(제87조),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제93조), 허위논평·보도 등 금지(제96조) 등 대다수의 규정들은 얼핏 보아도 공명선거를 위한 불가피한 제한규정들인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전문자격사 단체 중 한국세무사회(“세무사회”)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나 한국공인회계사회(“회계사회”)의 임원 등에 대한 선거규정을 보더라도, 회원에게 금품이나 향응 기타 편익을 제공하는 행위, 후보자의 신분이나 경력, 인격 또는 활동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진술하거나 공연한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를 비방하는 행위, 회에 기부행위를 하거나 할 것을 약속하는 행위, 회장이 통지하는 선거공보 외에 선거와 관련된 공시물을 회원에게 배포하거나 발송하는 행위, 선거운동기간 중에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합동으로 하는 정견발표회나 연설회를 제외하고 개별적인 정견발표회나 연설회를 하는 행위, 상대후보를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정도의 제한규정만 두고 있어서 상식적인 선에서 공명선거를 해치지 않을 정도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통한 후보자 알리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런데, 이번에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을 보면,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255조 제2항 제5호는 ‘제93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문서·도화 등을 배부·첩부·살포·게시·상영하거나 하게 한 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기본적으로 선거에서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헌법 제116조 제1항),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다만, 해당 조항이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인쇄물 살포 행위와 같은 정치적 표현을 장기간 동안 포괄적으로 금지·처벌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했고, 또한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는 정치적 표현까지 금지·처벌하고 있어, 그로 인해 유권자나 후보자가 받게 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매우 큰 반면에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이 그보다 중대하다고 볼 수 없고 법익의 균형성에도 위배돼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사실 공직선거법에서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규정들은 후보자나 후보자가 되려는 자가 자기를 알리는 정상적인 선거운동을 제한하기 보다는 주로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행위들을 규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러한 합리적인 제한규정조차도 정치적 표현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면 헌법에 합치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지적했듯이 공직선거법이나 변협과 회계사회의 선거규정과는 달리, 세무사회의 “임원 등 선거관리규정”에서는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그리고 장기간 동안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현직 임원이 아닌 경우에는 아예 후보자를 알리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는 얘기들이 공공연히 들린다. 

거기에다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규정들이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면서도 세세하게 되어있다 보니 후보자가 선거운동과정에서 자신이 선거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일관성 없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으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그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법정단체인 세무사회의 감독기관인 기획재정부가 세무사회를 대상으로 2018년에 실시한 감사에서는 지속적으로 불공정시비가 불거지고 있는 세무사회 임원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전문성과 공정성을 가진 외부전문가를 과반수 참여시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밖에 시대의 변화상을 반영하고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해 선거규정에 전자투표 규정을 두고 실제로 2020년 임원선거부터 현장투표와 전자투표를 병행하고 있는 대한변협과 회계사회의 경우처럼 세무사회도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적극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지 않은 듯하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공직선거법 규정과 관련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밝힌 것처럼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선거운동을 제약하고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할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선거운동조차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현재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세무사회의 “임원 등 선거관리규정”도 이번 기회에 불법·부정선거운동만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대폭 개선되었으면 한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현)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
• 현)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 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우회 회장
•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국립세무대학 내국세학과 졸업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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