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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전통술 정책의 갈지(之)자 걸음
[컬럼] 전통술 정책의 갈지(之)자 걸음
  • 日刊 NTN
  • 승인 2013.11.0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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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본지 주필.

청주를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낸 술. 찹쌀 ·멥쌀 ·보리 ·밀가루 등을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한국 고유의 술. 한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술로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하며 6∼7도로 알코올 성분이 적은 술. 이 술이 바로 막걸리다.

막걸리는 누가 뭐라 해도 서민 대중주로 분류되지만 실제 성분이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엄청난 과학과 지혜, 신비가 살아 있는 숨 쉬는 술이다. 

막걸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보급 술이다.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알콜도수는 낮아 음용층이 두텁다. 배를 든든하게 해주는가 하면, 몸을 훈훈하게 덥혀주고 취기가 심하지 않으며, 기운도 북돋워준다. 속에 묻어뒀던 말을 술술 나오게 해 맺혔던 응어리가 저절로 풀리게 한다. 이른바 ‘막걸리 오덕(五德)’이다.

한동안 막걸리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일본에서는 ‘맛코리(막걸리의 일본식 발음)’가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며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10대 히트상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막걸리의 인기가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다. 외래주에 밀려 한동안 천대받다시피 했던 막걸리가 천신만고 끝에 ‘웰빙주의 상징’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이 막걸리를 떠나려 하고 있다. 그동안 막걸리 주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0월31일은 ‘제3회 막걸리의 날’이었다. 하지만 올 막걸리의 날은 우울한 날이 됐다. 한동안 파죽지세로 잘 나가던 해외 수출과 국내 소비가 모두 감소해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 수출은 2008년 440만 달러였지만 한류 인기를 타고 2011년 5280만 달러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3680만 달러로 30%가량 줄었고 올해는 8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급감했다. 국내 소비 역시 2011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1년 45만㎘였던 출하량이 지난해 42만㎘로 줄어들었고 올 7월까지도 지난해보다 10%가량 줄고 있다.

막걸리 출고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 당시 전문가들은 ‘거품’ 이야기를 거침없이 꺼냈으며 체계적인 대응과 준비를 주문했지만 막걸리는 물론이고 전통주 정책은 오히려 갈팡질팡 했다. ‘이대로’가 이어질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막걸리 정책을 논의될 때 흔히 교착되는 접점이 ‘전통’과 ‘개발’에 대한 논란이다.

당장 지난해부터 막걸리가 소비자들로부터 멀어지는 조짐을 보이자 한 쪽에서는 시대적 상황과 젊은 층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제품개발이 부족했다며 막걸리 붐을 이어가려면 다양한 막걸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막걸리는 전통주 특성을 그대로 살려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통이 배제된 막걸리는 진정한 의미의 막걸리가 아니며 일종의 정체성을 상실한 ‘잡주(雜酒)’가 될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칵테일 막걸리의 경우 다양성 측면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지만 반대의 시각도 만만치 않은 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시장에서 반짝하고 힘을 잃는 현재의 상황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그러나 막걸리 제조의 경우 전통적인 방식도 지역과 원료에 따라 무척 다양했던 점을 전제한다면 개발되는 막걸리를 획일적인 잣대로 재단하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이처럼 막걸리 정책은 펼쳐 나가기가 간단치 않다. 무조건 개발논리로 진흥을 유도하는 것도 문제가 있고 그렇다고 옛것만 고집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따라서 전통주 정책은 정확한 청사진을 만들고 엄격한 제조방식을 준수토록 하는 주류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며, 이 기반 위에서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진흥책을 펼쳐야 한다. 막걸리도, 전통주도 분명 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의 전통주 정책은 갈지(之)자 걸음이다. 전통주 업무가 부처간 영역다툼 상황을 겪었으며 제조·유통 면허와 각종 준수사항은 국세청이 맡고 있고, 진흥업무는 농식품부가, 안전관리는 식약청이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모두 국세청이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오랜 노하우를 갖고 맡아오던 업무였다. 주류업체 입장에서는 오늘의 상황이 시어머니가 셋이나 된 것이다.

주류정책은 정책목적과 소비자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행정으로 한 곳에서 맡아도 엇박자가나기 쉬운 특성이 있다. 그리고 무조건 진흥만이 능사가 아니고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면이 있다.
느닷없이 주류산업에 농식품부가 끼어든 이유가 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당시 장관이 실세였던 이유도 있다지만 농식품부가 끼어들고 나서 전통주 시장이 어떻게 됐는지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행사를 위한 행사가 줄을 잇고 있고, 엉뚱한데 돈 쓰고, 어정쩡한 진흥정책이 모처럼 국민적 관심을 받던 막걸리와 전통주를 퇴색시키고 있다면 과언일까?

요즘 주류정책 문제만 나오면 유독 목소리가 작아지고, 눈치를 살피는 국세청도 이해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고 배상면 국순당 회장이나, 이동수 서울탁주 회장 같은 열정을 가진 전통주 제조 장인을 찾기도 어렵고, 정책은 부처로 나뉘어 따로 놀고 있으니 막걸리고 전통주고 설 땅이 없어지는 것이다.

지금 전통주 정책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방치되고 있다’고 보면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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